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일주일 만에 합병증으로 사망했는데 병원 측은 ‘나 몰라라’
이른바 키 크는 수술로 알려진 ‘사지연장술’을 받은 20대 남성이 이틀 만에 합병증으로 사망에 이르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해당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연합뉴스
고인이 된 김 아무개 씨(당시 만 22세)는 어릴 적부터 뮤지컬 배우가 꿈이었다. 김 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 미국에서 자유예술을 공부하기 위해 유학길에 올랐다. 성공적인 2년간의 유학 생활을 뒤로 하고 그가 선택한 곳은 서울 소재 한 대학교 연극영화학부였다.
유족 측에 따르면, 그는 200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유일하게 합격한 남학생이었다. 김 씨의 아버지도 그런 아들의 모습을 보고 대견하게 여겨 그가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아들을 응원하게 됐다고 한다.
좋아하는 전공을 배우며 ‘탄탄대로’를 달리는 듯했던 김 씨에게 시련이 찾아왔다. 대학 재학 중 김 씨는 자신의 꿈을 실현하고자 몇몇 기획사 오디션에 도전했지만 번번이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김 씨는 탈락 원인이 자신의 키 때문이라며 자책했다. 김 씨는 174cm로 작은 키는 아니었지만 오디션을 보는 과정에서 실력과는 별개로 키에 대한 지적을 받자 키에 대한 콤플렉스가 생겼고, 그 스트레스는 날로 커졌다. 김 씨의 아버지는 “기획사에서 외모와 노래 실력은 좋은 평가를 받았는데 단지 키가 약간 작다는 이유로 현실의 벽을 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런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이른바 키 크는 수술로 알려진 ‘사지연장술’ 광고였다. 키를 키울 수 있다는 광고를 접한 후 마음이 설렌 김 씨는 지난해 2월 서울 강남에 위치한 A 병원을 방문해 직접 상담을 받았다. 고민 끝에 수술을 결심한 김 씨는 같은해 7월 21일 A 병원에 입원해 사지연장술을 받았다. 김 씨의 아버지는 “아들의 성화를 못 이긴 아내가 아버지 몰래 아들과 함께 병원에 가서 수술을 받았다. 내가 알았더라면 말렸을텐데 그때만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수술 이후 발생했다. 유족 측에 따르면 김 씨는 수술 직후부터 통증이 심하고 발열 증세를 보였다. 그러다 수술 이틀 만인 23일 물리치료를 받던 중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이에 김 씨는 대학병원으로 옮겨져 응급조치와 수술을 받았으나 끝내 회복하지 못했고, 연명치료를 이어가다 28일 새벽 사망에 이르고 말았다. 김 씨가 수술을 받은 지 정확히 일주일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이후 유족들은 정확한 사인 규명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부검을 의뢰했다. 국과수가 밝힌 부검 감정서에 따르면, 수술 외에 폐동맥색전증을 유발할 만한 위험인자가 확인되지 않는 점으로 볼 때 김 씨는 사지연장술의 합병증으로 발생한 폐동맥색전증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판단됐다. 폐동맥색전증은 외과 수술 후 골절부위에서 발생한 색전이 폐동맥을 막아 심장에 산소가 도달할 수 없게 돼 사망할 수 있는 단기 합병증을 말한다.
현재 유족 측은 김 씨의 죽음이 의료사고라고 주장하며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사진은 수술 후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김 씨의 수술 받은 다리. 사진=김 씨 유족 제공
이에 유족들은 김 씨의 사망이 ‘의료사고’라고 주장하며 현재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진행 중이다. 유족 측에 따르면, 김 씨와 그의 어머니는 병원의 광고를 접하고 상담을 받을 당시 병원 측에서 수술의 장점만을 설명하고 수술 후 단기합병증 발생 가능성이나 수술의 위험성, 부작용에 대해서는 일체 설명하지 않았다. 또 수술 열흘 전에도 최종 수술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수술 위험성에 대해 물었으나 병원 측으로부터 ‘모든 문제는 원장이 대처 가능하다’는 답변만 들었을 뿐 제대로 된 설명이 부족했다고 유족 측은 주장했다.
실제 사지연장술을 시행하는 다른 병원들의 경우 수술 후 발생할 수 있는 단기합병증에 대해 주의 관찰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권고하고 있다. 고열, 가슴통증, 수술 부위 피부색 변화, 부종 등 초기 증상이 발생될 시 진료와 치료가 가능하다는 내용을 각 병원 홈페이지와 블로그를 통해 자세히 밝히고 있다. 하지만 A 병원의 홈페이지 및 블로그를 살펴본 결과, 단지 수술 후 만족감, 자신감 상승 등에 대한 긍정적인 부분만 광고하고 있다.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설명 없이 병원 측이 해결 가능하다고 홍보하고 있었다.
유족들은 수술 후 발생할 상황에 대한 예방조치 및 응급처치가 소홀했다는 점도 소송 사유로 들었다. 유족 측은 의사로서 환자에 대한 경과를 예의주시하고 적절한 처방을 통해 만일에 발생할 수 있는 위급사태를 막아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병원 측이 이를 묵과했다는 것이다. 또 김 씨가 의식을 잃었을 때 응급조치에 필요한 장비 미비로 즉시 응급처치를 하지 못해 아들을 의식불명과 무호흡 증세에 빠지게 했다고 유족 측은 주장했다.
김 씨의 아버지는 “병원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계속 말을 돌렸다.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거고 할 거 다했다. 도의적 책임만 느낄 뿐 그 어떤 책임도 없다는 입장”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반면, 의료과실이라는 유족 측 주장에 대해 A 병원 측은 이를 부정할 뿐 구체적인 답변은 없었다. A 병원 관계자는 “병원 쪽에서는 과실이 없다.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인 사건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선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어 구체적 답변은 어렵다”고 밝혔다.
김상훈 기자 ksanghoon@ilyo.co.kr
‘키 크는 수술’ 도대체 뭐길래…다리뼈 잘라 그 사이에 뼈 자라도록 해 ‘21세기는 외모가 경쟁력’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외모에 대한 현대인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일명 ‘키 크는 수술’로 불리는 사지연장술에 대한 수요도 날로 증가하는 추세다. 21일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키’, ‘수술’ 등의 키워드를 검색하자 사지연장술에 대한 무수한 정보가 쏟아져 나왔다. 수술 부작용·합병증에 대한 두려움부터 수술 비용에 대한 고민까지 다양했다. 하지만 부작용이나 합병증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없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사지연장술은 수술 방법에 따라 뼈를 약 5~10cm 정도 늘릴 수 있다고 한다. 다만 다리뼈를 자른 후 그 빈 공간에 새로운 뼈가 자랄 수 있도록 사후 조치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수술 후 최소 6개월간은 정상적인 생활을 포기하고 치료에 전념해야 한다. 수술비용도 2000만~3000만 원에 달해 만만치 않다. 이처럼 사지연장술은 장시간 회복에 투자하고 수술비도 비싸 기회비용이 높은 수술이라서 과거에는 한쪽 다리가 짧아서 정상생활이 불편한 사람들이나 휜다리 환자 등 수술이 꼭 필요한 사람이 주로 받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왜소한 남성뿐만 아니라 소위 대한민국 평균인 키 170~175㎝인 남성들의 문의가 많아질 정도로 키 수술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성형 목적으로는 사지연장술을 권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한 정형외과 전문의는 “단순히 키 크는 수술 정도로 생각하고 사지연장술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뼈를 잘라 철심으로 고정해 그 사이를 채우는 수술로 신경이 다치는 등의 합병증을 유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수술 방식은 유명해졌으나 부작용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낮은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병원 측의 과장 광고도 논란이 되고 있다. 한 대학병원 전문의는 “인터넷 등에서 과장 광고를 하는 사례도 많기 때문에 반드시 검증된 의료기관을 찾아 충분히 자신의 몸 상태가 교정·수술에 적합한지에 대한 확답을 듣고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