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롯데홀딩스 주총 염두…‘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롯데그룹은 단호한 입장을 보인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전 부회장이 가처분을 신청한 직후 “외부 전문기관을 재평가하는 등 이중, 삼중의 절차를 거쳤다”며 “혼란을 통해 지주회사 전환을 방해하려는 시도에 법과 규정에 따라 분명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재계 일부에서는 신 전 부회장이 오는 6월 열리는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를 염두에 뒀다고 보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오는 주주총회에서 본인과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이사직 복귀를 안건으로 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롯데홀딩스는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의 최대주주다. 따라서 신 전 부회장이 롯데홀딩스 이사로 복귀하면 롯데그룹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신 전 부회장의 우호 지분이 적은 탓에 그간 있었던 3번의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그의 안건은 늘 부결됐다.
그간 신 회장을 지지한 종업원지주회가 마음을 바꿔 신 전 부회장을 지지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종업원지주회는 롯데홀딩스 지분 27.75%를 보유하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 4월 일본 ‘롯데 경영 정상화를 요구하는 모임’ 홈페이지를 통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뇌물 수수혐의로 기소돼 롯데그룹의 신뢰 회복을 위해 신 회장의 사임을 요구했다”며 “그러나 롯데홀딩스는 신속한 대응을 하지 않고 신 회장의 거취에 대해 아무런 확인을 하지 않아 이사회와 감사는 아무런 자정 능력을 보이고 있지 않다”고 주장하며 종업원지주회 설득에 나섰다.
이번 가처분 신청 역시 신 회장의 잘못된 점을 지적해 종업원지주회의 마음을 사기 위한 시도라고 보는 해석이 적지 않다. 그러나 신 전 부회장 측은 이번 가처분 신청과 롯데홀딩스 주주총회는 별개의 일이라고 설명했다. 신 전 부회장의 회사인 SDJ코퍼레이션 관계자는 “가처분 신청서에 나온 것 외에 다른 해석을 얘기하긴 어렵다”고 전했다.
신동빈 회장으로서는 이번 주주총회 이후에도 신 전 부회장이 눈엣가시로 작용할 듯하다. 향후 출범할 롯데지주회사에 신 전 부회장이 무시 못할 수준의 지분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정대로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롯데 4개사 분할합병을 통해 설립되는 롯데지주회사에 대한 그룹 특수관계인의 지분 보유 비중은 약 49.64%로 판단된다”며 “신동빈 회장 10.56%, 신동주 전 부회장 5.73%, 신격호 명예회장 2.92% 등 총수일가 합산 보유 비중은 약 20.93% 수준”이라고 전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5월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첫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박정훈 기자 onepark@ilyo.co.kr
일부에서는 신 전 부회장이 계열분리를 통해 일부 계열사만이라도 가져가려는 시도라고 해석한다. 안상희 대신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난해 11월 <롯데그룹 지배구조 혁신안 리뷰와 제언>이라는 보고서에서 “순환출자 관련 비용부담 완화와 지배주주의 지배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계열분리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신 회장의 안정적 경영권 확보를 위해 신 전 부회장이 직접 보유한 지분을 신 회장에게 이전하는 대신 일본 및 국내 계열사를 신 전 부회장 쪽으로 분리하는 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제안한 바 있다.
하지만 신 전 부회장과 신 회장이 모두 계열분리를 반대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전 부회장의 지분 5.73%로는 신 회장에게 이의를 제기할 수는 있어도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며 “신 전 부회장이 이번처럼 소송을 걸면 롯데그룹도 법적 대응으로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SDJ코퍼레이션 관계자는 “일본인 주주들에게 빼앗긴 일본 롯데홀딩스의 경영권을 신격호 총괄회장에게 되돌려 주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며 “계열분리에 대해서는 생각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