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학교폭력 발생 학교에 ‘학교폭력 예방 우수기관’ 포상

교육부, “우리 감사관에서 징계 내린 내역만 확인하고 상 준다.”

[일요신문] 교육부가 학교폭력이 발생한 학교를 ‘학교폭력 예방 우수기관’으로 선정한 뒤 장관 명의 포상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부는 자체 감사실이 파악한 결격 사유만 조회했고 지역 교육청에서 발생한 학교폭력은 확인하지 않았다.
 

초등학교에 내걸린 상장.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15일 제6회 ‘Wee 희망 대상’ 기관부문에 천안의 한 초등학교를 선정하고 대상을 수여했다. Wee 희망 대상은 교육부의 Wee 프로젝트를 잘 수행한 기관과 개인을 발굴해 포상하는 행사다. Wee 프로젝트는 학교 안의 Wee 클래스와 지역 교육지원청 Wee 센터, Wee 스쿨 등이 연계해 학교폭력 예방과 학교 부적응 학생의 학교 적응을 지원하는 학생 위기관리 시스템이다.
 
문제는 기관 대상을 받아간 곳이 2015년부터 발생한 학교 폭력을 방관해 온 초등학교라는 점이다(관련기사). 지난해 7월 29일 충남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는 이 학교에서 발생한 학교 폭력을 확인하고 충남교육청과 천안교육지원청에 이 내용을 공유했다.
 
교육부는 장관 포상에 앞서 대상 기관의 결격 사유를 확인한다. 하지만 교육부 내부의 감사관실 감사와 징계 내역만 확인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역 교육청에서 발생한 학교폭력 등은 확인하지 않는다. 학교 폭력이 발생한 학교더라도 교육부 감사관실의 감사를 받은 적이 없다면 학교 폭력 예방 우수기관으로 선정될 수 있는 셈이다.
 
교육부 Wee 프로젝트 담당 관계자는 “장관 추천 포상은 교육부 감사관실의 결격 사유 조회 뒤 나간다. 지난해 12월 7일 감사관실에서 ‘결격 사유가 없다’는 의견을 줘서 포상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에 교육부 감사관실 관계자는 “우리는 감사관실에서 감사한 결과만 확인한다. 다른 기관에서 발생한 문제는 확인하지 않는다”고 했다.
 
교육부의 ‘날림 포상’에 학부모들은 항의하고 나섰다. 익명을 원한 한 학부모는 “충남교육청과 천안교육지원청에서 이미 파악하고 있던 학교 폭력 발생 학교에 장관 이름의 포상이 나간 것은 상식 밖의 일”이라며 “보여주기 식 행정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최소 학교폭력 예방 우수기관으로 선정하려면 지역 교육청에 한 번이라도 전화해 봐야 하는 게 상식 아닌가. 귀찮아서 그거 한 번 확인하지 않아 피해 학생과 학부모를 두 번 죽였다”며 교육부를 비난하고 나섰다.
 
최훈민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