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한 곳은 수의계약 거부해 계약금 대폭 절감
감사원이 3월 29일 발표한 한국남동발전 감사 문건. 수의계약의 부적절성이 지적됐다.
터빈로터는 발전기 터빈(회전운동기계)의 중심에서 고온과 고압증기가 맞부딪히며 회전하는 부분을 뜻한다. ‘건전성 평가’라는 것은 이 터빈로터가 잘 작동하느냐를 검사하는 것으로서 매년 실시해야 한다.
2016년 8월 19일 남동발전은 내부 관계자의 지시를 받고, A 사에 ‘건전성 평가’ 용역을 맡기기로 결정한다. A 사는 같은 해 9월 1일 10억 8200만 원 규모의 건전성 평가 용역계약을 따냈다. 원래 해당 계약은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일반경쟁에 부치도록 돼 있다. 그러나 남동발전은 “A 사만 용역수행이 가능한 초음파 검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중부발전과 서부발전 역시 A 사와 각각 6억 5600만 원, 6억 2200만 원 규모의 수의계약을 잇달아 체결했다.
그러나 초음파 검사를 A 사만 할 수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었다. 한전의 또 다른 자회사인 한국동서발전은 당초 수의계약으로 검사를 진행하라는 요구를 받았지만 입찰 담당자가 이를 거부하고, 일반경쟁에 부쳤다. 해당 계약은 A 사와 같은 검사 기술을 보유한 B 사가 따냈다. 계약금은 1억 9800만 원으로 A 사의 5분의 1 수준이다.
한전 자회사인 한전KPS 역시 같은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도 남동발전 등은 A 사에만 계약을 몰아줬다. 이 같은 거래로 A 사가 거둔 이득은 13억 55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A 사 고위 관계자는 “수의계약을 체결한 것이 맞지만 우리 쪽에서 (한전에)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그런 것은 결코 없었다”고 주장했다.
한전 전력연구원 벤처기업으로 출범한 A 사는 한전 퇴직자 ㅇ 씨가 지분 73%를 보유한 사실상 개인회사다. 경영관리 및 기술연구를 총괄하고 있는 임원도 한전 출신이다. 지난해 기준 267억 원의 매출과 32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A 사는 2015년에도 279억 원의 매출과 42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올 3월 기준 A 사의 사내유보금은 219억 원에 달한다. 한전 협력업체 한 대표는 “(A 사가) 용역업체 가운데는 비교적 큰 회사”라고 설명했다. A 사 대표 ㅇ 씨는 2016년 4월 조환익 한전 사장과 함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이란 방문 시 경제사절단 일원으로 동행하기도 했다.
한전 자회사는 ‘A 사가 특허(축통전법 등)를 보유하고 있다’며 기존 경쟁입찰을 없애고 2011년께부터 A 사에 수의계약을 주기 시작했다. A 사 매출의 70%는 한국수력원자력, 한국남부발전 등 한전 자회사에서 발생한다. 일요신문DB
A 사는 2014년과 2015년에도 한전 자회사로부터 ‘열병합설비 공사 수의계약’ 등을 따내 특혜 의혹을 받은 바 있다. 실제 한전 자회사가 매년 공개하는 ‘수의계약 현황표’를 전수 조사한 결과 A 사는 한전 자회사 6곳과 매년 수십억 원 규모의 수의계약을 맺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감사원 감사 결과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남동발전 등 한전 자회사는 2015년에도 ‘터빈로터 건전성 평가 용역’을 A 사에 몰아줬다. 남동발전은 7억 2000만 원을 지불했고, 남부발전도 10억 5000만 원을 지급했다. 터빈로터 검사 용역은 2011년께부터 매년 A 사가 따온 것으로 전해진다.
원자력업계 및 사정기관 관계자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른바 ‘비파괴 검사’(설비를 해체하거나 파괴하지 않고 초음파 등을 이용해 고장 여부 등을 확인하는 것)는 검사 방법도 다양하고, 이를 수행할 수 있는 업체가 많다. 비파괴검사협회에는 A 사를 포함해 50여 개의 중소업체가 가입돼 있다.
그러나 한전 자회사는 ‘A 사가 특허(축통전법 등)를 보유하고 있다’며 기존 경쟁입찰을 없애고 2011년께부터 A 사에 수의계약을 주기 시작했다. A 사 매출의 70%는 한국수력원자력, 한국남부발전 등 한전 자회사에서 발생한다. A 사 고위 관계자는 “우리가 보유한 기술이 있기 때문에 한전 자회사들이 근거법에 따라 수의계약을 준 것”이라며 “만약 문제가 있다면 한두 번도 아니고 여러 번에 걸쳐 계약을 줄 수 있었겠느냐”고 말했다. 한전 측은 “내부 확인 중”이라며 별다른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