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스티브 잡스·조지 소로스 직관으로 대성공…자신 믿고 주체적으로 판단하는 연습 필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직관을 잘 활용해 성공을 거둔 유명인사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을 “직관적인 사람”이라고 공공연하게 말한다. 대단한 자신감임에는 틀림없지만, 감이 좋아 부를 이룬 건 사실이다. 그는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노후한 호텔을 인수해 막대한 수익을 챙긴 것으로 유명하다.
1970년대 중반, 트럼프는 뉴욕 중심부인 맨해튼에 버려져 있던 코모도르 호텔에 관심을 보였다. 불안요소가 많고, 부동산 사업을 하던 아버지 또한 반대했으나 ‘입지가 좋다’는 직관에 끌려 매수를 결정한다. 그리고 6년 뒤 그랜드하얏트 호텔로 재개장해 큰 성공을 거두면서, 그는 일약 부동산 재벌로 떠올랐다.
직관형 유명인사를 꼽자면, 억만장자 투자가 조지 소로스를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소로스는 자신의 동물적 감각에 의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믿기 어려울지 몰라도, 그는 “투자할 때 잘못된 결정을 내리면 등에 극심한 통증이 온다”면서 “직감을 믿고 위기를 모면해왔다”고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혁신의 아이콘 스티브 잡스도 직관을 잘 활용한 인물이다. 잡스는 생전에 “가슴과 직관을 따르는 용기 있는 사람이 되라”고 강조했다. 자신이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을 연속적으로 성공시킨 비결 중 하나는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직관을 중시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렇듯 세계적으로 성공한 사람들 가운데는 영감, 육감, 직관에 주목한 이들이 많다. 물론 이들의 직관력은 얼토당토않은 추측과는 다르다. 일본 역사가 가쿠 고조 씨는 “직관은 순간적으로 핵심정보를 파악하여 판단하는 힘으로, 훈련에 의해서 키울 수 있다”고 전했다. 가령 무술에서 육감을 기르기 위해 끊임없이 연마하는 것과 같다. 그는 “단련을 통해 예리해진 감각으로 판단하는 것이 진짜 감이다. 성공한 사람들은 과거의 요소들을 선택적으로 조합해 찰나의 순간 통찰력을 발휘한다”고 지적했다.
감을 발휘하려면, 먼저 사소한 변화를 알아채고 정보를 읽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 인간의 감각은 자각하고 있는 것 이상으로 민감하다. <놀라운 피부>의 저자 덴다 미쓰히로 씨는 인체 중에서도 피부를 ‘제3의 뇌’라고 언급하며 “아직 그 신비가 다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덴다 씨에 의하면, 피부 감각은 ‘케라티노사이트’라는 세포가 관여하는데 이 세포는 단순히 촉각만을 느끼는 게 아니라 색을 식별할 수도 있단다. 그는 “통증이나 온도 외에도 피부가 맛과 냄새, 소리까지 느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인간이 귀로 들을 수 있는 소리 주파수는 2만 헤르츠로 한정된다. 만일 10만 헤르츠의 고주파 폭발음이 울린다면 귀로는 감지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 같은 위험상황에서 놓이면 인간은 본능적으로 몸을 피한다. 덴다 씨는 “공기진동이나 전자파 등 뇌가 지각할 수 없는 정보를 피부가 느끼고 있는지 모른다”고 전했다.
독자적인 신경계를 갖고 있는 유일한 장기 ‘장’도 신비롭다. 장은 뇌의 판단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판단하는 데다 뇌에 신호를 보내는 등 신경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대표적으로 구토하고 싶거나 복통 같은 내장감각은 어떤 위험을 장이 감지했다는 증거일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영어에서 직감이나 육감을 뜻하는 단어가 ‘것 필링(gut feeling)’인데, gut은 장이라는 뜻이다.
누구나 갖고 있는 오감. 그러나 특정 감각이 유별나게 뛰어난 사람도 존재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살고 있는 화가 콘세타 안티코가 그런 경우다. 안티코는 일명 ‘테트라크로머시(Tetrachromacy)’라 불리는 능력의 소유자. 보통 사람은 빨강, 초록, 파랑 3가지 색을 인식하는 원뿔세포 추체를 가지고 있지만, 그녀의 경우 하나가 더 추가된 4가지 추체를 소유하고 있다. 따라서 7가지로 알고 있는 무지개색도 그녀 눈에는 100가지로 보인다. 안티코는 “덕분에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구분하기 쉽고, 얼굴색을 보면 병에 걸렸는지도 알아챌 수 있다”면서 “이게 소위 말하는 육감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또 미각이 탁월하게 발달한 사람도 있다. 흔히 ‘절대미각’이라고 칭하는데, 이런 사람은 맛을 느끼는 혀끝의 버섯유두(Fungiform papillae) 수가 많아 맛에 민감하다. 미국에서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미국인의 25%가 이에 해당된다”고 한다. 참고로 여성과 아시아인, 아프리카인에게서 많이 나타났다. 특히 쓴맛을 잘 느낀다고 하니, 시금치나 커피의 쓴맛이 유독 거슬렸던 사람은 이 능력의 소유자일지 모른다.
감이 좋은 사람은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감보다 통계를 활용해야 유리할 때도 있다. 예를 들어 가위바위보에서 이길 확률은 3분의 1. 일반적으로 처음에는 가위보다 내기 쉬운 바위나 보를 내는 사람이 많다. 실제로 일본에서 1만 건 이상의 가위바위보 데이터를 조사했더니, 처음에 바위를 낸 사람은 35%, 보는 33%, 가위는 32%였다.
요컨대 “통계학적으로 처음에 보를 내면 승리할 확률이 높다”는 얘기다. 무승부가 됐을 경우 2회 연속 같은 패턴을 낼 확률은 고작 22%였다. 즉 보를 내서 무승부가 됐다면, 상대방은 바위나 가위를 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바위를 내면 지지 않는다.
일상에서 ‘공평하다’는 이유로 사다리타기 게임을 곧잘 이용한다. 그러나 여기에도 확률 높은 번호가 있다. 가령 1에서 8까지의 번호 중 4와 연결된 곳이 선물당첨이라 하자. 그럴 경우 당첨과 연결된 선과 가까운 번호일수록 뽑힐 확률이 높고, 멀어질수록 확률이 떨어진다. 다시 말해 4가 확률이 가장 높으며 5, 3, 2, 6번순으로 확률이 점점 낮아진다.
우연히 골랐는데 당첨됐다? 그것은 어쩌면 감이 좋다기보다 경험으로 축적된 데이터를 통해 무의식 중 정답을 골랐을지 모른다. 인지신경과학자 가나이 료타로 씨는 “인간은 무의식 중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고 있다. 뇌가 전부 처리하지 못해 의식 위로 떠오르지 않을 뿐이다. 이런 잠재의식이 필요한 순간 의식의 표면 위로 떠오르는 것이 바로 직관”이라고 설명했다.
바둑을 예로 들자면, 바둑기사는 과거의 기보(棋譜)와 상대의 표정, 분위기 등 다양한 정보를 무의식 속에서 처리한 뒤 번뜩이는 신의 한 수를 둔다. 즉 과거의 경험과 지식, 오감에 의한 정보 등을 종합해 판단하는 것이 직관인 셈이다. 덧붙여 료타로 씨는 “직관력을 키우고 싶다면 먼저 자신을 믿고 주체적으로 판단하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