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가지에 광고도 없는데 매달 발행…무슨 돈으로?
시민들이 전국경제인연합회 건물에 국민소환장을 붙인 모습. 박정훈 기자
전경련은 지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 간 보수단체에 지원금을 지급해왔으나 2016년부터는 연초에 불거진 어버이연합 불법지원 의혹 때문인지 더 이상 지급하지 않았다. <바이트>는 지원 대상에 오른 언론사들 중 가장 많은 1억 450만 원의 돈을 받았다. <바이트>는 포털과 검색제휴도 되어있지 않은 매체다. 이외에도 전경련으로부터 지원을 받은 언론사들은 <미디어워치> <올인코리아> <경제풍월> 등 대부분 보수 성향 매체들이었다.
<바이트>는 지난 2005년 대학사회 내 편향된 시각이나 관점을 바로잡겠다는 목적으로 20대 청년들이 모여 만든 매체다. 처음에는 인터넷 웹진 형태로 시작했지만 2010년부터는 지면도 발행하고 있다. 격주간으로 발행되다 2015년부터 월간으로 바뀌었다. 지난 2013년 이 아무개 대표가 한 인터뷰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바이트>는 1만 5000부를 발행해 무가지 형태로 전국 40개 대학과 225개 고등학교에 배부하고 있다.
<바이트>는 52쪽 분량의 잡지 형식 매체인데 한 권당 생산비가 1000원가량 든다고 가정하면 매달 1만 5000부를 찍어내기 위해 1500만 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바이트>는 무가지인데다 지면과 온라인 홈페이지에 광고도 없어 뚜렷한 수입원이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 <바이트> 측은 수입원에 대한 답변을 거부했다.
다만 이 대표는 같은 인터뷰에서 “물론 재정적 어려움이 있다. 상황이 좋지 못할 때는 빚을 내서 발행한 적도 있다. 하지만 재정적인 도움을 주시는 분들도 있고 재능기부를 해주시는 분들도 있어 지금까지 어렵지 않게 잡지를 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이트> 측은 어떤 명목으로 전경련 지원금을 받은 것이냐는 질문에 석연찮은 답변을 내놨다. 전경련이 시행하는 공모사업에 선정돼 정상적으로 지원금을 받았다고 했지만 정확히 어떤 사업이었는지 재차 묻자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했다. 전경련 측도 마찬가지였다. <바이트>를 지원한 경위에 대해 물었지만 역시 ‘할 말이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바이트>는 3년간 4차례에 걸쳐 지원금을 받았다.
<바이트>는 정기 발행하는 잡지 외에도 특정 이슈가 있을 때는 따로 홍보물을 만들어 전국 학교에 배부하기도 했다. 지난 2013년 교학사 교과서 논란으로 정치권이 시끄러울 때 <바이트>는 이를 옹호하는 책자를 만들어 전국 학교에 배포했다. 당시 책자는 각 학교운영위원장과 학교장을 대상으로 배송됐는데 교학사 교과서를 비판한 국회의원들의 발언을 망언이라고 규정하면서 이 교과서는 친일독재를 미화하는 교과서가 아니라는 주장을 담았다.
당시 <바이트>는 서울 마포구 S 빌딩 3층에 주소지를 두고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여러 보수 성향 단체들과 같은 주소지였다. 이 주소지에 있던 단체들이 사실상 <바이트>와 ‘한 몸’이었던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바이트> 편집장으로 활동했던 신보라 새누리당 의원은 이 주소지에 있던 한 단체 대표도 맡은 바 있다. 신 의원은 지난해 20대 총선에서 청년 비례대표로 공천돼 만 33세의 나이로 새누리당 내 최연소 국회의원이 됐다.
이들 보수 단체는 정부보조금을 받는 비영리민간단체로 지난 2012년과 2013년에 2억 8600만 원의 지원금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바이트>는 직접적인 대외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이석기 사건 때는 통합진보당 당사 앞에서 항의 시위를 했고, 역사교과서 사건이 이슈가 됐을 때는 그와 관련된 입장을 발표했던 것이다. 북한의 핵 위협 발언 때는 이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기도 했다.
한편, <바이트>는 마포구 S 빌딩에서 서울시 중구 D 빌딩으로 주소지를 옮겼는데 여기에는 1층부터 맨꼭대기인 5층까지 모두 보수 성향 단체 사무실이 자리 잡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한 건물에 비슷한 성향 단체들이 모여 있는 것이다. 이 건물에 입주해 있는 한 보수단체 관계자는 “사무실 입주과정에서 지원 받은 것은 없다. 여기 위치가 굉장히 안 좋아서 임대료가 싸다. 시민단체들 사정이 어렵다 보니 우연하게 이 건물로 모이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바이트>가 정당한 절차를 거쳐 전경련으로부터 지원금을 타냈다면 문제가 없지만 박근혜 정부가 전경련을 압박해 보수언론을 지원하게 한 것이라면 심각한 문제”라며 “사실상 관제 데모에 이어 관제 언론까지 만들려 한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 떳떳하다면 지원 과정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바이트> 측은 “<일요신문>이 제기한 비영리 민간단체 자금 유용 관련 의혹(바이트와 보수단체들이 ‘한몸’이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 2012년과 2013년 지급받은 정부보조금(행정자치부 공모사업)은 공식 기준과 심사, 보고, 감사를 거쳐 운영됐다. 이러한 정부보조금이 다른 단체 운영자금으로 사용됐을 수 있다는 의혹제기는 전혀 사실도 아니며, 행정자치부 공모사업 시스템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단순 의혹제기라고 해도 매우 근거가 취약한 주장”이라면서 “또한 신보라 의원은 2010년 잠시 바이트의 편집장을 맡은 바 있으나, 이후의 바이트 운영과는 전혀 관련이 없었다”고 밝혔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