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바협, 단·급 체계적 관리 시동 생활체육 입지 다져
대한바둑협회가 바둑 단·급증 발행을 통해 저변확대 및 지역 단체 재정 자립을 모색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3월 18일 대바협 주최로 열린 ‘단·급 심사위원 설명회’.
[일요신문] 바둑도 태권도가 밟았던 길을 따라갈 수 있을까. 바둑은 전체 스포츠 종목 중에서도 최상위에 해당하는 동호인 인구를 가지고 있지만 정작 이들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동호인 활동을 위한 기본 정보인 기력에 대한 체계적인 구분이 모호한 데다 기존 단·급증 획득의 경우 접근성도 어려워 ‘생활체육으로서의 바둑’을 확립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찍부터 최일선 태권도 도장과 국기원, 대한태권도협회 등을 통해 단증과 급증 발급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온 태권도의 경우 체계적인 동호인 관리는 물론 단·급증 발행을 통해 연간 100억 원에 이르는 재원을 확보, 태권도 종주국으로서의 품격과 위상을 지켜나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사)대한바둑협회가 바둑 단·급증 발행을 통해 저변확대 및 지역 단체 재정 자립을 모색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대한바둑협회 신상철 회장은 최근 “대한바둑협회가 아마 단증을 발급하는 것은 아마추어 바둑계 새로운 역사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국내외 기력의 국제표준 수립을 통해 21세기 바둑 선도국 지위 확보 및 협회와 전국 17개 시도바둑협회의 회원 유치를 통한 예산 및 독립성 확보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발맞춰 3월 18일에는 대한바둑협회 주최로 ‘단·급 심사위원 설명회’가 열렸다. 설명회에는 전국에서 52명의 단·급증 발행 심사위원들이 참석했으며 대한바둑협회 심우상 사무처장이 단급 심사위원의 취지, 방법, 행정사항, 결과보고 등 추후 심사활동에 필요한 제반사항을 설명했다.
이날 교육을 받은 인원은 즉시 심사위원 자격이 인정돼 향후 각 지역 바둑협회와 긴밀한 협력을 통해 아마추어 바둑 동호인들의 체계적인 기력(단급)을 확립하게 된다.
이들 심사위원들은 담당 지역 시도협회의 단급 심사를 전담하게 되는데 본인이 희망하는 지역을 정할 수 있으며 해당 지역 내에서만 심사 활동을 할 수 있다. 심사 방식은 1급 심사위원과 2급 심사위원으로 구분되는데 1급 심사위원은 30급~5단까지의 심사를 담당하며 2급 심사위원은 30급~4단까지의 심사를 담당하게 된다.
이날 설명회에서는 다양한 현장의 의견도 쏟아졌다. 서울의 최계성 위원은 “태권도의 경우 대개 도장에서 1년 정도면 1단 단증을 취득할 수 있는데 바둑은 입문 과정이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다. 따라서 속성으로 단을 취득하는 데 어려움이 있으므로 단·급증 발행을 혁신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하성봉 아마8단은 “태권도, 유도, 검도의 경우 모두 협회에서 단·급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스포츠의 길을 착실히 걷고 있는데 반해, 바둑은 현대 바둑이 시작된 지 60년이 넘도록 겨우 6만 5000장의 단·급증이 발행됐을 뿐이다. 이제부터 아마추어 바둑인들의 기력이 체계적으로 관리된다니 반길 일이다. 이번 단급 심사를 통해 동호인 활성화는 물론 생활체육으로서의 지위도 확고히 구축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사)대한바둑협회는 대한체육회의 권고에 따라 2017년부터 대한바둑협회 및 시도바둑협회에서 주최·주관하는 대회 참가를 위해서는 동호인 등록과 더불어 단·급증을 소지한 자에 한해서만 대회 출전을 허락하도록 했다.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