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파들의 전쟁 부글부글
일부 계파는 지지세력 분산을 방지하고자 벌써부터 자파 예비 후보자를 상대로 단일화를 조율하고 있는가 하면 5장의 ‘티켓’ 확보를 위해 경쟁 계파와의 전략적 연대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1인1표제인 당 대표 경선과는 달리 최고위원 경선은 1인2표제로 실시된다는 점도 계파 간 합종연횡을 부추기고 있다. 여성 후보가 최고위원 다수 득표자 5위 안에 들지 못할 경우 당 대표가 1인을 지명해 최소한 1명 이상의 여성이 최고위원회에 포함되도록 돼 있어 남성 후보들 중 실질적으로 4명만이 최고위원 자리에 앉을 수 있다.
현재 최고위원 경선에는 10여 명이 넘는 인사들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다. 손학규계 송영길 의원, 구 민주계 김효석 의원과 김민석 최고위원, 김근태계 문학진 의원, 재야파인 조성우 새정치국민운동본부장, 친노그룹 안희정 씨 등은 출마 의사를 굳힌 상태다. 손학규계 김부겸 의원과 설훈 전 의원, 정동영계 박영선 최고위원, 김근태계 이목희 의원, 구 민주계 박주선 의원과 정균환 최고위원, 재야파 유선호 의원, 친노그룹 조경태 의원, 무계파인 김진표 의원 등도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최고위원 경쟁이 평균 3 대 1을 웃돌 것으로 예상되자 각 계파는 자파 후보 간 단일화 작업과 함께 경쟁 계파와의 ‘합종연횡’ 전략을 강구하고 있다. 지도부 진출을 위해선 ‘적과의 동침’도 불사해야 한다는 현실론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당 대표 레이스는 정세균 추미애 의원과 정대철 고문 간의 치열한 3파전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 천정배 의원이 출마 여부를 고심하고 있어 4자 구도로 전개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현재까지는 손학규 공동대표를 중심으로 한 신주류 측과 386 소장파의 지지를 얻고 있는 정 의원이 ‘대세론’을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대의원들의 표심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지역위원장에 신주류 측과 소장파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는 사실도 이러한 분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실제로 <일요신문>이 확보한 ‘민주당 지역위원장 현황’(6월 3일 기준)에 따르면 현역 의원과 4·9 총선 낙선자 중 득표율이 좋은 118명이 지역위원장으로 인준을 받았는데 대부분이 신주류와 소장파인 것으로 확인됐다. 인물난을 겪고 있는 구 민주당계나 정동영계, 친노그룹 등이 약진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는 게 당 관계자들의 전언.
추·천 의원과 정 고문 간의 ‘3자 연대론’이 가시화되고 있는 배경에도 ‘정세균 대세론’ 확산에 따른 위기감과 어떻게든 당내 지분을 더 많이 확보하고자 하는 계파 간 생존전략이 투영돼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의 향후 당권 및 주도권 향배를 좌우하는 최대 변수로 부상한 계파·후보 간 합종연횡 소용돌이에서 과연 누가 웃고 누가 울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