냥이 화장실 손수 치우는 모습…“찡찡이가 최고 권력자ㅋㅋ”
퍼스트독 풍산개 마루(위)와 퍼스트캣 찡찡이. 문재인 대통령 트위터 캡처.
찡찡이는 문 대통령이 양산 시골집에서 기르던 길고양이다. 5월 14일부터 청와대에 살고 있다. 문 대통령은 5월 27일 사진과 함께 트위터에 “찡찡이에 이어 마루도 양산 집에서 데려왔습니다. 이산가족들이 다시 모였습니다. 찡찡이는 아직 장소가 낯설어 바깥출입을 잘 못합니다. 대신 TV 뉴스를 볼 때면 착 달라붙어 떨어지려하지 않습니다”라는 게시물을 올렸다. 사진 속에서 찡찡이는 문 대통령 턱에 ‘이마 비비기’를 시도 중이다.
다른 사진은 문 대통령이 찡찡이의 화장실을 청소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한 트위터 회원은 “대한민국 최고 권력자 찡찡이, 대통령한테 화장실청소를 시키다니…”라고 했다. 문 대통령 게시물의 리트윗 수는 약 5만 1000개, 약 3만 2000명 회원들이 ‘좋아요’를 눌렀다.
문 대통령은 찡찡이와 특별한 인연이 있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문 대통령 후보 시절 TV 찬조연설에서 “집사람과 함께 문 후보 양산 집에 놀러갔는데 집 마루에 죽은 쥐가 있었습니다. 집 고양이가 문 후보 보여주려고 매일 쥐를 잡아와서는 마루에 놓아둔 것입니다. 문 후보 집 고양이 이름이 찡찡이입니다. 그 녀석은 유기묘, 그러니까 유기견처럼 버려진 고양이였는데 문 후보가 데려다 키웠습니다”라고 밝혔다. 유기묘였던 찡찡이는 문 대통령의 각별한 애정 덕분에 ‘푸른 기와집’에서 살게 됐다.
문 대통령의 또 다른 반려동물은 마루다. 문 대통령은 하얀 풍산개 마루를 10년째 키우고 있다. 문 대통령은 평소 술을 마시고 집에 들어오면 마루와 뒹굴거나 1~2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눈다고 한다. 김정숙 여사는 제18대 대선 때 “우리 부부가 키우던 마루라는 풍산개가 있는데 오래전에 키웠던 풍산개의 손주예요. 기분 좋게 한 잔 걸치고 들어온 날이면 남편은 외출복 그대로 입은 채로 마루랑 껴안고 마당을 뒹굴고 둘이 누워 있곤 했어요. 뭐하느냐고 물어보면 마루랑 달구경을 한다고…”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 당선 이후 청와대는 문 대통령과 마루가 경남 양산 사저에서 재회한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속에서 마루는 문 대통령이 반가운 나머지 바닥에 드러누워서 배를 보이고 있다. 동시에 정장 차림의 문 대통령은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마루의 배를 쓰다듬고 있다.
마루는 양산을 떠나 5월 25일부터 문 대통령과 함께 청와대 관저에 살고 있다. 최근 김광진 전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마루도 잘 크고 있었습니다”라며 마루의 근황을 담은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속에서 문 대통령은 마루의 턱을 어루만지고 있는 모습이다. 마루의 통나무집도 이목을 끌었다.
도살 직전 구조된 ‘토리’는 문재인 대통령이 입양의사를 밝혀 곧 청와대행 열차에 올라탈 전망이다. KBS 방송 화면 캡처.
임영기 동물단체 ‘Care’ 사무국장은 “2년 전 폐가에서 묶여 있던 토리를 구조했다. 원래 집주인이 토리를 묶어놓은 뒤 식용으로 다른 개를 많이 키웠다. 유기견들을 잡아다가 묶어놓고 크면 잡아먹고 또 잡아먹는 방식으로 학대했다. 토리는 친구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문 대통령이 입양 의사를 밝혔을 때 의례적인 일이라고 생각해서 믿지 않았지만 대선이 끝난 뒤 실제로 입양을 추진하겠다고 전해와서 놀랐다”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뿐만이 아니라 역대 대통령들도 퍼스트독에 무한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하야 뒤 반려견(킹 찰스 스패니얼)을 하와이까지 데려갈 정도로 소문난 애견인이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요크셔테리어 4마리를 키웠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북한에서 선물 받은 풍산개 우리와 두리를 키웠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가회동 집에서 데려온 진돗개 청돌이에 대한 무한 사랑으로 유명하다. 이 전 대통령은 퇴임 후에도 페이스북에 청돌이와 함께 에쿠스에 함께 타고 있는 사진을 공개하거나 트위터에 ‘나의 평생 반려자“라고 칭할 정도였다.
정연아 이미지컨설턴트협회 회장은 “역대 대통령들이 키운 진돗개와 문 대통령 반려동물은 성격이 다르다. 역대 대통령들은 한국 고유의 품종인 진돗개를 키웠다. 사람들이 귀하게 여기는 동물과 사람들로부터 버림받은 동물의 차이는 크다. 사람으로 따지면 진돗개는 상류층이고 토리는 하층이다. 문 대통령은 다른 대통령들과는 다르게, 서민들을 꼼꼼히 챙길 것이라는 정치철학을 반려동물 키우기로 보여주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임영기 사무국장은 “역대 대통령 반려견 대부분은 한국 토종을 상징하는 진돗개 일색이었다. 동물 사랑보단 국견의 위상과 정통성을 내세운 느낌이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유기견과 유기묘 입양 과정을 지켜보면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대통령이 유기견을 입양하면 파급력이 어마어마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동물 보호를 위해 진행한 수많은 캠페인보다 훨씬 효과가 좋다”라고 밝혔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