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 않는다는 이유로 8차례 폭행…주치의 “교통사고 당한 것과 같은 외상”
내연남 이 씨는 친모인 최 아무개 씨(34)가 일하러 나간 사이에 A 군의 머리, 배, 팔, 다리 등 전신 부위를 상습적으로 때렸다. 이 씨는 A 군을 강하게 밀쳐 TV장에 부딪히게 했고, 주먹으로 머리를 때리는 등 지난해 7월부터 10월까지 8회에 걸쳐 두개골 골절 등의 상해를 입혔다. A 군의 팔꿈치를 관절 반대 방향으로 젖히고 발로 몸통을 걷어차는 등의 잔혹한 폭행을 일삼았다. 이 씨가 아동을 폭행한 이유는 아이스크림을 먹지 않겠다고 했다가 다시 먹고 싶다고 했고, 양치를 하지 않겠다고 말해서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10월 말에는 A 군이 눈의 통증을 호소하자 주먹으로 눈 부위를 때렸고 또 다시 온몸에 폭행을 가했다. 결국 A 군에게 피 냄새가 심하게 났고 실신 상태에 이르러 입원 치료가 필요했지만 일주일 동안 방치해 결국 실명에 이르게 됐다. 검찰은 “피고인 이 씨는 아동의 온몸을 때리고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데도 이를 방치하고 집을 떠났다”며 “건장한 성인 남성이 어린 아동을 주먹과 발로 강하게 구타하면 아동이 사망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폭행을 가해 살해하려고 했으나 이를 이루지 못하고 미수에 그쳤다”며 공소사실을 밝혔다. 이 씨는 범행에 대해서는 인정했지만 살인 의도는 없었다고 부인했다.
모친 최 씨는 아들의 폭행을 알고 있었지만 이 씨와 분리하지 않고 방치해 상습아동 유기 및 방임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최 씨는 살인미수와 아동복지법 위반, 상해 혐의로 기소된 이 씨와 함께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최 씨가 친모 자격이 없다고 판단해 법원에 친권상실도 함께 청구했다.
지난 2일 광주지법 목포지원에서 열린 공판에는 A 군의 주치의였던 한석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교수가 증인으로 출석해 그간 A 군의 CT자료를 통해 폭행 상태를 감정했다. 한 교수는 “지난 10월 피해아동이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 실려 왔는데 망막 손상으로 안구 적출 수술을 거쳐 의안을 넣었고, 간 기능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고 배 부위에 상처가 퍼져 있어 개복수술을 해야만 했다”며 “폭행으로 정신적 외상이 심각한 수준이며 앞으로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하려면 가정이 있어야 하는데 굉장히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한 교수는 지난 7월부터 10월까지 A 군이 상해를 기록한 CT자료를 통해 상습적인 폭행 정황을 파악했다. 한 교수에 따르면 피해아동이 가장 많이 외상을 입은 부위는 얼굴 포함 두부와 회음부 부위였다. 한 교수는 “그동안 찍은 CT자료를 종합하면 아이의 외상이 몸 전체에서 나타났고, 예전에 있었던 외상이 치유되면 다른 부위에 새로운 외상이 생겨나는 상황이 수차례 반복됐다”며 “교통사고처럼 딱딱한 물체에 부딪혔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외상이고 일반인이라면 일생 동안 입을 수 없는 외상”이라며 아동의 상습적인 폭행을 암시했다.
한 교수의 증언을 통해 새로운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모친 최 씨는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아이의 외상 부위를 진단받은 것이다. 한 교수는 “요즘 엄마들은 방사선 때문에 CT 찍는 것을 거부하는데 최 씨는 아동을 데리고 집에서 가까운 병원에 가서 CT를 촬영했고 입원을 거부한 이후에는 다른 병원에 데려가서 또 CT 촬영을 했다”며 “이는 일반적인 보호자가 하는 행동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최 씨에게 아들을 살해하려는 의도는 없어 보이는 대목이다. 그러나 같은 병원에 반복적으로 갈 경우 병원 측에서 아동학대 피해로 신고할 것을 우려해 여러 병원을 전전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법정에서 A 군의 폭행 정황을 분석한 CT 자료가 공개될 때 최 씨는 계속해서 응시했지만 이 씨는 한 번도 쳐다보지 않았고 재판 내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A 군의 폭행이 신고 접수된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사회복지사로 근무하는 한 아무개 씨 역시 증인으로 출석해 A 군의 상황을 증언했다. 한 씨는 “피해아동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포함해 아직까지도 심리적으로 불안한 증세를 보이고 있다”며 “아동이 삼촌(피고인 이 씨)이 수감돼 있는 것을 아는데 ‘오랫동안 나오지 않고 벌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면서 “아이가 삼촌이 눈을 아프게 했고, 배를 발로 찼으며 머리와 다리를 때렸다고 말했고 엄마 이야기를 전혀 꺼내려고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재판부는 피해아동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전제 하에 법정에서 상태를 보고 싶다고 했지만 한 씨와 검찰 측에서는 아이의 2차 피해를 우려하는 태도로 일관했다. A 군은 학대피해아동쉼터에 보호조치돼 있었고 일주일에 한 번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심리치료를 받고 있다. 또 아직 성장을 하고 있어 의안을 시기별로 교체해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검찰 관계자는 “원영이사건보다 아동학대 정도가 더 심각하다”며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관을 증인으로 채택해 추가 입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동학대피해가족협의회와 학대사망아동 추모모임을 포함한 시민단체도 이날 법정을 지켰다. 이들은 “만 13세 미만 아동을 학대한 가해자에 대해서는 가중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며 “아이가 지난 9월에 폭행을 당한 이후 상해를 진단 받은 병원에서 아동학대가 의심된다고 해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접수됐지만 사건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때 피고인과 분리됐다면 아이가 이 지경까지 몸과 마음이 상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울분을 터뜨렸다.
최영지 기자 yjcho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