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한국위원회 1층 매장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는 상가 임차인을 상대로 명도 요구와 손해배상소송 등 법적공방을 벌이고 있다.
[서울=일요신문]박창식 기자= 유네스코 한국위원회가 상가 임차인을 상대로 명도 요구와 손해배상소송 등 법적공방을 벌이고 있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는 불법전대 등 임차계약상의 문제를 이유로 기존 임차인들에게 상가를 비워 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상가 임차인들은 유네스코 한국위원회가 일방적으로 자신들을 내쫓으려 한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이에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는 수십억 원대의 손해배상청구 등 법적공방으로 기존 임차인을 압박하고 있다.
5일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빌딩 임차인 K씨는 일요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권리금 한 푼 못 챙기고 쫓겨나게 돼 앞날이 깜깜하다”며 “최소한이 생존권마저 무시당하고 내 몰리게 되는 현실이 아직도 이 땅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그동안 월 임대료를 꼬박 꼬박 지불했지만 매장 운영자들을 철저히 무시하고 명도소송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의 태도야 말로 전형적인 갑질 중에 갑질”이라고 비판했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와 명도 요구 및 손해배상소송 등 법적공방을 벌이고 있는데 이번 일의 본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이번 사태의 가장 중요한 본질은 임대료 인상을 위한 수단으로 유네스코 한국위원회가 명도를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1층 3개 매장의 월 임대료가 1억5천만원이었으나 일본 기업인 D사를 유치하면서 월 임대료가 2억 7천만원으로 대폭 인상됐다. 이는 임대료가 무려 두 배 가까이 인상된 것이다.
이처럼 임대료가 대폭 인상된다고 하더라도 현재 매장 전차인들도 이를 충분히 수용할 수 있다. 하지만 임대차 계약 만료 8개월 전 기존 매장 사용자들과는 제대로 된 협의 및 상의 없이 제3자에게 미리 계약을 체결해 놓고 뒤늦게 해지통보를 했다.
최소한 임대료 인상안에 대한 수용 여부를 기존 매장 사용자들과 충분히 대화하고 의사를 타진해 본 후 임차인들이 이를 수용하지 않았을 때 다른 임차인을 찾았어야 마땅하다. 임대차 계약 만료 8개월 전에 일본기업인 D사와 계약을 마무리했다면 그보다 훨씬 전부터 새로운 임차인을 찾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직영점을 유치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외부기관에 컨설팅을 의뢰해 임대차 방안 중 직영점을 유치하는 것이 좋겠다는 용역결과보고서를 작성한 것은 법적인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라고 생각한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가 명도하려는 매장은 한 매장당 권리금이 10억원을 호가할 수도 있다. 3개 매장이면 무려 30억원에 달하는 큰 액수다. 기존 매장 사용자들에게 권리금을 받지 못하게 원천 차단하고 일본기업인 D사가 권리금 없이 입점하게 만든 것은 실로 엄청난 특혜가 아닐 수 없다. 과연 이렇게 큰 특혜를 D사에 안겨 주는 의도가 무엇인지 의심스럽다.
전대차가 이번 명도소송의 본질이라는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의 주장은 거짓이다. 전대차는 전 관리팀장의 구두 동의하에 이루어 졌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소송에 앞서 2016년 9월 명도소송을 통해 스킨푸드의 A씨를 내보내고 이니스프리 직영점을 유치했다. 잇츠스킨 B씨는 임차인 본인이 직접 영업을 하고 있었지만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는 명도소송을 진행했다. 모든 것이 일본기업인 D사를 유치하고자 했다는 의혹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임차인의 입장에서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에 원하는 것은?
생존권을 박탈 당하고 길거리로 내쫒길 위기에 처해 있다. 현재의 매장에서 지속적으로 영업을 하고 싶다. 임대료는 일본기업인 D사의 임대료 조건을 모두 수용할 수 있다. 오히려 D사보다 더 많은 임대료를 지급할 용의도 있다. 매장에서 영업만 할 수 있도록 간곡히 요청하고 있다. 영업만 계속할 수 있다면 어떠한 조건도 수용하겠다.
▲매장 철수 시 피해 사항은 어느 정도인가?
매장에서 쫓겨난다면 엄청난 재산상 피해를 입게 될 수밖에 없다. 권리금을 받지 못하게 되면 막대한 인테리어 비용을 회수할 방법이 없다. 투자비용을 한 푼도 건지지 못하게 되는 최악의 상황이다. 지속적으로 영업을 하지 못하게 됨에 따라 앞으로 어디서 무엇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해야 할지 고민이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눈앞이 막막하다.
사드 문제 때문에 지금도 매출 감소에 따른 손실을 보고 있는데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는 아랑곳 하지 않고 무책임하게 내쫓으려고만 하고 있다. 한 달 내내 열심히 영업해 올린 수익금을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에 월 임대료로 내고도 손해를 입을 수 있는 리스크에 노출되어 있는데 전혀 보호 받지 못한다는 사실에 비애를 느낀다.
명도소송 대상 매장들은 우리나라 토종 화장품 브랜드의 안테나숍 기능을 하고 있기 때문에 개인뿐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손실일 수밖에 없다. 일본계 기업인 D사를 유치하고 기존 상인들을 내쫓는 것이 상식에 맞는지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이번 일을 두고 건물주의 `갑질`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는 공적인 기관이다. 일반 개인이 건물주라고 하더라도 이렇게 힘없는 약자들을 내쫓지 않는다. 그동안 월 임대료를 꼬박 꼬박 지불했지만 매장 운영자들을 철저히 무시하고 명도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태도야 말로 전형적인 갑질 중에 갑질이라고 생각한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가 있다는 웃지 못할 얘기가 있다. 임차인의 입장에서는 임대인이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거나 다름없다. 이처럼 절대적이고 우월적인 지위를 갖고 있는 임대인이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명도소송을 진행하는 것은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으면 죽을 수도 있다는 말처럼 힘없는 약자의 피해는 상상을 초월하게 된다. 사업의 연속성과 안정적인 영업환경 조성을 위해서는 법과 제도를 보완해 이와 같은 일들이 자행되는 갑질을 원천적으로 차단시키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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