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계 원로 ‘양심선언’…“비리 인사, 아직도 불법 단증 사업”
태권도계 각종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과거 국기원 불법 승(품)단 심사로 형사처벌 받은 태권도계 원로가 관련자들이 아직도 태권도의 명예를 더럽히고 있다며 양심선언에 나섰다. 연합뉴스
양심선언을 하겠다고 밝힌 태권도계 인사는 세계태권무도연맹 총장 김호재 씨(77)로 현재 그는 서울 소재 한 전문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경찰행정학을 가르치고 있다. 김 씨는 과거 20여 년간 국기원 태권도지도자 연수원 학감을 역임하며 8000여 명의 국내외 사범을 배출, 태권도 지도자 양성에 힘써왔다. 지난 2007년 국기원 학감 임기를 마친 김 씨는 태권도 발전에 기여하고자 세계태권무도연맹이라는 사단법인을 설립했다.
이듬해 연맹은 경기도태권도협회와 MOU를 체결, 협회의 심사를 통해 국기원단증 발급 신청을 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당시 협회와 맺은 업무협력협약체결 제안서에 따르면 회의 심사 계획에 따라 연맹 소속 심사 대상자를 접수, 그 대상인원에 대해 연맹이 경기도태권도협회를 통해 단증 발급을 신청 및 처리한다고 명시돼 있다. 태권도 단증과 품증 발급을 위해선 태권도협회 또는 태권도협회와 MOU를 체결한 세계태권도무도연맹에서 승단 심사대회를 개최하고 심사에 직접 참여해 품세와 겨루기 등에서 합격한 사람들에 한해 태권도협회가 국기원에 단증 등 발급을 신청해야 한다.
하지만 2011년 승(품)단 심사에서 응시생 중 직접 심사에 참석하지 않은 인원에 대한 단증이 발급돼 허위조작심사 논란이 일었고, 김 씨는 이 사건으로 2015년 5월 법원으로부터 벌금 5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당시 판결문에 따르면 태권도 관장 또는 합기도 관장 10명은 부천 등지에서 심사 대상자들인 관원들에 대해 형식적인 심사대회를 개최하거나 서류심사만을 거쳐 승단 및 승품 신청서를 세계태권도연맹에 제출했다.
연맹 총재 김 씨와 당시 연맹 사무총장 홍상용 씨(현 태권도타임즈 대표)는 2009년 9월 3일 ‘양주 심사대회’와 2011년 11월 26일 ‘양평군 심사대회’에서 심사 대상자들이 참석해 합격을 한 것처럼 승단 및 승품 심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홍 씨는 심사 대상자들에 대한 심사신청서·심사연명부·채점표 등을 작성해 각각 양주태권도협회와 양평태권도협회에 심사 자료를 교부한 뒤 국기원 심사운영팀에 전달되도록 했으며 이를 통해 심사 대상자들에 대한 단증이 발급되도록 했다.
하지만 김 씨는 당시 불법심사 사건에 대해 억울함을 토로했다. 김 씨는 검찰 조사과정에서 당시 사무총장이던 홍 씨가 불법서류심사를 본 것으로 알게 됐고, 자신은 위법 행위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부인했다. 그는 정당한 MOU를 통해 심사 시행 후 경기도태권도협회에 접수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김 씨는 “검찰 수사를 받으러 가기 전에도 홍상용과 김경덕 당시 양평군태권도협회 회장(현 경기도태권도협회 회장)이 수시로 만나자고 했으며 만날 때마다 ‘대신 죄를 뒤집어 써 주면 모든 벌금이나 이후 벌어질 일에 대해서도 잘 처리하겠다’며 회유를 했다”고 주장했다. 또 “재판 중에도 본인은 무죄를 주장했으나 홍상용은 오히려 재판관 앞에서 본인이 나이가 많아 기억을 잘 못한다는 등 오히려 죄를 뒤집어 씌우려 했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지난달 국기원에 이 같은 사실을 담은 ‘국기원 불법 서류심사 청원서’를 제출했다. 청원서에는 홍상용 대표뿐 아니라 김경덕 회장의 공모 내용이 포함돼 있다. 청원서에 따르면, 김 회장은 협회 돈으로 김 씨의 벌금을 대신 내주라며 홍 대표에게 500만 원을 줬다. 하지만 홍 대표는 이 중 300만 원만 김 씨에게 전달했다. 김 씨는 이후 김 회장을 만나기 위해 수차례 협회 사무실을 찾아갔으나 김 회장이 자신을 만나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태권도신문사를 운영하는 홍 대표가 경기도태권도협회로부터 매월 200만 원을 홍보비 명목으로 받고 있으며 협회 내 ‘비선실세’ 역할을 하고 있다고 김 씨는 주장했다. 지난해 12월 한 태권도 관련 시민단체도 이 같은 내용을 토대로 대한태권도협회와 국기원에 홍 대표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다. 단체 관계자는 “홍상용 대표가 언론사와 시민단체 등으로 포장해 언론사 광고 및 정기구독을 빙자로 국기원, 경기도협회 등 태권도단체로부터 정기 및 수시로 금원을 갈취하고 또 각종 이권에 개입해 태권도 전반을 농단하고 있어 일벌백계로 엄단해 달라며 민원을 넣었으나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편, 경기도태권도협회도 홍 대표 관련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협회 관계자는 “불법심사 건은 당시 협회도 조사를 다 받았고 이쪽에 혐의가 없는 것으로 확인이 된 건”이라며 “(김경덕) 협회장과 관련이 없고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협회와 홍 대표 관계에 대해서도 “전임 박윤국 회장 때 홍 대표와 맺은 MOU계약 때문에 그 말이 나오는 것 같은데 현재 회장과는 상관없고 불법심사 소송하고도 관계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 대표도 과거 불법심사와 관련해 “관행이라 생각하고 저지른 일이더라도 정당화될 수 없지 않나. 그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잘못을 인정하고 법원 판결도 받았다”며 “하지만 경기도협회와 짜고 회유나 종용을 했다는 부분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오래전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누군가 의도적으로 사주를 받아서 그런 건 아닌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협회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사실 그 때 소송 건으로 인해 김경덕 회장과도 관계가 좋지 않다. MOU 체결도 한 달 전 협회 측에 해지 요청을 보냈다”고 일축했다.
김상훈 기자 ksanghoon@ilyo.co.kr
바로잡습니다 본 인터넷 신문 3월 15일자 사회면에 게재된 “태권도계는 ‘비리백화점’? 끝나지 않은 불법심사 비리 의혹” 제하의 기사 중 국기원과 오대영 국기원 사무총장은 무관한 것으로 사실이 밝혀져 이를 바로잡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