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빙 ‘한철 장사’ 한계 드러내…쥬씨도 노른자 매장 빼곤 ‘덜덜’
2014년까지 공격적으로 가맹점을 늘리던 디저트 카페 설빙은 최근 몇 년간 가맹점 수가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사진=설빙 홈페이지 캡처
2013년 8월 ‘코리안 디저트 카페’라는 이색적인 콘셉트를 가지고 등장한 설빙은 대표 메뉴 ‘인절미 빙수’를 시작으로 단시간에 대중적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 정보공개서에 따르면 2013년 매장수가 33개에 불과했던 설빙은 출범 1년 만에 482개로 늘며 가파른 성장곡선을 그렸다. 매출액과 당기순이익 역시 1년 만에 2배 이상 뛰었다.
그러나 성장 가도는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2014년 200억 원이 넘던 매출액은 2015년 122억 원으로 떨어졌고 122억 원이 넘던 당기순이익은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11억 원까지 내려갔다.
빙수의 특성상 성수기인 여름철과 비수기인 가을·겨울철의 매출 격차가 너무 컸다. 반짝 인기를 자랑하고 내림세로 접어든 ‘대왕카스테라’, 철판 아이스크림 등이 그렇듯, 신선했던 메뉴가 익숙해지고 유사 브랜드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전형적인 계절 장사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설빙은 여름철 매출이 다른 카페에 비해 워낙 크기에 상대적으로 겨울 매출이 저평가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매장의 겨울철 평균 매출을 묻자 “기업의 비밀 정보가 노출될 수 있어 공개가 곤란하다”고 밝혔다.
겨울철 매출 하락을 해결하고자 티라미수 설빙, 딸기 빙수 등 시즌 한정 메뉴들을 선보이고 있고 호응도 있는 편이지만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설빙 관계자는 “매장 수는 2015년까지 480여 개, 2016년 470개, 현재 452개”라고 밝혔다. 가맹사업법 위반으로 지난해 6월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은 후 가맹점 수를 거의 늘리고 있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겨울을 지나며 가맹점이 줄어든 셈이다.
반면 2015년 가맹사업 이후 지난해 가맹점 800호점을 돌파한 쥬씨는 계속해서 규모를 늘려나가는 추세다. 쥬씨 관계자는 “현재 820여 개의 가맹점을 운영 중이며 지난해 매출도 재작년에 비해 크게 늘었다”며 “지난해에는 건강차, 라떼 6종 및 팔팔 핫도그 등 겨울 메뉴 개발을 통해 매출 감소에 대비했다”고 말했다.
쥬씨는 매년 가맹점 수가 늘고 있지만, 겨울철 매출 급락으로 개별 가맹점주들의 시름은 계속되고 있다. 사진=박혜리 기자
성수기와 비수기의 매출 격차를 묻자 이 관계자는 “윤석제 대표가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운영한 개인 매장은 성수기와 비교하면 비수기 매출이 20~30% 줄었다”며 “겨울을 딱 두 번 겪은 신생 브랜드이기에 앞으로 더 나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점주들은 장사가 유독 잘되는 극소수 매장을 제외하고 대부분은 한철 장사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는 변함이 없다고 토로한다. 가맹점 사업으로 본사는 몸집이 커지고 있지만, 가맹점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픈형 매장이라 겨울철에는 불리하다는 불만도 여전하다.
서울에서 쥬씨 매장을 운영 중인 한 가맹점주는 “신메뉴를 개발했다고 하지만 간판이 쥬씨다 보니 당연히 쥬스를 찾는 고객들이 대부분”이라며 “비수기 매출이 성수기의 20~30% 수준이라 잡다한 비용을 생각하면 차라리 겨울 한두 달 문을 닫는 게 낫다”고 말했다.
한 창업 전문가는 “본사에서는 가맹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시즌 메뉴 개발 등으로 비수기에 대비할 수 있다고 하지만, 비수기 매출은 성수기의 30% 수준”이라며 “관심도가 초기보다 많이 떨어졌지만 미투 브랜드들이 많이 생겨난 것도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쥬씨는 소형 매장이지만 1층이라 임대료 부담이 크고 설빙은 2층도 가능하지만, 매장 크기가 커서 역시나 임대료가 만만찮다”며 “쥬씨와 설빙 모두 선두 브랜드로 창업 시 이점이 크지만, 계절 장사의 한계 역시 크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혜리 비즈한국 기자 ssssch33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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