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더멘털 튼튼하고 높은 배당도 매력이지만…
내달 생보업계 5위인 ING생명이 상장할 예정이다. 이번에도 기대는 크다. 기업 펀더멘털이 그동안 상장됐던 생보사들과 다르다는 평가가 많다. 용두사미의 저주를 피해갈 수 있을지 관심이 높다.
생보사들의 상장 당시 주당 공모가를 보면 2009년 10월 동양생명이 1만 7000원, 2010년 3월 한화생명이 8200원, 5월 삼성생명이 11만 원, 7월 미래에셋생명이 7500원이었다. 현 주가는 동양생명 1만 원, 한화생명 6000원, 삼성생명 11만 원, 미래에셋생명 5800원가량이다. 단 한 곳도 공모가를 웃돌지 못한다.
다음달 상장을 앞둔 ING생명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 중구 ING생명 본사. 일요신문DB.
여러 가지 분석이 가능하지만, 외국인 지분율이 낮은 것이 공통점이다. 삼성생명 15.7%, 한화생명 14.5%, 동양생명 10.7%(최대주주인 중국 안방보험 지분 제외), 미래에셋생명 10% 선이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업공개(IPO) 사례를 보면 대부분 공모가가 꽤 높다. 주간사는 공모가 대비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받는다. 기업가치를 다소 부풀리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생보사들이 부진한 이유는 또 있다. 낮은 경영 신뢰도다. 최근 보험업계의 최대 화두는 2021년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으로 보험 계약자에 돌려줘야 할 보험금(부채)의 시가 평가다. 그동안 부채를 현재 가치가 아니라 과거 가치로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뜻이다. 외국인들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회계처리 방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투자자 입장에서는 보험부채의 시가 평가가 일반적인데 우리 생보사들은 그렇지 않다 보니 재무제표 자체를 믿을 수 없다는 인식이 강하다. 특히 최근 저금리 상황이 지속되면서 과소계상의 폭이 더 커졌다. 부채가 늘어나면 지급여력비율(RBC)은 떨어진다. 그만큼 자본을 더 늘려야 한다. 결국 국내 생보사들은 자본 확충 필요성이 크고, 그에 따른 주가 희석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5월 상장되는 ING생명은 그동안 상장됐던 곳들과 다르다. 2013년 네덜란드 ING생명이 MBK파트너스의 사모펀드인 라이프투자유한회사에 지분 100%를 매각했지만, 부채 과소계상의 주범으로 꼽히는 6% 이상 고금리 확정금리 상품 위험노출도가 10%로, 30%를 넘는 다른 회사보다 낮다.
ING생명의 RBC는 319%로 업계 1위인 삼성생명(302%)을 앞선다. IFRS17에 대비하기 위해 금융당국에서 실시한 부채적정성평가(LAT)를 반영한 예상 지급여력비율에서도 ING는 292%를 보이며 국내 생명보험사 중 가장 높다. 자본 확충 걱정이 적고, 회계정보 재해석에 따른 불편함도 상대적으로 적은 셈이다.
배당 매력도 독보적이다. 지난해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의 배당성향은 각각 23%, 19.1%다. 자본 확충을 이유로 전년보다 배당을 줄였다. 반면 ING생명의 지난해 배당성향은 58%다. 공모가밴드 기준 시가배당률이 5.09~6.47%에 달한다. ING생명은 상장 이후에도 50% 이상의 배당을 약속했다.
영업도 안정적이다. 지난 3년간 ING생명의 연납화보험료(연간 신계약 보험료)는 25.6%의 증가율을 보였다. 같은 기간 삼성 0%, 한화 9%, 미래에셋 17%, 동양 23%보다 월등하다.
문제는 공모가다. ING생명은 지난 14일 신고한 투자설명서에서 공모가밴드로 3만 1500원~4만 원을 제시했다. 2013년 라이프투자유한회사가 인수할 때 주당가치는 2만 2439원(액면분할 반영해 환산)이다. 이번 공모가밴드는 이보다 40~78% 높다. 5년 새 과연 그만큼 기업가치가 상승한 것일까.
2013년 말 ING생명의 부채는 21조 7054억 원(보험부채 14조 9521억 원), 자기자본 2조 1875억 원이다. 이해 영업수익(매출)은 2조 7833억 원, 세전이익은 2518억 원이다. 지난해 말 부채는 26조 5213억 원(보험부채 19조 8778억 원), 자기자본 4조 1474억 원이다. 영업수익은 4조 2657억 원, 세전이익은 3151억 원이다. 3년 전보다 자기자본 89.6%, 매출 53.3%, 세전이익 25%가 높다. 성장 추세만 보면 공모가가 크게 높은 수준은 아니다.
또 다른 변수는 20조 8620억 원(2016년 말 기준)에 달하는 보유 채권이다. 채권은 시장금리가 오르면 가격이 떨어진다. ING생명은 2015년 말 이들 채권을 만기보유금융자산에서 매도가능증권으로 재분류했다. 만기 시 가치로 반영하던 기준을 시장금리에 따라 가격 변화를 반영하기로 기준을 바꾼 것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계속돼 국내 금리가 오르면 이 채권자산 가치가 하락하고, 이에 따른 평가손실을 당기손익에 반영해야 한다. 현행 제도상 다시 기준을 만기보유금융자산으로 바꿀 수 있는 시점은 내년 1월 1일이다.
이밖에 최대주주 변경 가능성 여부도 변수다. MBK는 이번 기업공개로 1조 8400억 원의 인수대금 가운데 최소 1조 550억 원(공모가 하단), 최대 1조 3400억 원(상단)을 회수할 수 있다. 남은 지분 60.15%의 지분가치만 최대 1조 9400억 원에 달한다. 이대로만 팔아도 투자차익이 1조 4400억 원에 달한다. 수익률로는 78%(누적)다. 배당수익까지 감안하면 100%를 넘어설 수 있다. 매각 시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받는다면 수익률은 더 높아진다. MBK 입장에서는 주가관리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최열희 언론인
삼성전자 주가 더 오를까…자사주 매입 초반 노려볼만 삼성전자 주가 상승세가 주춤하다. 1분기 호실적에 따른 2분기 추가실적 개선 기대감과 갤럭시S8 출시에 따른 효과가 미미한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그간 주가 상승폭이 워낙 가팔랐던 데다 차익매물 소화제 역할을 한 자사주 매입이 종료된 점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그런데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 패턴을 잘 분석하면 수익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최근 1년새 종료된 삼성전자 자사주 매입 결과를 분석해봤다. 2016년 1월 29일~4월 14일 2100만 주를 취득했다. 주당 평균 취득가는 122만 7373원이다. 시작일 종가는 115만 원, 종료일 종가는 130만 원이다. 시작일에 샀다면 13%의 수익이 가능했다. 2016년 4월 29일~7월 12일 또 130만 주를 사들였다. 주당 138만 3382원 꼴이다. 시작일 종가 124만 5000원, 종료일 종가 146만 4000원. 시작일 대비 종료일 주가 차이는 17.6%다. 2016년 7월 29일~9월 26일 주당 평균 159만 7429원에 99만 주를 취득했다. 종료일 주가는 156만 8000원으로 시작일 종가 153만 9000원보다 1.9% 움직였다. 가장 최근인 2017년 1월 25일~4월 10일 주당 평균 200만 9636원에 102만 주를 매입했다. 종료일 종가는 209만 7000원으로 시작일 종가 197만 원보다 6.4% 올랐다. 삼성전자 주가가 150만 원을 넘으면서 시작일 대비 종료일 주가 상승폭이 둔화되기는 했지만 자사주 매입 초반에 주식을 매입한다면 손실을 피할 수 있었던 셈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가장 최근의 자사주 매입 기간 동안 삼성전자는 매일 2만 400주를 기계적으로 사들였다. 이 같은 일정한 패턴은 차익실현을 원하는 기관투자자들에게 효율적인 출구전략을 세울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자사주 매입은 계속될 수밖에 없고 그만큼 발행주식 수가 줄어드는 만큼 자기자본수익률(ROA)과 주당 가치는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조언했다. [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