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17일 이라크 팔루자에서 미군들이 젊은 남자들을 수색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 ||
자르카위는 도망?
팔루자 공격의 가장 큰 목적은 요르단 출신 테러지도자 알-자르카위를 살해하는 것이었다. 미군은 공격 개시 직후 “자르카위로 보이는 용의자가 시외로 도주한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자르카위가 팔루자에 있기는 했던 것일까.
현지 무장세력의 정신적 지도자 압둘라 알-자나비는 7월 인터뷰에서 “미군과 싸우고 있는 것은 ‘외국인 테러리스트’가 아니라 우리 현지인들”이라며 자르카위와의 관계를 부인했다. 실제로 당시의 공격에서 체포된 사람들은 대부분 현지의 이라크인들이었다.
팔루자의 정치지리학자인 아하메드 알 사브(43)는 “팔루자에 외국인, 그것도 자르카위와 같은 거물이 숨어 지내는 것은 무리다”고 말해 위의 말이 사실임을 뒷받침했다. 그에 따르면 팔루자는 작은 도시로 시민들은 대부분 서로 알고 지내며, 배타적인 성향이 있기 때문에 외국인이 있었다면 금방 소문이 날 수밖에 없다고 한다.
또한 이라크의 어린이들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 ‘피스 온’ 대표인 아이자와는 “고다(무장단체에 살해당한 일본인 인질)가 납치됐을 때, 한 요르단 출신 이슬람 의용병사가 ‘자르카위를 알고 있으며 일본인 인질 석방을 위해 협력하고 싶다’고 제안했다고 한다. 그 요르단인은 올해 2월까지 이라크에서 미군과의 전투에 참여했던 인물로, 자르카위가 알 카에다에 관여하기 전부터 친밀했다는 것. 하지만 그가 결국 바그다드의 동지들을 통해 알아낸 것은 ‘고다를 납치한 단체는 자르카위라는 이름만 사용하고 있을 뿐, 사실 자르카위가 아니다’는 것이었다.
얼마 전 팔루자 시민을 대표해서 인권과민주주의연구센터 소장인 카심 알 자마일리가 ‘자르카위는 팔루자에 없다’는 편지를 코피 아난 UN 사무총장에게 보냈다. 있지도 않은 사람을 넘기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
이런 면에서 미군에 의해 가족이 죽은 사람들과 혈기왕성한 일부 젊은이들이 반미의 상징이 된 자르카위의 이름을 도용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병원 무장세력 사살?
미군은 11월8일 팔루자 종합병원을 점거한 후 “병원 내 무장세력을 체포, 38명을 사살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때 붙잡힌 사람들은 무장세력이 아니라 병원 직원들이었다는 증언이 있다. 일본국제자원봉사센터(JVC)의 이라크 지원 담당자인 하라후미(40)는 현지 자원봉사자의 말을 빌려 “체포된 사람은 100% 민간인이며, 대부분이 의료 스태프나 환자였다”고 증언했다. 미군당국이 민간인 희생에 대한 국제적 비난을 우려해 무장세력이라고 둘러댔다는 얘기다.
▲ 알 자르카위 | ||
알-자나비 또한 “우리는 동포를 죽이는 침략자와 싸우고 있을 뿐이다. 적이 아닌 민간인에게 위해를 가할 생각은 없다”며 미군이 자신들을 테러리스트와 동일시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
그렇다면 현지인이 아닌 무장세력은 모두 테러리스트일까. 미군은 팔루자에서 체포한 무장세력 중에는 외국인도 15명이나 있다고 발표했다. 이들 외국인이 과연 알 카에다와 연계된 ‘국제 테러리스트’일까.
이에 대해 아시아경제연구소의 사카이는 “이라크에는 징병을 피하기 위해 이라크에서 태어났지만 팔레스타인이나 시리아, 이란 등의 국적을 지닌 사람이 많다. 따라서 외국인이라고 해서 모두 테러리스트는 아니다”고 말한다.
미군이 과연 이들과 테러리스트를 제대로 구별해낼 능력이 있는지 의문이다. 현지에서 무차별적인 체포와 살해가 행해지고 있을 가능성도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것.
주민들은 모두 피난?
“시의 ○할을 점거했다”거나 “무장세력 ○명 체포” 등 미군의 ‘성과’가 보도되지만 현지의 피해에 대해서는 그다지 알려진 바가 없다.
이에 대해 이라크인 저널리스트인 에만 하마스는 “미군은 인구 25만~30만 명의 팔루자 시민의 대부분을 사전에 피난시켰다고 하지만, 어림도 없는 소리다. 18세에서 45세까지의 남성을 모두 전투가 가능한 잠정 테러리스트로 취급해 검문소에서 시내로 도로 돌려보냈다. 게다가 시내엔 가족을 두고 피난가지 못한 여성이나 어린이, 노인 등도 상당수 있었다. 또한 시내로 공급되는 물과 전기가 중단됐다. 식량부족도 심각해 남아있는 어린이들이 굶어죽을 위험이 있다”고 증언했다.
‘피스 온’의 현지 스태프인 사라마드 무하마드(30)는 “이라크의 이슬람법학자단체에 인도적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 찾아갔는데 ‘시내에서 움직이는 것은 무엇이든 총으로 쏘기 때문에 위험하다. 거리는 시체와 죽음의 냄새로 가득하다’는 충고를 들었다”고 이야기한다. 저널리스트인 하마스는 “미군은 시내를 흐르는 강물에 시체를 버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시가지에서 도망치기 위해 강에 뛰어드는 사람들의 등에 대고 총을 쏴서 죽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의료 지원 충분했다?
이번에 점거된 팔루자 종합병원뿐만 아니라 그 밖의 병원들도 언제 미군의 공격을 받을지 알 수 없는 상태다. 바그다드의 NGO 관련자에 따르면 “거리의 중심부에서 가까운 병원에서 5명의 의료 스태프가 미군의 공격으로 죽었다. 구급차도 파괴됐고 움직이는 것은 무엇이든 공격당하기 때문에 부상자를 병원으로 옮길 수조차 없었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저널리스트 하마스는 “4월에 있었던 팔루자 공격 때도 그랬지만, 사망자의 대부분이 즉사가 아니라 부상 후에 치료를 받지 못해 출혈과다로 사망했다. 설사 운이 좋아서 병원까지 갔다고 해도 의약품이 부족했다. 이라크 보건성의 의약품의 배급이 끊긴 데다가, 미군이 의료지원 관계자들의 활동을 방해했기 때문”이라며 위의 말을 뒷받침했다.
JVC의 이라크 지원 담당자인 사토는 다음과 같이 증언한다. “이탈리아 NGO의 지원으로 의약품을 실은 차량이 현지로 출발한 지 오래다. 하지만 미군의 저지로 발이 묶여 아직도 시내로 들어가지 못한 상태다.”
매스컴은 의료지원 관계자들이 팔루자에 들어갔다고 보도했지만 이 또한 미군의 선전이라는 것. 실제로는 팔루자의 입구에 있는 병원에 들어갔을 뿐, 아직도 의약품이나 식량 등의 배급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