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처리 면제 염두에 둬…탄핵보다 사퇴가 보수의 결집에 유리
정치권이 박근혜 대통령 하야설로 연일 시끄럽다. 일요신문 DB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월 13일 “현직 대통령 탄핵소추는 어떤 경우든 국가적·국민적 불행이기 때문에 정치적 해법이 먼저 모색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정 원내대표가 말한 ‘정치적 해법’에 주목했다. 그동안 몇몇 친박 의원들이 언급했던, 사법처리 면제를 전제로 한 박 대통령의 자진사퇴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 때문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는 검토한 바도, 들은 바도, 논의한 바도 없다”며 일축했다. 그러나 논란은 오히려 확산되는 분위기다. 박 대통령 하야설이 주로 친박 진영에서 나온 것과 무관하지 않다. 실제 정 원내대표는 “청와대와 교감이 있었냐”는 기자의 질문에 “뉘앙스만 남겨놓겠다”는 모호한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바른정당의 한 의원은 “청와대는 몰랐다고는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긴 힘들다. 정 원내대표나 새누리당 친박 의원들이 청와대와 사전 논의 없이 하야설 같은 민감한 문제를 꺼냈겠느냐. 정치인들 말 한마디엔 나름대로의 의미가 담겨 있다. 아마도 청와대가 여론을 떠보기 위해 살짝 흘린 것 아니겠느냐라는 얘기가 많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박 대통령 자진사퇴론의 근거는 무엇일까. 먼저 탄핵이 인용될 경우 박 대통령은 헌정 사상 첫 탄핵 대통령이란 불명예를 얻게 된다. 게다가 관계법에 따라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도 받을 수 없다. 이는 박 대통령 측에서도 탄핵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또 박 대통령의 거취 문제다. 헌재가 탄핵을 인용한다면 그 선고로부터 60일 이내에 대선이 치러진다. 특검으로부터 사건을 이첩 받을 검찰이 이 기간에 박 대통령 수사를 할 가능성은 낮다. 정치적 역풍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둔 전략이라는 말도 나온다. 탄핵 인용보다는 자진 사퇴할 때 보수표의 결집이 더 수월할 것으로 판단했다는 얘기다.
최근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의 재판 태도 등도 그 연장선상에서 풀이된다. 대리인단은 특정 재판관에 대한 기피 신청을 하거나 장외에서 재판의 불공정성을 주장하고 있다. 또 재판관들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재판이 편파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는 박 대통령이 ‘피해자 코스프레’를 활용, 탄핵 심판 전 자진사퇴론의 명분쌓기용 아니냐는 관측과 맞물린다.
전계완 정치평론가는 “자유한국당은 박 대통령이 하야하지 않을 시 정치적 미래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탄핵 심판 이후에 국론이 극심하게 분열되는 상황에서 한국당은 헌재 결정을 부정할 수도 없고 외부에서 태극기집회를 하고 있는 이른바 강경 애국보수 편을 들 수도 없다. 이러한 여러 상황을 예상하고 있기에 탄핵 국면을 넘어서야 한다는 절박성이 보인다. 박 대통령이 탄핵이 됐을 때 오는 후폭풍보다는 정치적 타협의 여지를 남겨 놓는 것이 한국당에 훨씬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김경민 기자 mercur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