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들 AI 집필 의혹 제기에 판매 중단·환불까지…“작가·출판사·플랫폼의 AI 사용 신고·표시 의무화 필요”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SNS) 등을 타고 논란이 지속되자 출판사 측은 10월 22일 해당 작품의 판매 중단과 환불 절차를 공지했다. 북인어스는 "해당 책과 관련한 의혹을 인지한 직후인 10월 19일 작가님께 소명을 요청했으며 21일 관련 자료를 받아 검토했으나 전달 받은 자료만으로는 현재 제기된 우려를 충분히 해소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이에 독자 여러분의 우려를 무겁게 받아들여 작가님과 협의를 거쳐 해당 도서의 판매를 중단하고 환불 절차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정식 출간돼 판매 중이던 국내 웹소설이 AI 집필 의혹으로 판매 중단에 이른 첫 사례로 알려졌다.
AI를 활용한 작품의 무분별한 생산과 유통은 이미 웹소설 시장 곳곳에서 문제로 지적돼 왔다. 지난 9월 전자책 플랫폼 리디에서는 한 작가가 출간한 다수의 작품에 AI 사용 의혹이 불거지며 독자들의 거센 반발을 사기도 했다. 표지와 본문 모두 AI를 활용해 제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리뷰 게시판에는 작가뿐 아니라 리디의 검수 미흡을 비판하는 글이 잇따랐다.

웹소설 독자들이 AI 활용 작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데엔 신인 작가들의 등용문인 자유연재 플랫폼의 특성도 영향을 미친다. 조아라·문피아·네이버웹소설 등 플랫폼은 아마추어 작가들도 자유롭게 작품을 연재하고 독자들의 평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독자들은 이곳에서 참신한 소재와 개성 있는 문체를 가진 신인 작가를 발굴해 정식 출간까지 지켜보기도 한다.
그러나 AI를 이용해 비슷한 설정과 전개를 반복하는 작품들이 단기간에 대량 유입되면 독자들이 새로운 작품을 탐색하는 데 피로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신인 작가를 발굴하는 재미가 줄어들수록 검증된 기성 작가의 작품을 선호하게 되고, 이는 아마추어 작가들의 노출 기회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해외에서는 작가가 AI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창작한 사실을 인증하는 제도가 이미 시행 중이다. 미국 작가조합은 지난해부터 작가가 직접 쓴 작품에 '휴먼 오서드'(Human Authored) 인증을 부여하고 있다. 창작자의 자진 인증을 기반으로 하되 허위 사실이 드러나면 계약 위반 등에 따른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한 방식이다. 영국 작가협회도 지난 3월 유사한 제도를 도입했다.
국내에도 이처럼 창작자가 직접 AI 활용 여부를 밝히도록 유도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지만 업계 전반에 적용할 통일된 인증·표시 체계는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출판업계 관계자는 "올해부터 시행된 인공지능기본법은 AI 사업자를 중심으로 생성형 AI 결과물의 표시 의무를 규정하고 있을 뿐, AI를 활용해 작품을 생산하는 모든 개인이나 이를 서비스하는 플랫폼에까지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짚었다.
이어 "플랫폼이 자체적으로 AI 사용 여부의 신고와 표시를 의무화할 수도 있지만 자유연재의 경우 등록되는 모든 작품을 검수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독자들이 AI 작품에 대해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는 만큼 작가와 출판사가 작품 등록 단계에서 AI 활용 여부를 의무적으로 신고하도록 하고 플랫폼은 이를 독자에게 공개해 판매하는 방식으로 관리 책임을 나눌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