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투자 효과 못 봐 수익성 4분기 연속 기대치 밑돌아…체질 개선 기대 반면 계열사 지원에 동원될까 우려도
그러나 최근 또 하나의 변수가 나타났다. 롯데그룹 유동성 위기설이 최근 불거지면서 롯데지주와 롯데케미칼, 롯데쇼핑 등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 주가가 6~10% 급락하는 일이 발생했다. 롯데그룹은 터무니없는 ‘지라시’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기관투자자들이 롯데그룹 계열사 주식을 동반 매도하는 등 불안감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롯데그룹 계열사는 전반적으로 부채가 많다”며 “가지고 있는 자산이 대부분 부동산이라 금융자산보다는 현금화가 쉽지 않다. 자칫 잘못하면 기관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롯데그룹주 기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롯데칠성 실적 예상 왜 빗나갔나
롯데칠성의 매출은 지난해 3분기 8304억 원에서 올해 3분기 1조 650억 원으로 28% 증가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843억 원에서 787억 원으로 7% 감소했다. 당초 증권가에서는 롯데칠성이 올해 분기 800억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했다.
롯데칠성 실적 부진의 일차적 이유는 국내 사업이다. 롯데칠성의 국내 음료 영업이익은 53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5% 감소했고, 주류 영업이익은 97억 원으로 전년 대비 31% 줄었다. 롯데칠성은 국내 경기 위축에다 음료는 과열 경쟁, 주류는 트렌드 변화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다만 롯데칠성은 해외 사업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롯데칠성은 지난해 9월 필리핀 펩시(PCPPI)의 인수를 완료했다. 롯데칠성은 2010년 필리핀 펩시 지분 34.4%를 1170억 원에 인수했고, 2013년과 2018년에 주식을 추가 취득했다. 2020년에도 주식 공개매수를 통해 필리핀 펩시 지분율을 73.58%까지 끌어올렸다. 필리핀 펩시는 지난해 4분기부터 롯데칠성 자회사로 편입됐다. 이에 따라 롯데칠성의 매출과 이익이 급증할 것이란 기대가 컸지만 아직까지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필리핀 펩시는 올해 3분기 매출 2423억 원, 영업손실 1억 원을 기록했다. 필리핀 펩시는 당초 올해 3분기 롯데칠성 실적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태풍의 영향으로 필리핀 펩시의 실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정한솔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 7~8월 태풍 영향으로 매출 성장률이 일시적으로 축소됐다”며 “공장 통폐합 과정에서 일회성 비용이 발생한 것도 실적 부진의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롯데칠성은 지난 2분기 실적 발표 때도 날씨 영향으로 실적이 부진했다고 밝혔다. 롯데칠성은 당시 너무 더운 날씨 탓에 구매자들이 외부 활동을 하지 않아 음료 매출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 자산운용사 매니저는 “실적 추정이 틀릴 수는 있는데 매번 최고의 환경을 가정하고 추정했다가 날씨 등의 이유로 엇갈리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내년 실적 전망도 믿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밸류업 방안 내놓았지만 시장에선 의구심
증권가에서는 롯데칠성을 계속 주목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해외법인 매출이 증가세에 있는 것은 사실이고, 밸류업 방안도 동시에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칠성은 올해 매출의 35%가 해외에서 발생할 전망이다. 롯데칠성의 파키스탄 법인과 미얀마 법인의 올해 3분기 매출도 전년 대비 각각 26%, 16% 증가했다. 롯데칠성은 지난 10월 2028년까지 전체 매출의 45%를 해외에서 벌어들이겠다고 공표한 바 있다.
롯데칠성은 또 밸류업 방안으로 2028년까지 매출 5조 5000억 원, 자기자본이익률(ROE) 10~15% 달성, 연결 배당성향 30% 이상, 부채비율 100% 이하 유지 등을 언급했다. 롯데그룹의 주력 사업인 화학과 유통 계열사들이 부진한 상황 속에서 롯데칠성의 밸류업 방안은 증권가로부터 큰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롯데칠성의 부채비율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품고 있다. 롯데그룹은 최근 유동성 위기설과 관련한 지라시가 돌며 주가가 폭락했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롯데그룹 위기설은 사실무근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이 보기에 부채총액 자체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롯데칠성이 부채비율 감축 방안을 밸류업에 넣은 것도 이 같은 시장 분위기를 인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롯데칠성의 부채비율은 지난 9월 말 기준 174.05%다.
롯데칠성은 2028년까지 해외 매출 45%를 달성하기 위해 해외법인 추가 인수합병(M&A)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필리핀 펩시 인수를 위해 적지 않은 차입금이 발생한 상황에서 추가 M&A를 예고한 것이다. 동시에 부채비율을 대폭 줄이겠다고 하니 성사 가능성을 두고 고개가 갸웃할 수밖에 없다.
추가 차입 우려도 있다. 롯데칠성은 지난해 필리핀 펩시 지분을 추가 취득하는 과정에서 재무적 투자자로 남게 된 펩시코, 퀘이커글로벌인베스트먼트와 주식매수청구권(풋옵션)을 약속했다. 롯데칠성은 필리핀 펩시가 2030년까지 재상장하지 못하면 이들이 보유한 지분을 인수해야 한다. 필리핀 펩시는 2020년 자발적 상장폐지됐다.
이와 관련, 롯데칠성 관계자는 “해외 M&A는 구체적인 내용이 정해진 것은 아니고 좋은 기회가 있으면 검토하겠다는 차원”이라며 “다른 기업들도 부채비율 낮추는 데 힘쓰고 있기 때문에 롯데칠성도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목표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하나 증권가에서 우려하는 것은 롯데칠성의 계열사 지원 가능성이다. 이동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케미칼 위기설과 관련해 “훼손된 투자심리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롯데건설에 대한 추가 지원과 관련한 회사의 명확한 의견 발표가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롯데케미칼이 롯데건설을 비롯한 롯데그룹 계열사 지원에 동원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이 크다는 것이다.
롯데케미칼은 2022년 롯데건설에 5000억 원을 대여해줬고, 이외에도 유상증자에 참여해 2000억 원을 추가 투입했다. 증권가에서는 롯데케미칼의 최근 실적이 좋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 이상의 계열사 지원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앞으로는 롯데지주, 롯데칠성 등 그나마 현금 여력이 있는 계열사가 고통 분담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현재 이러한 우려 요인이 가시화된 것은 아니지만 롯데칠성 주가에 잠재적인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