역술인-병원 협력 ‘관상수술’ 권하기도
2017년 상반기 공개채용을 앞두고 성형외과를 찾는 취업 준비생들이 늘고 있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여기에 10번째로 또 추가되는 스펙이 있다. 바로 ‘외모’다. 실제로 취업 준비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외모에 대한 관심은 높게 나타난다. 지난 2016년 말 한 유명 취업 포털 사이트가 취업 준비생 11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중 87.8%가 ‘사진’이 합격 여부에 영향을 준다고 대답했고, 또 다른 설문조사에선 응답자 73.5%가 면접을 위해 외모를 꾸준히 관리한다고 대답했다.
올해 졸업을 앞두고 있는 대학생 A 씨(여‧25)는 “취업문은 좁은데 경쟁은 치열해지면서 오히려 ‘9종 스펙’을 갖추지 않은 지원자들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다. 기존 스펙만으로는 차별성을 둘 수 없고, 결국 다른 지원자들과 비교해 개성을 보일 수 있는 ‘무기’가 외모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외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동시에 성형외과를 찾는 취업 준비생들의 발걸음도 늘었다. 기자는 지난 2월 1일부터 3일 오전까지 강남 성형외과 거리를 찾았다. 강남 성형외과 거리는 전국 성형외과의 35%, 서울 성형외과의 70%가 밀집된 ‘성형의 메카’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복수의 성형외과 원장과 상담실장들은 “공개채용을 앞둔 여름, 겨울에는 취준생들의 상담이 남녀 구분 없이 4배는 늘어난다. 이력서 사진 외모와 실제 외모가 다르면 안 되기 때문에 보통 공개채용 3~4개월 전부터 문의가 시작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거리에서 취업 준비생들을 만나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대부분 오는 2017년 상반기 공개채용을 앞두고 성형 시술을 받거나, 지난해 11월, 또는 12월 사이 수술을 받고 현재는 경과를 보는 단계였다.
# 직종별 선호 성형부터 관상성형까지
취업 준비생들과 강남 성형외과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성형 방법은 ‘쁘띠 성형’이다. 쁘띠는 ‘작다’라는 뜻의 프랑스어로, 업계에선 간단한 성형을 의미한다. 보톡스나 필러, 스컬트라가 여기에 속한다. 강남의 한 성형외과 상담실장은 “쁘띠 성형은 주사요법이 대부분이라 시술시간이 짧고 붓기나 멍이 없어 바로 일상생활이 가능한 데다, 가격도 저렴한 편이라 대학생이나 취업 준비생들이 많이 찾는다”고 설명했다.
수술의 경우엔 입꼬리 성형이 최근 유행하고 있다. 성형하면 금방 떠올릴 수 있는 눈과 코 성형만큼 유명해졌다. 현재 포털 사이트나 블로그, SNS 등에 적지 않은 수의 입꼬리 성형 관련 문의와 후기가 올라오고 있다. 입꼬리 끝 위의 피부를 삼각형 모양으로 자른 뒤 근육을 당겨 입꼬리 방향을 바꿔주는 방식으로, 수술이 전혀 간단치 않으며 회복 시기도 길지만 면접관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대학생과 취업 준비생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최근 적지 않은 수의 입꼬리 성형 관련 홍보 글과 후기가 포털사이트와 블로그, SNS 등에 올라오고 있다.
직종별 수술 부위도 다르다. 복수의 성형외과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직종별 이미지에 따라 상담을 하고 수술 부위를 달리 한다. 공무원의 경우엔 코 필러 수술이 대표적이다. 업계에선 휘어지지 않고 반듯한 코가 상대방에게 신뢰감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고 한다. 늘 단정한 올림 머리를 해야 하는 승무원은 헤어라인시술이나 이마지방이식술이, 대기업 등 일반 기업 입사를 원하는 취준생들은 눈꼬리나 입꼬리 수술이 선호하는 부위다.
관상과 연결해 성형수술을 하는 경우도 있다. 과거엔 중년층이나 일부 취준생들이 역술인을 찾아 관상을 본 뒤 수술 상담을 받는 방식이었는데, 최근에는 역술인과 성형외과가 협력해 취준생만을 대상으로 관상을 본 뒤 수술을 권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 각종 부작용도 속출
문제는 외모에 관심이 높아진 취업준비생들이 늘고, 동시에 성형외과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각종 부작용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성형외과의 불필요한 수술 권유가 첫 번째로 지적된다. 한두 군데 성형을 원해서 병원을 찾지만 특별한 이유나 기준도 없이 더 많은 수술을 유도한다는 얘기다. 처음 상담에선 코만 가볍게 해도 된다고 하다가도 이마필러, 보조개 등 권하는 시술이 점차 늘어나는 식이다. 취업준비생 B 씨(여‧26)는 “처음 견적이 70만 원이었는데, 나중엔 250만 원까지 올랐다. 병원에 가서 오히려 외모에 대한 자신감만 더 잃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취업준비생이라고 소개하고 상담을 받은 기자도 앞서와 같은 권유를 받았다. 총 10군데 성형외과에서 상담을 받았는데, 단 한 군데만 수술이 필요 없다는 진단을 내렸을 뿐, 9곳에서는 수많은 시술과 수술을 권했다.
특히 9곳 모두 진단이 달랐으며, 가격 역시 천차만별이었다. 한 성형외과는 “눈매가 날카로워 첫 인상이 안 좋을 수 있다. 눈꼬리를 조금 내려 선한 이미지를 심어줘야 한다”면서도 “동시에 얼굴지방이식 등을 하면 자연스럽고 세련된 이미지가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또 다른 성형외과는 “눈매보다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휘어진 콧대를 다듬는 게 좋겠다”고 진단하는 식이었다. 수술 부위별로 가격이 달라졌고, 입꼬리나 눈꼬리를 조정하는 길이에 따라 추가 비용이 생기기도 했다.
수술 부작용도 속출한다. 먼저 수술이 끝나고 난 뒤에 원하는 이미지가 나오지 않거나, 오히려 자신감을 잃게 되는 경우다. 이 때문에 최근 ‘복원 수술’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이 역시 취업 성형 부작용 중 하나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한 성형외과 상담실장은 “보통 성형 부작용으로 복원성형을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취업준비생들 일부가 원래 얼굴로 돌아가고 싶다는 상담이 늘고 있다”며 “생각한 이미지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뿐만 아니라, 비슷한 얼굴들이 많아지니 오히려 원래 얼굴이 개성을 나타내기에 좋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또한 불필요한 수술을 권유하면서, 편법을 이용한 수술이 이뤄지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흉터가 남거나 자연스러운 모습이 나오지 않는 등의 부작용도 나온다. 한 성형외과 원장은 “입꼬리 성형은 학술적으로 공인된 방법은 없다”며 “광고나 권유를 통해서만 성형을 결심하지 말고 상담을 통해 정확히 알고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 인사담당자 “외모 신경 안 쓴다”
취업 성형 시장이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실제 채용을 담당하는 인사담당자들 대부분은 외모는 크게 염두에 두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의 한 유명호텔의 인사담당자는 “서비스업이라 외모를 높게 평가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오히려 자연스러운 모습과 인성을 높게 평가한다”고 강조했다. 공기업의 한 인사담당자는 “외모는 업무와 전혀 관련 없다. 면접장에 올 땐 단정한 이미지면 충분하다. 성형한 티가 나는 지원자들이 종종 보이는데, 감점요인은 아니지만 부자연스러워 보이긴 한다”고 말했다. 한 대기업의 인사담당자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그는 “엄격한 심사 기준이 있지만 눈길이 가는 지원자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수려한 외모는 절대 아니다. 자신감 있는 표정과 태도를 가진 지원자에게 눈길이 더 많이 간다“고 강조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