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에 이어 김덕룡 가세…문 측 “원하는 모든 역할 맡기겠다”
영·호남 민주화세력이 결합했다. 5·9 대선을 20여 일 앞둔 4월 19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상도동계 좌장인 김덕룡(DR) 김영삼민주센터 이사장과 고 김영삼 전 대통령 차남 김현철 국민대 특임교수를 껴안았다. 이른바 ‘남부민주벨트’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9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상도동계 좌장인 김덕룡 김영삼 민주센터 이사장과 국민통합을 위한 대화의 시간을 가지고 있다. 이 자리에서 김 이사장은 문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사진=박은숙 기자
문 후보와 김 이사장은 이날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만나 동서 화합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1990년 3당 합당 이후 각자도생한 상도동계와 동교동계가 27년 만에 의기투합한 것이다.
문 후보는 이와 관련해 “보수·진보를 뛰어넘어 합리적이고 개혁적인 중도보수까지 다 함께하는 국민 대통합 시대의 출발”이라며 큰 의미를 부여했다. 김 이사장도 “국가대혁신과 사회적 대타협, 확고한 국가안보와 통일에 대한 국론통일을 위해 보수·진보, 지역, 세대를 아우르는 ‘통합국민회의’를 구성해 국민대통합의 길을 열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김 이사장은 문재인 선대위의 ‘대한민국위원회’라는 신설 조직 상임위원장을 맡는다. 이로써 문 후보는 최대 변수인 부산·울산·경남(PK) 지지율 제고는 물론, 합리적 보수진영까지 안는 외연 확장을 꾀할 수 있게 됐다.
그간 김 이사장은 민주당뿐 아니라 국민의당으로부터 강한 러브콜을 받았다. 안철수 대선 후보와 박지원 대표가 김 이사장 러브콜에 나섰다. 물밑에서 선대위 상임고문직을 제안했다. 국민의당은 4월 14일 김 이사장 영입 명단을 발표하려고 했으나, 막판에 빠졌다. 한때 김 이사장이 국민의당 쪽으로 기울었다는 얘기가 돌았다.
그러나 종착지는 안 후보 반대편인 문재인 선대위였다. 1987년 6월 항쟁을 이끌었던 ‘민주화추진협의회’(민추협) 시절 YS(김영삼 전 대통령)을 따르던 막내 그룹의 정치적 생환을 위해 김 이사장이 문 후보로 튼 것으로 알려졌다. 문 후보가 같은 당 김영춘 의원에게 김 이사장 영입을 맡긴 이유도 이 때문이다. 김 의원은 YS계 문하생이다.
김 이사장의 ‘문재인 지지’에는 문민정부 출범 이후 시나브로 꺼져가던 상도동계의 정치적 부활을 꾀하려는 고도의 전략이 깔렸다는 얘기다. YS 차남 김현철 국민대 특임교수는 이미 문 후보를 지지한 상황이었다.
문 후보 측이 ‘원하는 모든 역할을 맡기겠다’며 십고초려한 것도 한몫했다. 문 후보 측은 계획에 없던 선대위 조직을 신설했다. 선대위 상임고문 역할에 한정한 국민의당과는 대비된다. 김 이사장 측 관계자는 “문 후보 측의 제안이 국민의당보다 좋았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 측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당 내부에선 “김현철 때문에 김 이사장을 놓쳤다”라는 반응이 나왔다. 국민의당도 김 교수 영입을 검토했지만, 한보 비리 등 부정적 이미지 탓에 반대 기류가 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양순필 부대변인은 김 교수를 향해 “한보 비리로 실형을 받은 YS정부의 최순실”이라고 꼬집었지만, PK 공략과 문 후보 공격 수단으로 삼으려던 당초 구상은 물거품이 됐다.
윤지상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