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인사’ 서병수 시장 수사 진행도 안해…범털은 놔두고 깃털만 뽑았다
부산지검은 지난 7일 엘시티 비리사건에 대한 강제수사 착수 8개월 만에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12명 구속, 24명 기소. 이 수치가 이날 검찰이 밝힌 발표의 주된 골자다. 얼핏 성과가 대단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범털은 놔두고 깃털만 뽑았다는 지적이다.
부산지방검찰청 청사 전경.
수사 과정은 충분히 기대감을 갖게 했다. 부산지검은 엘시티 특혜비리와 관련해 현기완 전 정무수석, 배덕광 국회의원, 허남식 전 부산시장 측근, 서병수 부산시장 측근 등을 구속했다. 지난해 11월 정기룡 부산시 경제특보 사무실을 시작으로 부산시청을 압수수색했다. 올 2월에는 허남식 전 시장의 사무실과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또한 엘시티 특혜성 대출로 BNK금융지주와 부산은행, BNK증권, BNK캐피탈 등 4곳의 사무실과 성세환 BNK금융지주 회장실, 이장호 전 부산은행장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그리고 엘시티 광고협찬 문제로 차승민 국제신문 사장의 자택까지 훑었다.
이는 엘시티 비리가 정관계·금융권·언론계 등 전 방위에 걸쳐 이뤄졌음을 의미했다. 의혹이 계속 확대되고 관련 보도가 지속적으로 생산되면서 엘시티 사건은 부산을 넘어 전국적인 관심사가 됐다.
하지만 이처럼 많은 관심과 기대를 모은 부산지검의 엘시티 비리수사는 진행될수록 허점과 문제점을 드러냈다. 우선 시청·구청 등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에 불구하고 해당 자치구와 시청 공무원들은 물론, 시·구의원들도 조사를 받지 않았다.
또한 대규모 비리에 관한 수사는 통상적으로 실무담당자를 비롯한 일선 조사를 먼저 진행한 뒤에 구체적으로 몸통이 어디인지를 찾아가는 수순을 밟지만, 이에 비해 엘시티 비리 사건은 성급하게 정황만 갖고 수사를 벌였다. 이에 따라 거의 진술에만 의존했다.
이런 배경으로 허남식 전 시장에 대한 구속 영장은 결국 기각됐다. 특히 이 대목은 검찰이 엘시티 수사를 조속히 마무리 지으려는 출구전략이 아닌가하는 의심마저 샀다.
서병수 시장에 대한 수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점은 더욱 논란거리다. 서병수 시장은 엘시티 인허가 당시 해운대구 국회의원을 지냈다. 이런 까닭에 엘시티 인허가 특혜 과정의 또 다른 핵심인사로 의혹을 받아왔다. 지난 1월에는 서병수 시장의 측근인 정기룡 전 부산시 경제특보가 엘시티 인허가와 설계 변경 건으로 구속되기도 했다.
구속 기소된 서 시장의 최측근인 포럼부산비전 전 사무처장 김 씨의 혐의가 확인된 점도 이런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김 씨는 지난 3일 열린 첫 심리공판에서 총 2억 2700여 만 원의 금품을 엘시티 이영복 회장으로부터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상황이 이런 데도 검찰은 서병수 시장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수사 대상뿐만 아니라 수사의 전체적인 방향이 미흡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검찰은 투자이민제 지정 관련 법무부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의심하는 동부지검에 대한 로비의혹 및 포스코가 책임시공을 하게 된 경위에 대해서도 수사하지 않았다. 다른 무엇보다 엘시티 인허가 특혜 의혹과 BNK금융의 대출비리 의혹을 제대로 밝혀내지 못했다.
검찰이 이처럼 엘시티 수사결과를 중간발표하고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자 비난여론이 들끓고 있다. 부산경실련은 8일 논평을 통해 “명백한 직무유기다. 이번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는 전국적으로 일고 있는 부정부패 청산과 새로운 대한민국을 염원하는 민심을 외면한 것이며, 검찰 스스로가 권력 봐주기 수사에서 벗어나지 못함을 보여준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부산지검은 엘시티 인·허가 특혜와 대출 특혜 등 엘시티 비리에 대해 반드시 전면 재수사해야 한다. 허남식 전 시장에 대해서는 보강수사를 통해 영장을 재청구해야 하고, 서병수 부산시장에 대해서도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성역 없는 수사로 엘시티 비리에 연루된 모든 인사를 조사해 비리 관련자들을 엄중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부산발전연구원 김동기 사무국장은 “용두사미라는 표현마저 과분하다. 내가 이러려고 엘시티 수사결과 지켜봤나 하는 자괴감마저 든다”면서 “검찰이 행여 자신의 팔을 자르는 일이 있더라도 엘시티 비리를 낱낱이 파헤치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