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아닌 성수기…밀물 이후 썰물 클 수도
올해 상반기 여행 수요가 늘며 항공사와 여행사가 높은 실적을 달성하고 있다. 일요신문DB
여행·항공사 호황의 원동력은 무엇보다 여행객의 증가다. 법무부 출입국 통계에 따르면 2016년 내국인 출국자 수는 전년에 비해 15.7%, 외국인 입국자는 30.4%(2017년 2월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월보) 각각 증가했다. 전체 출입국자 수로 보면 전년 대비 23% 늘어났다. 특히 최근 5년간 출국자 수가 연평균 13.7% 증가했을 만큼 해외여행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업계에서는 여행객 수 증가는 세계적 추세라고 말한다. 여행업이 잘 되는 이유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조치로 여행·항공업종이 직접적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는 달랐다. 지난 4월까지 국내 대형 여행사들의 올해 실적은 되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공항 여객수송지표에 따르면 인천공항의 3월 여객수송은 488만 명으로 전년보다 11.6% 증가했다. 비록 중국 노선이 16% 감소했지만 동남아·중동 등에서 19% 이상 성장했다. 여행 수요가 늘어나면서 여행사 매출도 상승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상위 여행사인 하나투어의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10~20%, 모두투어는 20%가량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됐다.
사드 악재로 중국인 관광객이 줄면서 외국인 여행객을 대상으로 국내 여행상품을 알선하는 중소 여행사들이 큰 타격을 입었다. 연합뉴스
항공사 상황도 마찬가지다. 여행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항공사의 특성상 여행객이 늘어나며 여객운송은 물론 화물수송 실적도 크게 증가했다. 인천공항의 3월 화물수송량은 26만t으로 전년 대비 11.7% 증가했다. 항공사 한 관계자는 “연휴가 많은 해라 여행계획이 없던 사람들도 여행을 떠나려 해 항공권 예약마저 어려운 실정”이라며 “올해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 같은 호황은 아웃바운드(내국인에게 해외여행 상품을 알선하는 사업)를 위주로 하는 대형 여행·항공사의 이야기다. 인바운드(외국인 여행객을 대상으로 우리나라 여행 상품을 알선하는 사업) 여행사들은 중국 정부의 ‘한국여행금지령’의 직격탄을 맞아 휘청거리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여행객 중 중국인 여행객이 50%가량 차지하는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지난 3월 15일 한국 여행상품 판매 금지에 나선 이후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인은 개별비자를 발급받거나 비즈니스 목적의 방문객이 대부분이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을 주 고객으로 하는 중소 인바운드 여행사의 매출이 급격하게 감소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국내 대형 여행사들도 인바운드 사업을 하지만 주로 아웃바운드 사업을 전개하기 때문에 인바운드 사업의 손실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국내 1위 여행사인 하나투어는 아웃바운드 사업 부문이 회사 전체 매출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모두투어 역시 전체 매출의 91% 이상이 아웃바운드에서 나오고 있다. 한국여행업협회(KATA) 관계자는 “상위 여행사는 아웃바운드 영업을 위주로 해 타격이 없다”면서 “하지만 소규모 인바운드 여행사는 실적 악화로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중국의 보복 여파가 장기화되면 대형 여행사라 할지라도 결국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또 올해처럼 상반기로 여행 수요 쏠림 현상이 심하면 10월 이후 여행 수요가 감소할 수 있어 현재 호황에 심취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여행사 한 관계자는 “1분기까지는 자연재해나 경영 위기 등 글로벌 악재가 없어 실적이 좋았다”며 “전례에 비춰봤을 때 성수기나 긴 연휴 뒤에 여행 수요가 크게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
“집도 절도 판다고? 사실무근” 하나투어 면세점사업 부진에 각종 설 난무 하나투어가 황금알로 여겨 진출한 면세점 사업이 실적부진에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하나투어의 에스엠면세점은 2016년 940억 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영업 손실이 279억 원이나 났다. 애초 면세 사업에 뛰어들며 본업인 여행업과 시너지를 내 사업을 키워가겠다고 자신 있게 전망했던 것과 달리 매출이 부진하고 영업 손실을 면치 못하고 있다. 면세업계는 서울시내 면세점이 우후죽순 들어서며 경쟁이 심화된 데다 매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 관광객이 감소하면서 실적 악화가 불가피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신규 면세 사업자로 선정된 호텔신라, 신세계, 한화 등 대기업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 중소 면세점인 에스엠면세점이 단기간에 실적 악화를 타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에스엠면세점의 82.54%의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 하나투어가 면세점 지분을 매각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IB업계에서는 심지어 하나투어의 지분 매각설까지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31일 최현석 전 하나투어 부회장이 부회장직과 등기임원에서 퇴임하면서 매각설에 더 힘이 실렸다. 최 전 부회장은 박상환 하나투어 회장, 권희석 수석부회장과 함께 하나투어 창립멤버로 지금까지 회사를 이끌어 왔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다양한 설들이 나오는데, 에스엠면세점 지분 매각과 관련해 논의 중인 사항이 없고 하나투어 경영권 매각 역시 사실이 아니다”며 “다만 신사업을 추진하는 데 투자금 마련 차원에서 재무적 투자자를 구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