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2(넷마블) VS 리니지M(엔씨) 진검승부 예의주시
넷마블게임즈 CI와 캐릭터. 사진 넷마블게임즈 제공.
넥슨, 엔씨소프트와 함께 국내 게임시장을 삼분하고 있는 넷마블게임즈는 2011년 11월 CJ E&M의 게임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하면서 설립됐다. 2000년대 초반까지 넷마블(넷마블게임즈의 전신)을 이끌던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의장은 CJ E&M에 넘겼던 회사를 되찾고, 2014년부터 성공신화를 쓰고 있다.
넷마블게임즈는 2014년 1600억 원의 매출과 33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그러나 2015년 400%가 넘는 매출 신장과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2016년에는 게임업계에서 두 번째로 매출 1조 원을 돌파했다. 연결재무제표로 보면 넷마블게임즈의 2016년 총 매출은 1조 5000억 원, 당기순이익은 2092억 원에 달한다. 증권업계는 2013년 출시된 모바일게임 ‘모두의 마블’, 2014년 출시된 ‘세븐나이츠’가 잇달아 흥행하면서 넷마블게임즈의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방준혁 의장은 넷마블게임즈 지분 24.4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2대 주주 CJ E&M(22.09%)과 1% 미만의 지분을 개인 자격으로 보유한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경영 참여와 거리를 두고 있다. CJ 관계자는 “이미 계열 분리된 회사로 지분 보유는 단순 투자 목적”이라고 밝혔다.
중국 텐센트를 모회사로 둔 ‘HANRIVER INVESTMENT’(지분율 17.77%), 엔씨소프트(지분율 6.9%) 역시 3, 4대 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중국 게임시장을 독과점한 텐센트는 넷마블게임즈, 카카오 등 국내 IT기업에 투자해 온 ‘큰손’으로 꼽힌다. 엔씨소프트는 2015년 상호 교차투자 방식으로 넷마블게임즈의 주식 146만 주를 3800억 원에 취득했다. 이후 무상증자를 거쳐 엔씨소프트가 보유한 넷마블게임즈 주식은 584만 주로 늘었다. 공모가를 대입한 주식가액은 9000억 원 수준이다.
서울 구로구에 있는 넷마블게임즈 사옥. 일요신문 DB.
5월 12일 첫 거래를 시작하는 넷마블게임즈의 시초가는 공모가의 90~200% 사이에 형성된다. 대부분 증권사는 매수 의견을 냈다. 지난해 12월 IPO를 앞두고 출시된 모바일게임 ‘리니지2 레볼루션’이 흥행 돌풍을 이어가며 순항 중이기 때문이다. 엔씨소프트에서 IP(지적재산권)를 따내 넷마블게임즈가 자체 개발한 리니지2는 출시 한 달 만에 매출 2000억 원을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 게임업체 관계자는 “리니지2 출시로 넷마블게임즈가 매일 50억~60억 원의 수입을 올렸다”며 “마땅한 경쟁작이 없는 데다 게임 자체의 퀄리티도 높아 적어도 올해까지는 리니지2의 흥행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존 PC 기반 온라인게임이 성행하던 2000년대 초중반과 달리 2010년 이후로는 스마트폰 기반 모바일게임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IT 전문 시장조사 기관인 IDC에 따르면 2017년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 규모는 29억 달러(한화 3조 3000억 원)로 추산된다. 2010년 이전까지 자체 개발보다 외부 제작 게임의 ‘퍼블리싱’(유통)에 치중하던 넷마블게임즈는 모바일게임 제작사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 미래에셋대우가 지난 2일 발표한 ‘게임 리포트’ 등에 따르면 넷마블게임즈는 회사 매출의 94%를 모바일게임에서 올리고 있다.
하지만 넷마블게임즈의 전망이 마냥 밝은 것만은 아니다. 당장 ‘리니지의 원조’ 엔씨소프트는 경쟁작 ‘리니지M’ 출시로 리니지2와 ‘진검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게임 유료 이용자의 풀이 한정돼 있는 것을 고려하면 리니지M이 흥행할수록 리니지2의 실적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또 모바일게임의 성공 사례로 꼽히는 ‘포켓몬 고’와 리니지2는 모두 IP 기반 게임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세계적인 게임회사 닌텐도 등에 비해 넷마블게임즈는 아직 경쟁력 있는 자체 IP를 갖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2016년 기준 넷마블게임즈는 회사 매출의 절반 가량을 해외에서 올리고 있다. 글로벌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아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65%에 달한다. 이 가운데 한국과 일본을 제외하면 시장 성장 여력이 있는 곳은 중국뿐이다. 하지만 중국은 최근 모바일게임 규제를 강화하고, ‘판호’ 발급을 의무화했다. 현재 우호지분인 중국 텐센트가 투자를 중단할 경우에도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하다.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의장. 사진 포털프로필
무엇보다 게임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온 ‘확률형 아이템 조작’ 논란은 언제든 이용자 이탈을 부를 수 있다. 사행성 시비가 불거진 확률형 아이템은 한국게임산업협회 권고에 따라 2017년 7월부터 아이템 획득 비율 공개 등 자율규제에 돌입한다. 그러나 이용자 불만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이를 국회에서 제재하는 법안이 발의될 수 있다. 이미 리니지2 이용자 326명은 넷마블게임즈를 상대로 집단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넷마블게임즈 측은 “일부 중소 게임사의 문제일 뿐”이라며 “우리는 투명하게 확률을 공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지방노동청은 지난 2~3월 넷마블게임즈를 상대로 노동관계법 위반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아직 근로감독 결과가 확정 발표되진 않았지만 그간 넷마블게임즈가 인력 운용과 관련해 일부 논란이 있었던 것을 고려하면 시정 권고가 내려질 가능성이 있다. 넷마블게임즈는 이번 공모로 수혈한 자금 2조 6600억 원 가운데 1조 6800억 원을 인수합병(M&A)에 투입할 예정이다. 실제 직원들의 능력 향상 등에 쓰일 연구개발비는 500억 원에 불과하다. 넷마블게임즈 관계자는 “상장 전까지 회사와 관련한 어떤 입장도 밝힐 수 없다”고 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