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태 류상영 증인-증거 채택 취소” 사진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1차 변론기일인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 주재로 공개변론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고영태·류상영, 검찰 조서는 증거로 채택하지 않을 것”
[일요신문] 헌법재판소가 9일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와 류상영 전 더블루K 부장의 대한 증인 채택을 직권으로 취소했다. 또한, 고 씨와 류 씨의 검찰 조서의 증거 채택도 불허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주요 인물이자 핵심 증인으로 여겨졌던 만큼 논란이 예상된다.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이날 오후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2차 변론기일 증인신문을 마치고 “3번이나 기일을 잡았는데 더 이상은 안 된다”며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이 권한대행은 “구인집행을 신청했는데 송달 불능으로 출석이 안 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구인 집행을 하기는 어렵다. 이 상태에서 철회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권한대행은 헌재를 향한 외부 압력 및 여러 추측에 대해선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헌재가 고 씨와 류 씨에 대한 검찰 조서를 증거로 채택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불거질 전망이다.
이에 일부에서는 헌재가 최 씨와 박 대통령 측에게 불리한 증인을 차단시키고, 이재만-안봉근 등의 증인 불출석을 종용하는 것이라는 원색적인 비난이 일고 있다.
앞서 헌재는 지난 6일 국정농단 의혹의 중심 인물인 최순실 씨(61·구속기소) 형사재판에 증인으로 나선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에게 서울중앙지법에서 증인출석요구서를 전달하려 했지만 고 씨가 거부의사를 밝혀 실패했다.
또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던 이재만·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도 현재까지 잠적 상태여서 출석요구서 조차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 박 대통령 측이 ”안봉근 전 비서관은 출석의사를 밝혔다“고 해 헌재가 14일 안 전 비서관을 다시 부르기로 하고, 이 전 비서관에 대해선 증인신청을 철회해 어느 정도 정리가 됐지만 두 사람의 잠적으로 헌재의 증인신문은 차질을 빚었다.
”내연? 악연“ 고영태(좌)와 최순실(우). 일요신문DB
여기에 고 씨가 최순실 씨와의 법정대면에서 최 씨 측에서 신용불량자, 마약 투여, 최 씨와 내연관계 등의 관련 의혹을 추궁하자, 인격모독을 이유로 증인 출석을 고사한 상태다.
헌법재판소법 제79조에 따르면 헌재로부터 증인으로 소환을 받고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하지 않으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출석요구서가 송달돼야 증인 소환의 효력이 발생하고 송달되지 않으면 강제구인을 할 수도 없기 때문에 탄핵심판 지연을 위해 제도가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상태다.
법조계에선 대통령 탄핵심판이라는 사안의 중대성과 현재 비정상적인 국정운영을 감안할 때 증인들을 꼭 증언대에 세우기보다는 증언 없이도 결정을 빨리 내리는 게 시급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탄핵소추사유와 관련된 증인신문이 이미 상당히 진행된 만큼 앞으로 남은 증인신문에 헌재가 구애받지 말고 심리를 진행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핵심 인물로 관심을 모았던 고 씨 등의 증거 채택 불발에 대해선 헌재의 판단을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박 대통령의 탄핵심판을 두고 기각설 등이 제기되면서 국민들의 관심이 헌재의 최종판결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