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궁동 2인조 장성익 씨(가명, 왼쪽) 최현철 씨(가명, 오른쪽)
엄궁동 2인조의 변호인 박준영 변호사는 8일 “경찰의 가혹행위와 위법한 수사로 억울한 누명을 씌운 이번 사건에 대해 재심개시결정을 내려 재판부가 다시 한 번 공정한 판결을 내려 달라”며 부산지방법원에 재심청구서를 접수했다. 사건 발생 26년, 지난해 3월 <일요신문> 첫 보도 이후 1년 2개월 만이다.
박 변호사는 “사건을 인지한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무죄를 입증할 새로운 증거를 발견했다”며 “증거뿐만 아니라 수사 과정과 절차에서 위법한 부분을 확인해 재심 사유가 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엄궁동 2인조 사건에서 공범으로 지목됐던 장성익 씨(58‧가명)은 “우리를 고문한 경찰은 아직까지 고문 사실을 고백하지 않고 있다. 그들에게 진실을 묻고 용서하기 위해 재심을 청구했다”고 말했다. 주범으로 지목됐던 최현철 씨(55‧가명)는 “그들이(고문경찰)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주기를 간곡히 부탁한다”고 전했다.
엄궁동 2인조는 지난 1991년 11월 자원봉사활동 중 공무원을 사칭한 혐의를 받고 경찰에 임의동행 했다가 사흘 만에 1990년 부산 엄궁동 갈대숲에서 유부녀 강간살인사건의 진범으로 지목됐다. 이 사건은 사건 발생 당시 지문이나 흉기 등 별다른 증거가 남아있지 않아 1년 간 미제로 남아있었다.
당시 경찰은 “공무원사칭 혐의를 받은 엄궁동 2인조가 여죄를 추궁하는 과정에서 범죄 사실을 자백했다”며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 역시 이들의 자백을 토대로 재판에 넘겼다.
엄궁동 2인조는 검찰 조사 단계서부터 “경찰의 가혹행위로 허위자백을 했다”고 주장했으나 1심과 항소심, 대법원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감형을 받아 각각 지난 2013년 4월, 6월 출소한 엄궁동 2인조는 억울함을 호소해오다 지난해 박준영 변호사를 만났고, 무죄를 입증할 새로운 증거와 위법한 수사 절차를 확인해 재심을 청구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