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 충격 폭로 직후 처형 집서 난동 CCTV 공개돼…방 사장 측 무고죄 맞고소
사건의 시작은 지난해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해 9월 2일, 방용훈 사장의 아내 이 아무개 씨(당시 55)가 경기도 고양시와 서울 강서구의 경계인 가양대교 북단 방면 한강변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당시 이 씨의 렉서스 차량은 전날 새벽 4시께 서울 방화대교 근처에 세워뒀던 것으로 알려졌다. 방화대교는 가양대교보다 아래쪽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이 씨의 시신이 한강 상류에서 발견됐다는 이유로 타살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시신을 수습한 경기 고양경찰서 측은 “새벽 시간대에 한강의 물길이 바뀌어 하류의 물이 상류로 올라오기도 한다”라며 “이 때문에 하류에 투신했더라도 상류에서 발견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욱이 이 씨의 차량 안에서는 가족과 금전 관계를 토로하는 내용의 자필 유서가 발견됐기 때문에 사건은 이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결론났다. 타살 의혹은 이렇게 잦아드는 것 같았다.
그러나 같은 해 10월,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또 다른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총 11장의 자필 편지를 근거로 한 이 지라시에는 “방용훈 사장의 부인 이 씨의 죽음에 방 사장이 관여했다”는 주장이 담겨 있었다. 자필 편지는 방 사장의 장모이자 이 씨의 어머니인 임 아무개 씨(82)가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께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퍼진 방용훈 사장의 장모 임 아무개 씨의 자필 편지. 사진출처=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방 서방, 자네와 우리 집과의 인연은 악연으로 끝났네”라는 담담한 문장으로 시작한 이 편지에는 도저히 믿기 어려운 내용들도 담겨 있었다. 임 씨는 이 편지에서 딸인 이 씨의 죽음이 석연치 않다고 주장했다. 임 씨가 주장하는 사건의 전말은 “(방 사장이) 자식들을 시켜 자기 집 지하실에 설치한 사설 감옥에서 잔인하게 몇 달을 고문하다가, 가정을 지키며 나가지 않겠다고 발버둥치는 내 딸을, 네 아이들과 사설 앰뷸런스 파견 용역 직원 여러 명에게 벗겨진 채, 온몸이 피멍 상처투성이로, 맨발로 꽁꽁 묶어 내 집에 내동댕이친 뒤 (딸은) 결국 그 고통을 이기지 못해 죽음에 내몰렸다”는 것이다.
임 씨의 말이 사실이라면 숨진 이 씨는 자신의 남편과 자녀들로부터 지속적인 폭력과 학대를 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 된다. 임 씨는 이 같은 내용이 이 씨의 유서에도 적힌 내용이라고 주장한다. 현장에서 발견된 유서 외에도 이 씨가 유서를 친인척들에게 여러 장 맡겼다는 것이다. 이는 혹시라도 있을 방 사장의 유서 조작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이었다고 임 씨는 밝히고 있다.
이 같은 편지가 공개된 직후인 같은 해 11월 1일 새벽, 방용훈 사장은 아들을 데리고 처형인 이 아무개 씨(58)의 집을 찾았다. 이들은 한참 동안 이 씨의 집 현관문을 발로 차거나 돌, 둔기 등으로 두드리다가 떠났다.
이 씨는 이 사건에 대해 “방 사장이 주거 침입을 했다”고 서울용산경찰서에 고소했으나 경찰은 방 사장에 대해서는 불기소, 방 사장의 아들에 대해서만 무단주거침입과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방 사장의 아들이 이모인 이 씨의 집에 무단 침입을 하려는 것을 방 사장이 막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 경찰의 입장이었다.
검찰 측은 한 술 더 떴다. 방 사장은 ‘무혐의’로, 아들에 대해서는 경찰의 의견보다 수위를 더 낮춰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기소유예는 범죄 혐의는 충분하지만 범행 동기나 수단, 결과 등을 고려해 검사가 처분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당시 방 사장 부자가 이 씨의 집에 ‘대화’를 위해 방문했을 뿐이고, 방 사장이 아들의 무단침입 행위를 막았다는 이들의 진술과 경찰의 의견을 그대로 받아들인 셈이다. 결국 방 사장 부자는 어떤 법적 처벌도 받지 않은 채 자유롭게 풀려난 것이다.
지난해 11월 1일 처형 이 아무개 씨의 집에 아들과 함께 찾아간 방용훈 코리아나 호텔 사장이 CCTV에 포착됐다. 방 사장은 손에 빙벽 등반용 철제 장비를 든 채였다. 사진출처=KBS 뉴스화면 캡처
이에 이 씨 측은 즉각 서울고검에 항고를 냈다. 이들은 결정적인 증거로 폐쇄회로(CC)TV를 제시했다. 이 씨의 집 주변에 설치된 CCTV에는 이날 방 사장 부자의 행적이 고스란히 찍혀 있었다. KBS가 단독 공개한 이 CCTV 영상에 찍힌 방 사장의 아들은 돌멩이로 이 씨의 현관문을 수차례 내리쳤고, 방 사장은 빙벽 등반용 철제 장비를 든 채였다. 당시 이 씨는 집 안에 혼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경 측의 주장처럼 단지 ‘대화’를 위해 방문한 사람치고는 위협적인 장비를 들고 실제 행동으로까지 위협을 가한 것이다.
CCTV에 찍힌 장면이 검경의 수사와 정반대라는 점도 부실 수사의 의혹을 낳았다. 당시 경찰은 방 사장의 아들이 이모의 집을 무단 침입해 현관문을 손괴했고, 방 사장은 단지 아들이 “사고를 칠까봐” 우려해서 따라갔을 뿐이었다는 주장을 받아들여 방 사장에 대해서는 무혐의로 불기소 의견을 냈던 바 있다. KBS가 추가로 공개한 검찰 측의 불기소 이유에 따르면 검찰 역시 이 같은 경찰의 의견을 수용해 “방 사장의 행위에는 어떠한 목적이나 일체의 고의성을 찾을 수 없고 CCTV 녹화 자료에도 방 사장이 아들을 말리는 장면이 촬영됐다”며 방 사장의 주거침입 혐의에 ‘혐의없음’ 의견을 낸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실제 CCTV에는 방 사장이 주도적으로 이 씨의 집에 찾아가 현관문을 두드리고 물건을 발로 차는 장면이 포착됐다. 오히려 방 씨의 아들이 방 사장을 말리는 모습만이 촬영됐을 뿐, 어디에도 방 사장이 아들을 만류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CCTV에 대해 잘못된 판정을 내리고,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혐의가 없다고 결정한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고검은 이 씨 등의 항고를 받아들여 지난 2월 서울서부지검에 재기수사명령을 내렸다.
방 사장과 그 처가의 진흙탕 싸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지난 2월 방 사장의 장모 임 씨와 처형 이 씨는 방 사장의 첫째 딸(33)과 맏아들(29)을 존속상해, 자살교사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임 씨의 편지에 나온 내용을 바탕으로 이뤄진 고소다. 임 씨는 고소장에 숨진 이 씨의 유언장과 이 같은 학대 사실을 증언하는 지인의 녹취록, 문자메시지 등을 증거자료로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 사장의 자녀들은 외할머니와 이모를 무고 혐의로 맞고소했다.
각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수서경찰서와 서울서부지검 등은 “수사가 진행 중이라 자세한 사안은 답변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수서경찰서는 4월 초 방 사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1차 조사를 마쳤으며, 서부지검은 지난 17일 고소인인 이 씨를 상대로 조사를 진행했을 뿐 현재까지 방 사장과 그 아들을 소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서울서부지검은 서울고검에서 재수사 명령이 떨어지고 2개월이 지나서야 고소인 조사를 진행해 이미 한 차례 수사에 허점을 보였던 검찰이 이번에도 사건 조사를 미루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한편 장모 임 씨와 처형 이 씨의 주장이 사실임을 입증하는 데에는 다소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 이들이 주장하는 바에 따르면 숨진 이 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자녀들로부터 폭행을 당해 “온몸이 피멍, 상처투성이”였다는데, 고소장에 따르면 이 같은 고문으로 이 씨가 입은 부상은 전치 2주라고 전해졌다는 점이다.
더욱이 이 씨의 시신이 발견된 직후 경찰은 “1차 검안에서 타살로 의심되는 흔적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고, 부검 이후에도 “타살 혐의점이 없다”고 자살로 사건을 결론 내렸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