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여친 “사실무근” 반박 속…법조계 “때리라고 해서 때렸어도 잘못”
2014년 Mnet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미더머니3>에 출연했던 아이언. Mnet 방송화면 캡처
사건이 세상에 처음 알려진 것은 지난 3월 14일이다. 각종 매스컴의 보도에 따르면 아이언은 성관계 중 여자친구인 A 씨를 마구 폭행해 부상을 입히고, 신고를 하려던 A 씨에게 자해 행위를 보여주며 협박하는 등 상해 및 협박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최기식)를 통한 공식적인 기소 내용은 이렇다. 지난해 9월 21일 오전 7시께 아이언은 서울 종로구 자신의 집에서 A 씨와 성관계를 하던 중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A 씨의 얼굴을 때려 턱에 타박상을 입혔다. 약 보름 뒤인 같은 해 10월 5일에는 헤어질 것을 요구한 A 씨의 목을 조르고 얼굴을 때렸다. 이 과정에서 A 씨는 새끼손가락이 골절되면서 전치 약 5주의 부상을 입었다.
여기에 협박 혐의까지 받고 있는 까닭이 더욱 충격적이다. 헤어지자고 요구한 A 씨의 앞에서 아이언이 자신의 얼굴을 때리고, 식칼로 자신의 오른쪽 허벅지를 그은 뒤 “경찰에 네가 찔러 생긴 상처라고 하겠다”라고 협박했다는 것. 검찰은 이런 아이언의 협박으로 인해 당시 A 씨가 경찰에 신고하지 못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드러난 사건이 여기까지였다면 그리 크게 화제가 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기본적으로 연인 사이의 데이트 폭력이나 성폭행의 영역은 피해자를 감안해 상세한 내용까지는 보도되지 않는다. 게다가 아이언은 톱스타급 연예인도 아니다. 그런데 이처럼 잘 알려지지 않은 연예인의 그저그런 사건사고로 잊힐 듯 잠시 주춤하던 상황에 기름을 들이 붓는 단독 보도가 떴다. 아이언이 직접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 응한 것.
아이언과 단독 인터뷰를 진행한 <스포츠조선>에 따른 아이언의 주장은 이 사건을 단순한 형사 사건을 넘어 ‘가십’으로 소비하기에 충분한 ‘거리’를 제공했다. 피해자인 A 씨의 성벽(성적 취향·性癖)이 이 사건의 시발점이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아이언은 이 인터뷰를 통해 “그 친구(A 씨)의 가장 큰 문제점은 가학적인 성적 관념을 가진 마조히스트라는 점”이라고 밝혔다. 마조히스트는 신체적으로 학대를 받을 경우 성적 만족감을 느끼는 성적 취향을 뜻한다. 아이언은 “(A 씨가) 늘 제게 폭력을 요구했다. 본인은 그래야만 만족을 한다고 했다”고 밝혔다. 현재 검찰이 기소한 상해 부분 가운데 ‘성관계 중의 폭력’은 A 씨의 요구에 따랐을 뿐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또한 자해와 이별 통보 이후 이뤄졌다는 폭력에 의한 상해는 전혀 사실 무근이라는 점도 덧붙였다.
아이언의 이 같은 반박 겸 폭로가 보도되자 A 씨의 SNS는 말 그대로 순식간에 ‘털렸다’. 모델로 활동하고 있던 A 씨의 SNS에는 작품으로 보이는 사진들이 게시돼 있었는데, 이 가운데 다수의 사진들이 가학적 성관계를 암시하는 듯한 구도로 찍혀 있었다. 물론 SNS에 게시된 사진만으로 A 씨가 마조히스트라고 단정 지을 순 없다. 그렇지만 이를 본 네티즌들 가운데에는 “맞는 걸 좋아해서 때려달라는 사람을 때린 게 왜 폭행이냐” “여자 잘못 만난 아이언만 불쌍하게 됐다”며 아이언을 옹호하는 이들도 있었다.
A 씨의 남자친구 B 씨가 SNS에 올린 사건 관련 글. B 씨 페이스북 캡처
A 씨의 현 남자친구라고 밝힌 B 씨는 자신의 SNS를 통해 “아이언의 허위 인터뷰 때문에 피해자의 신상이 낱낱이 공개됐고, 이 때문에 A 씨는 폭행에 이어 사이버 불링(사이버 상에서 특정인을 집단적으로 괴롭히는 행위)까지 당하고 있다. 사건의 논점은 이별통보로 인해 (A 씨가) 폭행을 당했고 협박을 받았다는 것이지, 섹스나 성적 취향 등이 아니다”라며 심한 수위의 모욕에 대해서 법적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건에 대해 현직 변호사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한 성범죄 전문 형사소송 변호사는 “성관계에서 폭력 행위가 발생했음에도 이 사건은 성범죄 사건으로 판단되지 않았는데, 이는 수사기관이 성관계와 폭행을 별개의 건으로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라며 “그렇다면 ‘여자친구가 원해서 폭행한 것’이라는 취지의 아이언의 인터뷰는 자신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느 폭행이나 상해 사건에서도 상대방이 ‘때려 봐’라고 요구해 때렸다고 해서 무혐의로 풀려나지는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또 “다만 정식 재판이 진행될 경우 아이언 측의 이 같은 주장을 재판부가 참작한다면 ‘폭력 행위에 대한 일말의 정당성’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그러나 성적 만족을 위해 폭행했다는 것이 행위의 정당성으로 과연 인정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아이언의 이번 인터뷰는 오히려 자승자박이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아이언의 변호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진솔 측의 변호사는 <일요신문>과의 통화를 통해 “이제까지 보도된 내용은 사실과 전혀 다른 점이 많다. 특히 (A 씨의) 손가락 골절 등의 경우는 아이언의 일방적인 폭력 행사라기보다는 쌍방 간 몸싸움으로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런 점에 대해서는 법정에 가서 명확한 사실을 밝혀낼 것”이라고 반박했다.
반면 A 씨의 변호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세현 측은 17일 보도자료를 내고 “이번 사건의 본질은 피해여성이 아이언의 특정 성행위 요구를 거절하다 보복성 폭행을 당하고 이별 통보를 하자 다시 보복성 상해 및 협박을 당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아이언의 인터뷰에 대해서는 “신고를 막으려는 본인 의도와 달리 피해여성이 고소하고 합의를 해주지 않자 보복 혹은 해명을 위해 이 같은 인터뷰를 한 것으로 보이고 결국 피해여성에게 2차 피해를 끼쳤다”라고 지적했다. 이런 양측의 상반된 주장은 이제 법정에서 그 진실이 가려질 전망이다.
한편 아이언은 2014년 Mnet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미더머니3> 준우승을 거머쥔 실력파 래퍼로 이름을 날렸으나, 지난해 11월 대마 흡연 혐의로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이번 사건 재판을 통해 금고형 이상의 판결이 확정된다면 유예받았던 8개월의 징역형도 추가로 복역해야 한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