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범 수첩 속 기록이 결정적…앞으로 우병우 전 수석과 바근혜 대통령에 집중할 듯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되자마자, 인터넷 게시판을 중심으로 빠르게 사법부를 칭찬하는 ‘짤’이 퍼지고 있다. “법원이 달라졌다”는 칭송도 나오지만, ‘이 부회장이 두 번의 영장청구를 피하기는 힘들다’며 발부를 예상했던 법조계는 ‘크게 놀랄 일은 아니’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지난 16일 뇌물공여 등 혐의를 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법원을 벗어나고 있다. 그는 17일 구속됐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특히 심리를 맡은 한정석 부장판사(사법연수원 31기)가 영장 발부에 관대하다는 점에서 ‘구속’ 가능성을 언급하는 법조계 관계자들이 여럿 있었다. 특수 수사에 밝은 한 검찰 관계자는 “앞선 영장 기각 때 심리를 맡은 조의연 부장판사는 워낙 핵심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피의자들에 대한 영장 기각률이 높아서 특수 검사들 사이에서도 일부러 조 부장판사가 담당하지 않는 날 영장을 청구했을 정도”라며 “한 부장판사가 사건을 맡는다고 했을 때, 특수 검사들 사이에서 ‘이 부회장 구속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는 말이 돌았다”고 전했다.
19시간의 장고 끝에 서울중앙지검 영장전담재판부(한정석 부장판사)는 경영권 승계를 도와달라는 부정한 청탁과 함께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 발부를 결정했다. 한 차례 영장을 기각 당했던 박영수 특검팀이 재청구한 영장으로 이 부회장의 신병을 확보한 것은 이 부회장 첫 소환 이후 한 달 여 만이었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에게 뇌물공여와 횡령·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은닉, 위증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기존 혐의와 큰 차이는 없었지만 보통(1시간~1시간 30분)의 5배가 넘는 7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영장실질심사에서 특검팀은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과 청와대 간에 ‘AS’ 개념이 있었음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만남 이후 청와대가 ‘승계와 지분 구조 정리’라는 삼성의 가려운 곳을 지속적으로 챙겼다는 것을 주장한 것이다.
이에 대해 삼성은 지원에 ‘대가성’이 없었고, 부정한 청탁도 없었다며 기존 논리 그대로 맞섰다. 그리고 법원(한정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은 “새롭게 구성된 범죄혐의와 추가 증거자료 등을 종합할 때 구속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 된다”며 이 부회장의 구속을 결정했다.
“결국 언론에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던 거죠.” 영장이 발부되자 서울중앙지검 관계자가 내놓은 평이다. 그는 “법원에서 한 번 영장을 기각하는 것과 두 번 기각하는 것은 반응이 다른데, 특검이 곧바로 하지 않고 한 달여의 시간 동안 보강 수사를 하면서 새로운 증거들을 찾아냈고, 특히 시점을 설명하지 못했던 기존 수사를 보완한 점이 법원을 설득하는데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법원 관계자 역시 “통상 한 차례 영장을 기각했을 때, 검찰이 재청구하면 판사도 ‘얼마나 새로운지 지켜보자, 빤한 재청구는 더 확실히 꺾어주겠다’는 오기와 같은 심리가 생긴다”며 “경제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큰 이재용 부회장의 경우, 두 번째 영장 청구를 놓고 법원에서 고심 끝에 발부를 결정했다는 것 자체만 봐도 특검팀이 단단하게 증거와 진술을 확보했다고 봐도 된다”고 평가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으로부터 확보한 수첩을 통해 청와대와 삼성 간의 AS’를 입증했다고 밝혔는데, 그럼에도 특검팀의 수사 대상은 ‘박 대통령과 삼성, 그리고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수사 기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 특히 대통령 권한대행인 황교안 총리가 특검 수사기간을 연장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삼성 외 다른 대기업 수사는 다시 검찰 몫으로 넘어갈 듯하다.
특검팀 역시 뇌물 공여자가 구속된 만큼, 수수자로 지목된 박 대통령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거액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구속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내일 구속 후 처음으로 박영수 특검팀에 소환된다. 특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오늘(17일) 브리핑에서 “내일(18일) 오후 2시 이 부회장을 소환한다”고 밝혔는데, 이 부회장이 수의를 입고 나올지 여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특검팀은 구속된 이 부회장을 상대로 박 대통령 소환 조사를 대비해 사실관계를 확인할 방침인데, 특검은 또 최순실 국정농단을 묵인하고 인사 외압을 가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도 내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하는 등 10여 일 남은 수사 기간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 대면조사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특검팀 관계자는 “수사기간이 끝날 때까지 박 대통령 대면조사를 하지 못하면, 나머지 대기업들에 대한 수사 여부까지 모두 합쳐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마무리는 70일 만에 다시 검찰 몫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남윤하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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