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빅딜 성사 땐 삼성전자와 격차 확 줄어 ‘재계 2위 굳히기’
공정거래위원회 집계 기준으로 SK그룹(공정자산 163조 원)의 재계 순위는 삼성(350조 원), 현대차그룹(209조 원)에 이어 3위다. 하지만 상장계열사 시가총액(우선주 제외)으로 따지면 SK그룹이 95조 원을 웃돌아 90조 원대 초반인 현대차그룹을 근소하게 앞선다. SK하이닉스가 현대차를 제치고 시총 2위에 오른 덕분이다.
최태원 SK 회장이 도시바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그 배경과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요신문DB
삼성전자의 연간 반도체 매출은 약 50조 원, SK하이닉스는 20조 원이다. 영업이익은 삼성이 13조 원, SK하이닉스가 5조 원대다. SK하이닉스의 D램 점유율은 26.3%로 세계 2위지만 낸드플래시 점유율은 12.5%로 4~5위권이다. 낸드시장에서 격차가 결정적이다.
정체된 D램 시장과 달리 낸드 플래시 시장은 당분간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2015∼2020년 낸드 플래시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CAGR)을 45%로 전망했다. 같은 기간 D램의 성장률이 25%로 예상된 것과 대비된다. 최근 삼성전자 주가 질주의 배경에도 낸드 시장에서의 압도적인 우위가 있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IM)의 영업이익률은 10% 초반이지만,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률은 그 2배가 넘는 26%에 달한다. 영업이익 절대규모도 반도체가 IM보다 많다.
작년 4분기 낸드 시장 점유율을 보면 삼성전자가 37.1%로 1위였고, 도시바가 18.3%로 2위, SK하이닉스는 9.6%로 5위였다. 도시바와 SK하이닉스가 합쳐지면 점유율이 27.9%로, 삼성과 격차를 10%포인트 안쪽까지 좁힐 수 있다.
낸드 플래시 업계에서 도시바의 위상은 강력하다. 낸드 플래시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낸드의 원조이자 3차원(3D) V-낸드 적층기술을 처음 선보인 것도 도시바였다. 재계 관계자는 “사실 국내에서 SK만큼 인수합병을 잘한 그룹은 없다. 유공을 인수해 SK이노베이션을,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해 SK텔레콤을, 하이닉스반도체를 인수해 SK하이닉스로 발전시켰다. 최 회장에게 이번 도시바 인수전 참가는 최초의 해외 인수합병 시도이자 그룹의 위상을 탈바꿈시킬 기회다”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올해 대형 인수합병 건을 앞두고 지난해 그룹 수뇌부에 재무 전문가를 전진 배치했다. 조대식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미국 클라크대 경영대학원 출신으로 SK와 SK C&C 합병, SK머티리얼즈 인수를 주도했으며 커뮤니케이션위원장인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2012년 하이닉스 인수에 핵심 역할을 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역시 그룹 내 전략 기획통으로 손꼽히며, ㈜SK 대표로 전략기획 전문가이자 SK텔레콤에서 최고경영자(CEO)를 거친 장동현 사장을 선임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SK는 올 2월 다우케미칼의 에틸렌아크릴산(EAA) 사업부문을 인수했고, 1조 5000억~2조 원 규모의 중국 상하이세코 지분 인수전도 진행형이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을 넘어 재계 2위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낸드플래시 사업이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최 회장은 이미 지난해 말 총 15조 원을 들여 청주에 낸드플래시 공장을 짓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기술력이다. 도시바 반도체의 자산은 채 8조 원이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인수가는 20조 원대를 호가한다. 게다가 현재 일본 정부는 한국과 중국보다 자국 업체나 미국에 도시바반도체를 넘기고 싶어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높은 가격과 비우호적인 여건에도 최 회장이 인수전에 뛰어든 데는 설령 인수가 어렵더라도 실사 과정에서 핵심기술에 접근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복안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도시바를 인수하더라도 이후 추가적인 설비투자에 10조 원가량은 더 투자해야 한다. 결국 인수대금과 설비투자까지 20조 원이 필요하다. 최 회장 입장에서는 일생일대의 승부수를 던진 셈이겠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SK가 그 엄청난 자금을 어떻게 동원할지 걱정되는 부분이 많다”고 털어놨다.
최열희 언론인
‘갤럭시S8 효과 의문부호’ 삼성전자 주가 어디까지 뛸까? 삼성전자 주가가 210만 원을 넘어서면서 과연 앞으로 얼마나 더 오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증권사들의 목표주가는 이미 250만 원을 넘어 280만 원선에 가 있다. 조만간 300만 원이 나올 것이란 전망도 많다. 하지만 지난해 43%, 올 들어 벌써 24%나 급등한 점을 감안하면 추가 상승을 위해서는 새로운 동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현재 삼성전자 주가를 이끄는 세 가지 동력은 반도체, 스마트폰, 그리고 지배구조다. 반도체 호황은 2019년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특히 차세대 고부가 제품인 낸드플래시에서 삼성전자의 경쟁력은 독보적이다. 시장점유율도 높지만 수율이 뛰어나 수익성이 경쟁사들을 압도한다. 다만 이 같은 기대감은 이미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됐다. 의미 있는 주가 상승을 위해서는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실적이 필요하다. 최근 출시된 새 스마트폰 갤럭시S8은 일단 시장의 호평을 받고 있다. 증권사들은 대체로 갤럭시S8이 전작 갤럭시S7의 판매량(4800만 대)만큼은 팔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무선사업부(IM) 영업이익을 상당 부분 훼손시켰던 갤럭시노트7 리콜 비용도 올해는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갤럭시S8이 삼성전자의 이익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있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갤럭시S8의 국내 판매 가격은 화면과 저장 공간의 사양에 따라 93만 5000원에서 115만 원 범위로, 갤럭시S7 엣지가 92만 4000원(S7 83만 6000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가격경쟁력이 있다”면서 “커진 화면과 메모리 가격 상승, 10나노 적용 프로세서 단가 상승 등을 감안하면 원가 상승 폭이 가격상승폭보다 커 휴대폰 부문의 마진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최근 지주사 전환 연기에도 불구하고 지배구조 이슈는 여전히 긍정적이다. 구속 수감된 이재용 부회장이 주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공격적인 주주환원 정책이 계속 필요하다. 높은 수준의 배당과 지속적인 자사주 매입 소각이다. 그 결과로 나타날 자본이익률(ROE) 상승과 유동 주식 수의 지속적인 감소는 주가 상승 탄력을 더욱 높일 수 있다. 김선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잉여현금흐름(FCF)의 50%를 주주에 환원한다는 게 회사 측 원칙이지만 적정 현금 수준 65조~70조 원을 초과하면 특별환원이 집행될 수 있다”며 “주주환원 정책은 가파르게 강화될 전망이다”라고 말했다. [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