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HN주택임대관리 의혹 주목…VVIP 품에 황금거위 안겨준 셈
하나금융은 2014년 7월 16일 자본금 50억 원의 HN주택임대관리(주)를 설립했다. 하나금융의 출자한 이 회사는 은행 폐점포를 활용하는 임대 및 뉴스테이 사업과 연계해 주택임대관리 사업을 한다. 주택임대관리 사업은 의뢰인이 최소한의 토지정보를 제공하면 기획·세무·법무·인허가·금융조달·임대관리·상속증여 등 종합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통합하면서 자연스레 일부 점포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HN주택임대관리의 역할이 충분할 것이라는 판단에서 회사 설립이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런데 HN주택임대관리의 자본금 출자 지분 관계를 뜯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자본금 중 하나금융투자가 14.6%, 하나생명이 5%로 하나금융의 지분율은 20%에도 미치지 못한다. 나머지는 강남건영이 30%, 그리고 개인투자자인 이규식 경신금속 대표가 지분의 50.4%를 보유하고 있다. 다시 말해 HN주택임대관리는 하나금융의 계열사라기보다 한 개인의 회사에 어울린다.
또 2016년 9월에는 HN주택임대관리가 출자해 ‘JT투자운용’이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JT투자운용은 국토교통부 소관의 리츠AMC회사(부동산투자회사)로 주로 임대주택을 지어 임대를 놓고 수익을 거두는 사업을 영위한다. 이 회사의 최대주주 역시 이규식 경신금속 대표다. 하나금융이 출자한 HN주택임대관리와 JT투자운용 모두 이 대표의 회사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JT투자운용 관계자는 “현재까지 프로젝트를 성사시킨 것이 없어서 매출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로 하나금융과 관련된 사업을 하는 HN주택임대관리의 성격상 하나금융의 출자금보다 개인의 그것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사정당국에서는 이에 의심을 품은 것으로 전해진다. 아직 내사나 정식 수사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사정당국은 하나은행과 이규식 대표의 연관성에 미심쩍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경신금속은 방산업체로 하나은행을 주거래은행으로 삼고 있으며 2009년부터 하나고등학교에 매년 일정 금액을 기부하고 있다. 2009년과 2010년 1200만 원을 기부했으며 잇단 영업 손실을 기록한 2014년과 2015년에도 각각 1200만 원씩 기부했다.
경신금속 이규식 대표는 하나금융과 끈끈한 관계를 지속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가 2011년 11월 사단법인 국립중앙박물관회 이사로 선출됐을 때, 당시 하나은행장도 국립중앙박물관회 12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이들의 인연은 각각 회장과 이사직 연임에 성공하면서 계속 이어졌다. 경신금속 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이들이 두 달에 한 번 정도 만나는 모임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또한 2013년 5월 하나은행이 주최한 ‘연평도 하나회관 준공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HN주택임대관리와 JT투자운용 전경사진. 두 기업은 하나은행 서강지점 3, 4층을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금재은 기자
HN주택임대관리의 2014년 매출은 4억 1800만 원, 당기순이익은 1억 3000만 원이다. 2015년 매출은 17억 원, 당기순이익은 8억 1900만 원이며 영업이익률은 25%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3억 6000만 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규모가 크지 않지만 수익은 나는 구조”라며 주택관리 사업에 대해 설명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HN주택임대관리의 지분 30%를 가진 강남건영(주)의 지분법 이익은 2014년 4000만 원에서 2015년 2억 4500만 원으로 훌쩍 증가했다. 개인 차원에서 투자에 참여한 이규식 대표의 경우 배당으로 7500여만 원의 수익을 거뒀다.
금융당국에서는 하나금융 관련 사업을 하는, 하나금융이 출자한 회사의 최대주주가 연관성 없는 개인(이규식 대표)이라는 점에도 의문을 품고 있지만, 하나금융이 HN주택임대관리와 JT투자운용의 존재를 숨기려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법상 지분의 20% 이상을 보유하면 지분법 이익을 기업의 손익계산서에 반영해야 하는데 하나금융은 불과 0.4% 부족한 19.6%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사정기관 한 관계자는 “회계처리를 회피할 목적으로 회계처리 대상이 되는 기준에 조금 못 미치는 정도만 출자한 것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HN주택임대관리에 대해 “단순히 지분을 출자한 회사일 뿐”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현재 HN주택임대관리의 대표이사는 백제욱 전 하나금융 부동산투자본부장이며, JT투자운용의 대표이사는 김정기 전 하나은행 부행장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전 부행장은 지난해 초 연임이 확정됐음에도 한 달 만에 돌연 사퇴해 화제가 된 바 있는 인물이다. 두 회사의 현 대표가 모두 하나금융 출신이라는 점은 “단순히 지분 출자한 회사”라는 하나금융의 해명을 무색케 하는 부분이다. 두 대표 외에 외환은행 본부장 출신의 J 씨 등도 현재 이들 기업에 몸담고 있다. 이 같은 이유에서 두 회사는 전직 임원들 일자리를 챙겨주기 위해 설립된 회사가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경신금속의 대출과 관련해서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 있다. 경신금속이 하나은행에서 받은 장기성 대출은 2014년 24억 원에서 2015년 79억 원으로 55억 원이나 증가했다. 공교롭게도 HN주택임대관리에 출자하던 시기와 겹친다. 이에 대해 경신금속 관계자는 “인천에 있던 경신금속은 기업 부지가 검단신도시로 수용돼 목돈이 필요했다”며 “공장 이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대출이고 현재 상환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HN주택임대관리와 JT투자운용에 출자한 것은 회사와 무관하다”며 “대표 개인의 투자결정”이라고 잘라 말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이 대표가 하나은행 VIP 고객이고 뉴스테이 사업을 하기 위해 지분 출자를 한 것일 뿐”이라며 “하나 출신 퇴직 임원들이 전문성을 인정받아 대표를 맡고 있는 것”이라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