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도시공사가 개최한 제2회 대학(원)생 건축설계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오른쪽부터)인하대 건축공학과 석사과정 신문호, 김상균, 조웅희 씨.
[인천=일요신문]박창식 기자= 인천시 부평구 부평 2동에는 ‘삼릉(三菱)’이라고 불리는 곳이 있다. 이곳엔 지붕하나를 두고 칸칸이 공간을 나눠 80채 ‘집’을 만든 이른바 ‘줄 사택’이 자리한다. 일제강점기 미쓰비시 공장에서 착취당해야 했던 노동자들이 몸을 뉘었던 곳. 16.5㎡ 남짓한 방에 8~12명이 생활했다. 일본어 미쓰비시(三菱)을 그대로 우리말로 옮겨와 동네 이름이 됐다.
인하대학교 건축공학과 석사과정의 신문호, 김상균, 조웅희 세 사람은 이 공간을 다른 눈으로 바라봤다.
‘거주와 공유’가 열쇠다. 지금도 폐허와 같은 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새로운 집을 지어줄 수 있을까 고민했다.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 번쩍번쩍한 건물보다 줄 사택 건물 외형을 참고삼았다. 그곳에는 현재 16세대가 살고 있다. 1, 2인 가구에 노인들이 대다수다. 이들은 당장 주민들이 살 수 있는 집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삼릉 7천 여㎡에 달하는 동네 전체를 살리는 건축물을 설계해보자고 했다.
그렇게 만든 공간이 ‘나눔 sharing’이다.
4층 건물에 1층은 주차 공간이다. 2층과 4층에는 각각 방 8개 씩 모두 16개를 배치했다. 두 곳이 서로 마주보는 구조다. 방 하나 당 크기는 17㎡로 침실과 화장실로 나뉘어있다. 3층은 공유한다. 거실 등 공동 공간으로 158.5㎡을, 부엌 54.6㎡는 함께 사용한다. 층과 층 사이 공간과 공간 사이에 창고와 작은 도서관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자리도 마련했다. 이렇게 구성된 건물 한 동은 주거 목적에 따라 변형해 연달아 지을 수 있다.
삼릉에 새로운 주거 형태를 제안한 이들은 최근 인천도시공사가 개최한 제2회 대학(원)생 건축설계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공모전 주제는 ‘공간을 통한 관계의 공유, 가치의 공유 및 삶의 공유’가 가능한 새로운 형식의 주거 탐색이다.
나눔 sharing은 방치된 미쓰비시 공장 줄 사택 대지를 다른 모습의 마을로 구성한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들이 설계한 작품은 인천도시공사가 인천발전연구원과 함께 진행하는 공공주택 모델 개발에 참고 사항으로 활용된다.
신문호 씨는 “공모전 주제에 맞는 장소를 찾던 중 줄 사택 대지가 눈에 들어와 이곳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다른 동료에게 자문을 구해 동네에 어울리는 공간을 만들게 됐다”며 “두 달 여 간 셋이 함께 그곳을 드나들면서 개개인에게 필요한 침실과 화장실을 제외한 다른 공간을 서로 공유하는 방법이 어떤 것이 있을까, 동네 풍경을 거스르지 않는 건축물은 어떤 것이 좋을지 고민한 결과가 나눔 sharing이다”고 말했다.
이번 공모전은 지난 1월2일부터 1월16일까지 참가 신청을 받아 3월31일 최종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원과 비평가, 건축가, 교수 등 외부위원 8명이 사전심사와 본 심사를 거쳐 당선작을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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