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고민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하여 야근을 피하는 갖가지 테크닉을 모아보았다.
핑계대기형 - 퇴근 후 약속으로 쏙~
우선 야근을 하기 싫다는 것을 열심히 표내는 부류가 있다. ‘오늘은 데이트가 있다고 하루 종일 들떠있는 모습을 연출한다’(41·기계)는 고전적인 방법이 아직도 통용되는 회사도 있다고. 하지만 이 방법은 자주 사용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이 단점을 보완한 것이 ‘평소부터 가족이 가장 우선이라고 말해둔다’(33·금융)는 수법. 이 방법은 회사에서 잘리지 않는 한 평생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정시퇴근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이 동원된다. ‘자격증 학원에 다닌다’(여·34·자동차) ‘퇴근시간이 가까워지면 자신만의 세계에 몰입해 상사가 말을 걸기 힘든 분위기를 자아낸다’(여·34·식품)와 같은 방법. 반면에 ‘해야 할 일은 모두 끝낸 후에, 싫은 일은 싫다고 확실하게 말한다’(32·소프트웨어)와 같은 정통파는 소수에 그쳤다.
떠넘기기형 - 일은 네가 분담은 내가
아예 일에서 손을 놓아버리는, 심플하면서도 대담한 방법들이다. ‘편한 일은 120%, 어려운 일은 80%만 실력을 발휘한다’(31·서비스)는 수법은 그나마 귀여운 편. ‘퇴근시간이 지나면 메일도 확인하지 않고 전화도 받지 않는다’(여·27·화학) ‘퇴근 2시간 전부터는 새로운 일은 맡지 않는다’(여·27·컴퓨터)와 같은 대담한 방법을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시간이 되면 바로 퇴근할 수 있도록 짐을 미리 싸둔다’(여·34·학교)와 같이 정시가 됨과 동시에 쏜살같이 달려 나갈 준비는 물론이고 ‘회사 일로 사람을 만나야 할 때는 약속을 저녁으로 잡아 곧바로 퇴근’(32·부동산)하는 방법을 써서 마음 편하게 퇴근하는 사람도 있다. 또한 ‘바쁜 것처럼 보이기 위해서 할 일이 없어도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다’(33·건설)처럼 컴퓨터와 같은 소품을 이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의견이 있었다.
배째라형 - 늘 바쁜 듯 종횡무진
자신의 일을 남에게 미루는 것은 좋지 않지만,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의지하고 싶은 것이 사람의 마음. ‘꼭 내가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은 한가해 보이는 사람에게 부탁’(여·29·의상)이나 ‘타부서나 상사에게 일을 넘긴다’(32·전기)와 같은 방법이 일반적. 하지만 이 방법을 사용할 때는 동료에 대한 대응이 중요하다. 구체적인 예로는 ‘나에게 일을 부탁하려고 하면 그 일에 대해서 어드바이스를 해주고는 스스로 해보라고 한다’(여·36·제약)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리더십을 발휘해서 실무를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는 역할을 맡는다’(31·컨설팅)와 같이 주위를 잘 이용하는 테크닉으로, 사내 아웃소싱이란 결국 매니지먼트 능력인 것. 한편 소수의견으로는 ‘상사가 일을 시키면 “싫어요!”라고 한마디로 거부. 평소에 잘 보여둔 덕에 쓸 수 있는 나만의 기술’(여·33·시스템)과 같은 애교 섞인 의견도 있었다.
철두철미형 - 이동시간 알뜰 활용
어쨌거나 해야 할 일은 빨리 해치워 버리는 것이 야근을 피할 수 있는 기본원칙. 일의 능률을 높여 야근을 피하는 테크닉을 소개한다. ‘한 시간 기준으로 일의 계획을 세워둔다’(여·32·제약)와 같이 많이 들어본 시간관리 방법도 있지만, ‘그날 할 일을 아침에 모두 정해둔다’(29·정보처리서비스)와 같은 경지에 이르려면 시간이 걸리는 것도 사실. 그리고 정리정돈이 시간절약의 기본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듯 ‘자료를 정리해서 파일링해둠으로써 동료와 정보를 공유한다’(여·30·컴퓨터)는 대답도 있었다. 또한 ‘경비가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택시로 이동하고, 일에 관한 미팅은 이동중에 휴대폰으로 해결. 전철은 한산한 노선을 선택하여 이동중에 노트북으로 작업한다’(33·광고)와 같이 ‘시간은 돈’이라는 명언을 실천한다는 대답도 있었다. 하지만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은 ‘일이 끝나지 않을 경우에는 다음 날로 미룰 수 있으면 미룬다’(여·32·문구 메이커)와 같은 결단력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