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조 강세 여자조는 뜻밖 부진…일본·대만은 전멸
통합예선전은 본선에 오르기 위한 전 단계 무대다. 몽백합배 본선엔 총 64명이 출전하는데 이 중에서 16장이 전기 우승자와 준우승자, 그리고 국가 시드로 배정되고 나머지 48장의 티켓을 놓고 예선전을 벌이는 것이다. 48장은 다시 일반조 36장과 여자조 4장, 아마추어 4장, 구미(歐美)지역 4장으로 세분화되는데 한국은 이번 통합예선전에 총 100명의 원정대가 서해를 건너 14장의 본선 티켓을 획득했다.
중국의 여전한 강세 속에 여자 기사들의 뜻밖의 부진, 아마추어들의 선전이 화제가 된 몽백합배 통합예선전을 되돌아봤다.
3월 26일부터 30일까지 열린 제3회 몽백합배 예선에서 한국은 14장의 본선티켓을 획득했다.
#아마추어 ‘웃고’, 여자 ‘울고’
기사들의 층이 두터운 중국은 이번에도 절대 강세를 보였다. 출전이 불가능한 구미지역 예선을 제외한 44개조에서 30명이 본선에 올랐다. 한국은 나머지 14장을 가져갔는데 8명이 출전했던 일본은 준결승에서 전멸했고 20명이 출전한 대만은 1명이 결승에 올랐지만 본선 진출자를 내는 데는 실패했다.
한국은 일반조에서 랭킹 순으로 박영훈(4위) 강동윤(9위) 이지현(13위) 나현(15위) 신민준(16위) 강유택(18위) 안국현(20위) 한승주(32위) 한태희(38위) 안조영(40위)이 본선 관문을 뚫었다. 이들은 시드를 배정받은 이세돌 9단, 박정환 9단, 신진서 6단, 최철한 9단과 함께 본선 64강에 출전하게 된다.
반면 ‘4장 중 절반인 2장도 실패’라던 여자조에서는 4장 모두 중국이 가져가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사실 한국에서는 내심 여자만큼은 중국에 비해 우리가 강하다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이번에 완전히 빗나간 셈이다. 자신감의 근거는 한국에서 열리고 있는 여자바둑리그에서 중국랭킹 2위 리허와 쑹룽후이가 각각 2승 5패, 1승 3패로 부진하고 작년 유일한 세계여자 개인전인 궁륭산배를 오유진 3단이 제패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 몽백합배 예선에서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인치 초단, 위페이 초단, 루민첸 3단 등이 티켓을 획득하면서 충격을 줬다. 특히 15세 인치 초단은 오유진 3단, 왕천싱 5단 등 세계적 강호들을 꺾어 세계여자바둑 판도에 새로운 바람을 예고했다.
4장의 티켓이 걸려있던 아마추어 조에서는 한국이 모두 휩쓸어 여자와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아마추어조에 한국은 8명이 도전장을 던졌는데 이 가운데 박종욱, 박상준, 조남균, 문유빈이 본선 티켓을 따냈다. 한국 아마추어는 1회 대회에서도 4장, 2회 2장 등 꾸준히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에 대해 아마바둑 한 관계자는 “우리 아마추어들이 대부분 연구생 생활을 거쳤고, 입단에 실패하긴 했어도 꾸준히 공부를 하고 있기 때문에 거의 프로에 근접한 실력을 갖고 있다고 봐야 한다. 또 내셔널바둑리그 등 아마바둑대회가 연중 활성화되어 있어 예전처럼 대국수 부족으로 인한 기량 하락도 없는 것이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안조영 9단(오른쪽)이 중국 구리 9단을 꺾고 본선에 합류했다.
#몽백합배가 남긴 숙제
한편 이번 몽백합배는 똑같이 통합예선제를 실시하고 있는 삼성화재배나 LG배에 수년째 똑같은 숙제를 안겨줬다.
몽백합배나 신아오배 등 중국 주최 세계대회는 본선 64강전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에 반해 국내 세계대회는 본선 32강 방식이다. 반면 본선 시드는 공히 16장가량 배정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중국 주최 대회는 통합예선에서 48명을 선발하는 반면 우리는 16명밖에 뽑을 수 없다.
몽백합배가 421명이 참가했음에도 경쟁률이 10 대 1이 되지 않는 반면 4월 3일부터 시작된 제22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통합예선전은 그보다 적은 344명이 출전했음에도 21.5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경쟁률이 높다고 좋은 것일까. 그건 아니다. 통합예선전은 철저한 자비 부담 형식이다. 교통비, 숙소, 먹을 것 등 모두 참가자가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 따라서 일정이 길면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몽백합배는 총 48개조로 편성해 조당 8명씩을 배정, 대략 세 번만 이기면 본선에 오를 수 있도록 했다. 반면 LG배는 한 조에 20여 명씩 16개조로 분산 배치돼 다섯 번 연속 이겨야 겨우 본선진출이 가능하다. 이는 같은 방식의 삼성화재배도 별반 다르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기사들의 불만은 클 수밖에 없다. 통합예선전에 참가한 모 기사는 “LG배의 경우 제한시간이 3시간이기 때문에(중국은 대개 2시간) 체력 소모가 훨씬 심한 데도 5일을 휴식 없이 스트레이트로 치러야 한다. 힘들어서 중간에 휴식일을 달라고 요구해도 그럴 경우 외국 기사들이 체재비가 많이 들어 난색을 표한다며 들어줄 수 없다고 한다. 세계대회라면 중국처럼 최소한 64강전은 되어야 한다고 본다. 32강전은 20년 전 방식인데 그동안 한중일 대만 등 기사들이 얼마나 늘어났나. 현 국내 주최 통합예선은 주최측이 대국료나 숙식비는 한 푼도 지불하지 않으면서 일방적으로 홍보효과 등 이익만 챙기는 구조”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통합예선전이 우리 실정과 맞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우리가 중국에 비해 층이 엷기 때문에 본선 티켓도 주최측에서 적절히 배분할 필요가 있는데 통합예선에 선수 선발의 절반 이상을 맡기다 보니 주최국이면서도 중국에 비해 적은 숫자가 본선에 오르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
실제 지난해 LG배 세계기왕전은 한국 12명, 중국 15명이 본선에 올랐고 통합예선전을 통해서는 한국 5명, 중국 11명이 본선에 진출했다. 삼성화재배는 이보다 더 심각해서 통합예선에서 한국이 고작 3명이 본선에 오른 반면 중국은 무려 14명이나 올라 심각한 불균형을 보였다. 결국 삼성화재배 본선엔 한국 8명, 중국 20명이 올라 과연 이 대회가 국내 대회인지 중국대회인지 모르겠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다행히도 LG배는 내년부터 통합예선전 방식을 손볼 예정이라고 하니 좋은 결과를 기대해본다.
제3회 MLILY 몽백합배 세계바둑오픈전의 본선 64강과 32강은 6월 19일과 21일 중국기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대회명인 ‘몽백합’은 대회를 후원하는 가구회사 헝캉(恆康)기업의 제품 브랜드다.
제한시간은 통합예선부터 준결승 3번기까지는 각자 2시간에 1분 초읽기 5회씩이며, 결승 5번기는 각자 3시간에 1분 초읽기 5회가 주어진다. 상금은 우승 180만 위안(한화 약 2억 9200만 원), 준우승 60만 위안(한화 약 9750만 원)이다.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