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 등 정보망 허위 사실 알고서도 집단 발포 등 방조
미국 저널리스트 팀 셔록(66)이 24일 광주시청 브리핑룸에서 5ㆍ18광주민주화운동 관련 기밀문서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광주시 제공>
[광주=일요신문] 정윤중 기자 = 신군부가 5ㆍ18민주화운동을 폭도, 북한 간첩, 공산주의자 세력에 의한 내란으로 조작한 문서를 미국에 보낸 사실이 확인됐다.
미국은 CIA 등 다양한 정보망을 통해 신군부의 주장이 모두 거짓이란 것을 알고 있었지만, 집단발포 등 광주의 참상을 묵인하고 방조했다는 문서도 함께 공개됐다.
미국 언론인 팀 셔록(66) 기자는 24일 ‘1979~1980년 미국 정부 기밀문서 연구 결과 설명회’를 열고 3500쪽 상당의 미국 정부 기밀문서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팀 셔록 기자가 분석한 문서 중, 미 국방부가 신군부로부터 1980년 5월27일 제공받아 작성한 ‘시민 소요의 개요’ 보고서에서 신군부가 어떻게 5ㆍ18을 왜곡하려 했는지 확인된다.
문서는 ‘폭도들은 국민학생들까지 동원하기 위해 강제로 길거리로 끌고 나옴. 이는 공산주의자들 동원방식과 매우 흡사함’, ‘300명의 좌익수가 수감된 교도소 공격, 지하 공산주의자들에 의한 조종 우려’, ‘5월22일 오후 3시 5명의 의심스러운 군 첩자, 계엄군에 넘겨졌음’ 등 기록이 담겨있다.
1980년 5월23일 오전 6시15분에는 서울역 근처에서 시민으로 위장한 북한 노동당 연락국 소속 간첩 한 명이 음어, 무전기, 200만원을 이용해 군중들을 선동하고 상황보고하라는 임무를 받아 5월20일 전라도를 통해 침투했다고 나와 있다.
팀 셔록 기자는 “미국은 신군부로부터 5ㆍ18민주화운동이 북한 간첩 및 공산주의자의 소행이라는 굉장히 왜곡된 정보를 받았지만, 미국은 정확히 어떤 상황이었는지 파악하고 있었다”며 “여기에는 계엄군의 발포 권한 및 사상자 등 자세한 내용이 포함된다”고 말한다.
1980년 5월21일 한미연합사 합참참모부 메시지센터의 보고서는 ‘군인들은 만약 절대적으로 필요하거나 그들의 생명이 위태롭다고 여겨지는 상황이면 발포할 수 있는 권한을 승인받았다’고 기록했다. 미국이 신군부의 작전을 알고 있었고 집단발포 또한 묵인했음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또 ‘5월21일 오후 6시30분 광주 상황이 악화되고 있음. 서울에서 한국군 장교들은 전체 진상을 이야기하지 않음’이라고 전하지만 ‘양측 사상자는 숫자미상의 사망자를 포함해 최소 500명 이상으로 추정된다’는 자체적으로 수집한 정보를 언급한다. 또한 미국이 한국 군대의 ‘작전통제권’을 해제해 반미감정이 고조됐다는 분석도 있다.
CIA와 주요 미국 인사들은 5ㆍ18에 대해 구체적인 정보를 수집했고 확인되지 않은 정보는 구분했다. CIA 국내외국평가센터가 5ㆍ18 기간 대한민국 내부사정을 분석한 보고서는 ‘5월22일 계엄분소와 시민 협상 시작, 시민대표는 대주교와 몇몇 김대중 지지자들이 포함됨’이라며 시민대표의 성향과 지지자까지 파악해 기록한다.
CIA 보고서는 ‘완벽한 내란’이란 단어를 사용한다. 이 단어는 글라이스틴 대사가 미국 정부에 ‘광주에서 인민재판과 사형 등이 일어나고 있다’는 전문에서도 함께 등장하나, 대사는 ‘확인되지 않아 조심히 다뤄야 할 정보’라는 전문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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