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명 높은 브로커가 작업…최순실 일가 적극 개입 흔적…정윤회·황우석 ‘도원결의’ 진술까지
일요신문 DB.
증권가에서 원 회장은 주로 연예·엔터테인먼트 사업에 투자하는 ‘큰손’으로 통했다.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와 막역한 사이로 알려진 원 회장은 2014년 YG가 인수한 보광그룹 광고계열사 휘닉스홀딩스(YG플러스)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남겼다.
원 회장은 이번 홈캐스트 주가조작 사건이 수면 위로 오르자 외부와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 1월부터 원 회장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검찰은 지난 4일 원 회장과 주가조작을 공모한 혐의로 홈캐스트 대표 신 아무개 씨와 이 회사 김 아무개 상무를 구속했다. 신 대표 등 경영진은 홈캐스트 옛 대주주인 장 아무개 씨가 보유한 차명주식과 전환사채를 시세보다 싼값에 작전세력에 넘기도록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원 회장 등 작전세력은 신 대표와 김 상무에게 넘겨받은 주식을 주가가 오른 다음해에 처분하는 방법으로 약 30억 원의 차익을 거뒀다.
대주주 장 씨는 지난해 8월께 검찰 조사에서 “2014년 김 상무 등 홈캐스트 경영진이 접촉해 황우석이 운영하는 회사 에이치바이온에 미리 40억 원을 주고, 이 돈을 다시 홈캐스트에 투자하는 방법으로 주가를 띄우자고 제안해 주식을 제공한 사실이 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관련 진술 등을 근거로 원 회장 등 사건에 연루된 작전세력의 계좌추적을 벌였으며, 주가조작 혐의와 관련해선 한국거래소를 통해 “시세조종이 인정된다”는 취지의 회신을 받아냈다.
앞서 검찰은 원 회장 등 작전세력이 ‘황우석 테마주’를 띄워 부당 이득을 거둔 한편 다른 종목에서도 주가조작을 벌였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내사를 벌여왔다. 당시 검찰은 관련 주가조작 세력의 핵심 인물로 김 아무개 씨를 지목했다. 김 씨는 대기업 증권사 영업부 출신으로 1990년대부터 금융사기 및 시세조종 등을 벌이며 악명 높은 ‘증권 브로커’로 활동했다. 구속과 출소를 반복한 그는 인수합병(M&A) 전문가를 자처했지만 시장에선 ‘사기꾼’이란 평가를 받았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구속된) 원 회장과 김 씨는 사실상 한 팀으로 활동했다”고 말했다.
황우석 박사. 일요신문 DB
검찰의 본격적인 수사가 늦어진 것도 김 씨와 관련이 있다. 주가조작 사건에서 가장 확인이 어려운 부분은 작전세력에 ‘누가’ 자금을 댔느냐다. 주가조작으로 거둔 이득의 상당 부분은 ‘실무자’가 아닌 ‘투자자’에게 돌아간다. 그런데 관련 이득은 김 씨를 비롯한 실무자 선에서 차명 관리되기 때문에 추적이 어렵다. 또 다른 사정기관 관계자는 “이번 홈캐스트에 돈을 댄 ‘쩐주’로 유명 야구선수 ㅇ 씨, 변호사이자 법조 브로커인 ㅊ 씨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실제 그들이 처벌을 받을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과 증권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홈캐스트에는 출처가 불분명한 자금이 ‘투자’라는 명목으로 유입됐다. 비자금을 지닌 소유주가 자금을 세탁할 목적으로 ‘제3자배정 유상증자’ 등을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증권가 일각에서 최순실의 언니인 최순득 일가가 이번 홈캐스트 주가조작의 ‘쩐주’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앞의 투자업계 관계자는 “최순실 일가의 돈이 증권시장을 통해 여러 종목에 흘러들어갔다는 소문은 업계 관계자라면 한 번쯤 들어본 얘기”라고 전했다.
이 같은 소문을 더 구체화하는 근거는 황우석 박사의 존재다. 황 박사가 대주주로 있는 의료회사 에이치바이온은 2014년 홈캐스트 유상증자 당시 40억 원을 투자해 홈캐스트 대주주 지위를 획득했다. ‘황우석 테마주’로 분류된 홈캐스트 주식은 취득가 대비 최대 10배까지 급등했다.
정윤회 씨. 일요신문 DB
또 최순실 일가가 평소 차병원 측과 교류하며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진 줄기세포 관련 사업 및 외국인 환자 유치업도 사업 목적에 포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4월에는 다시 ‘화장품 개발 및 판매, 해외판매업’ 등이 추가됐다.
앞의 사정기관 관계자는 “줄기세포 및 미용 관련 사업에 최순실 일가가 손을 대려 한 것은 정설”이라며 “황 박사가 최순실 전 남편인 정윤회와 10여 년 전 ‘도원결의’를 맺었다는 진술까지 있다. 정윤회가 황 박사를 전면에 세우고 본인은 뒤에서 서포트하는 그림을 그린 것”이라고 말했다. 정윤회 씨와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작전세력인 김 씨와 원 회장 등은 홈캐스트의 주가를 띄우기 위해 에이치바이온과 접촉해 ‘외형상 투자’를 받아냈다. 이 과정에서 대주주인 에이치바이온이 작전세력을 도왔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앞의 관계자는 홈캐스트 옛 주주의 주장 등을 근거로 “우선 ‘검은돈’을 홈캐스트에 녹이고, 최종적으로 에이치바이온과 홈캐스트가 합병하는 시나리오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즉 작전세력은 주가를 부양해 돈을 벌고, 최순실 일가는 자금을 세탁하고, 황 박사는 이를 묵인하는 커넥션이 작동했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다만 이 같은 주장은 김 씨 등 작전세력이 더 많은 투자를 유치하려는 목적으로 소문을 퍼뜨린 것이 일부 와전됐을 가능성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가 진행 중이니만큼 또 다른 자금 흐름이 드러날 수 있다”고 말했다. 황 박사는 전화와 문자를 통한 문의에 답변을 주지 않았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