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업 성장 한계 ‘커얼친우업’ 지분 인수 검토…‘한쪽 문 닫혔으면 다른 문 열어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중국 진출을 글로벌 시장의 거점으로 삼고 있다. 연합뉴스
스마트팜은 정보통신 기술과 온실·축사·과수원 등을 접목해 원격이나 자동으로 작물과 가축의 생육환경을 제어할 수 있는 농장의 개념이다. PC나 모바일을 통해 과수원과 축사의 온도·습도 등을 모니터링하고 원격으로 유지·관리하는 식이다. 스마트팜은 1차·2차·3차 산업을 융합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6차 산업으로 분류된다.
현대증권이 2016년 8월 발표한 ‘스마트팜산업’ 리포트에 따르면 글로벌 식량시장은 2014년 5800조 원 수준으로 자동차·철강산업보다 그 규모가 크다. IT기술이 발전하면서 스마트팜 관련 투자도 2014년 2조 3000억 원에서 2015년 6조 2000억 원 규모로 크게 늘어났다. 통신 강자인 SK가 새로운 먹을거리로 스마트팜 사업을 꼽는 것이 전혀 이상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일찍이 중국을 글로벌 진출 전략 거점으로 삼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그동안 중국을 수차례 방문하고 사업을 직접 챙기면서 중국 진출의 발판을 마련해왔다. 한·중 수교 전인 1991년부터 중국 베이징에 사무소를 개설하고, 2000년에는 SK China를 설립하는 등 지난 15년간 중국 진출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커얼친우업 지분 인수 추진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최 회장의 중국 농축산업 진출 전망이 썩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스마트팜 분야에서 글로벌 주요 선진국과 우리나라의 기술 격차가 이미 상당하기 때문이다. 현대증권에 따르면 미국의 기술 수준을 100으로 봤을 때 우리의 기술 수준은 74.8%, 중국의 기술 수준은 61.1%다. 일본, 네덜란드, 독일 등 글로벌 스마트팜 선진국과 경쟁해야 하는 것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SK가 여러 사업에서 중국에 진출했다가 실패한 사례가 적지 않다는 사실도 불안 요소 중 하나다. 최 회장이 직접 중국 사업의 부진에 대해 관련 임원들을 소리 높여 질책한 적도 여러 차례다. SK그룹이 중국 내 이렇다 할 성과를 내는 곳은 중국 우시에 세운 SK하이닉스 생산법인과 우한에 위치한 SK종합화학 정도다. SK그룹 관계자는 “실패는 기업이 새로운 사업을 찾고 도전하는 가운데 겪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에 따른 중국의 경제 보복과 혐한 분위기가 SK의 중국 사업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SK 기업 규모에 비해 스마트팜에 대한 예상 투자금액도 적고 주력 사업의 포트폴리오와 연계성도 모호한 느낌”이라며 “향후 SK의 스마트팜 사업 전개를 더 살펴봐야 최 회장이 그리는 그림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K그룹 관계자는 “통신업이 성장 한계에 부딪혀 신사업 발굴이 필요하다”며 “스마트팜은 10~20년 멀리 내다보고 새로운 먹을거리 차원에서 진행하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
대기업들 농축산업 선망하는 까닭? 진입 쉽고 성장성 커…미래 먹거리로 딱! 미국과 중국 등에서는 쉽게 볼 수 있는 기업농을 국내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동부그룹은 2010년 7월 첨단유리온실시범사업의 최종사업자로 선정된 후 2년 뒤 대규모 농식품 수출전문단지를 조성했다. 토마토를 생산해 중국 등 해외로 수출하겠다는 것이 동부의 전략이었다. 하지만 전국의 토마토 농가를 비롯한 농민들의 거센 반발에 2013년 3월 유리온실 사업을 포기했다. 1953년 한국농약으로 출발한 동부팜한농은 동부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지난해 4월 LG화학에 매각됐다. LG CNS는 2016년 전북 군산 새만금에 ‘스마트 바이오파크’ 건설을 발표하며 스마트팜 개발 사업을 추진했다. LG CNS는 기업의 농업 진출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의식하고 재배 물량 전부를 수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기업의 ‘골목상권 침해’라는 농민들의 반발이 커져 지난해 9월 사업을 철회했다. 기업이 먹을거리로 농축산업에 뛰어드는 것은 식량시장의 성장성과 규모가 큰 데다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워 쉽게 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식량사업이 기업 입장에서 신성장 사업으로 매력도가 높다”면서도 “하지만 농민들과 신뢰를 쌓지 못하면 국내 스마트팜 사업은 전개하기 힘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LG의 경우 바이오·화학 사업과 연관성 때문에 스마트팜 사업을 재개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LG CNS 관계자는 ”일전에 선언했던 만큼 새만금 스마트팜 사업은 더 이상 진행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