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성한 식욕 보이지만 한 가지 걱정이…
올해 SK는 M&A 시장에서 큰손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 1월 LG실트론 인수를 시작으로 에스엠코어, 다우케미칼 에틸렌아크릴산(EAA) 사업부를 인수했다. 최근에는 도시바 메모리반도체 사업부 인수도 추진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여건이 되는 기업이 M&A에 나서고 싶어 하는 건 자연스러운 것”이라며 “최근 삼성과 롯데는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M&A에 나서기 힘든 상황이고 현대차도 내수시장이 좋지 않아 SK가 이 기회에 한발 앞서 나가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남산에서 바라본 SK그룹 본사.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SK는 M&A를 통해 기존 계열사들과 시너지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우선 LG실트론은 SK하이닉스와 시너지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김준섭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생산을 위한 실리콘 웨이퍼 매입에 10%의 원재료 비용을 사용하고 있어 실리콘 웨이퍼를 생산하는 LG실트론과 시너지가 가능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다우케미칼 EAA사업부는 SK이노베이션과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EAA사업은 그 자체로 큰 사업은 아니지만 패키징 필름 시장 핵심 제품”이라며 “이 제품으로 SK이노베이션의 LLD 등 다른 제품의 판매를 늘리는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물류 자동화 장비 전문 업체 에스엠코어도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등과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정규봉 신영증권 연구원은 “SK그룹은 SK하이닉스,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등의 계열사를 통하여 매년 10조 원 이상의 설비투자를 지속하고 있다”며 “올해도 17조 원의 투자를 발표하였기에 향후 에스엠코어의 SK그룹 계열사 매출 수주에 대한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된다”고 전했다.
SK는 또 도시바 인수전에도 나서는 등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사업 강화에 특히 힘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SK 관계자는 “SK가 반도체에만 집중하는 게 아니라 최근 반도체 업황이 좋아 계속 투자하고 있는 것”이라며 “각 사업마다 다 포텐셜이 있어 한 사업만 놓고 집중 투자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우케미칼 EAA사업부는 SK이노베이션이 직접 인수한 반면 LG실트론과 에스엠코어의 인수주체는 SK㈜다. SK하이닉스가 직접 M&A 시장에 뛰어들기는 쉽지 않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손자회사는 지분 100%를 소유하는 경우에만 증손회사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SK㈜-SK텔레콤-SK하이닉스로 이어지는 SK㈜의 손자회사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SK하이닉스는 비록 다른 계열사와 시너지효과를 발휘해 경쟁력을 끌어올리고는 있지만 투자 활동이 제한돼 사업 확장에 한계가 있다. 또 SK의 반도체 분야 M&A는 SK하이닉스와 시너지효과가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SK㈜가 M&A를 주도하는 것보다 SK하이닉스가 주도하는 게 더 빠른 의사결정을 이끌어낼 수 있다.
이는 SK텔레콤의 중간지주회사 전환설이 꾸준히 흘러 나오는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이 지주회사의 자회사 주식 보유 기준을 상장사는 20%에서 30%로, 비상장사는 40%에서 50%로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데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 공약으로 내건 지주회사 요건 강화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채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통과되면 SK하이닉스의 지분 20.07%를 갖고 있는 SK텔레콤의 중간지주회사 전환은 당분간 힘들어진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적극적 M&A를 선포했지만 정작 SK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SK하이닉스의 역량을 강화시킬 기회는 놓칠 수 있다. 그러나 SK 관계자는 “아직까지 SK텔레콤 중간지주회사 전환에 대한 논의는 이루어진 게 없다”며 “M&A는 성장 옵션 중 하나일 뿐이고 M&A를 적극적으로 하지 못한다고 해서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SK그룹의 성장동력은 ‘M&A’…대한석유공사·한국이동통신이 ‘4대그룹’ 성장 견인차 SK그룹의 역사는 인수합병(M&A)을 빼놓고 이야기하기 어렵다. 직물회사였던 SK는 1980년 대한석유공사를 인수해 에너지 사업에 뛰어들었다. 1994년에는 민영화 대상이던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을 인수해 통신 사업에도 진출했다. 이 두 회사는 SK를 4대그룹으로 성장시킨 대표 계열사로 꼽힌다. 2000년대 이후에도 SK그룹은 M&A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대표적인 기업이 인천정유(현 SK인천석유화학)를 비롯해, 하나로텔레콤(현 SK브로드밴드), 하이닉스(현 SK하이닉스), 바이오랜드(현 SK바이오랜드), OCI머티리얼즈(현 SK머티리얼즈) 등이다. 그 결과 SK의 계열사는 2000년 말 53개에서 2017년 1분기 95개로 증가했고 같은 기간 지주회사인 SK㈜(구 SK C&C)의 보유자산도 4955억 원에서 19조 원으로 늘었다. 하지만 SK의 M&A가 매번 성공적이지만은 않았다. 인터넷사업은 SK의 대표적인 M&A 실패 사례로 꼽힌다. SK커뮤니케이션즈는 2002년 라이코스 인수를 시작으로 싸이월드, 이투스, 이글루스, 엠파스를 차례로 인수했다. 그러나 2012년 이후 SK커뮤니케이션즈는 매년 적자를 기록했고 결국 지난 2월 상장 폐지됐다. SK는 올해도 대규모 M&A를 예고했지만 성공을 장담할 수는 없다. SK 관계자는 “매물이 나왔다고 무작정 인수하는 게 아니라 업황, 규제, 이슈 등을 다 따져본다”며 “그래도 리스크가 있을 수 있지만 그건 M&A를 추진하는 모든 기업이 가져가야 할 몫”이라고 전했다. [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