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괘 따라 정상회담 스케줄 바뀌기도
낸시 레이건
하지만 임기 초기부터 대통령은 큰 위기를 겪는다. 1981년 3월 30일, 존 힝클리라는 청년이 레이건 암살을 시도했던 것. 배우 조디 포스터에 대한 광적인 애정을 지녔던 힝클리는 그녀의 관심을 끌기 위해 대통령을 죽이겠다고 결심했고, 미수에 그쳤지만 레이건에게 총상을 입혔다. 이 사건 이후 낸시 레이건은 편집증적 상태가 된다. 남편인 대통령이 케네디처럼, 언제 총에 맞아 죽을지 모른다는 공포가 엄습한 것.
자서전에서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자신의 남편이 총에 맞아 거의 죽을 뻔한 경험과 그 심정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리고 그 남편은 거의 매일 대중 앞에 노출되어야 한다. 대중 속엔 총을 든 미친놈이 있을 수 있다. 난 내 남편을 보호하고 살리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했다.” 그 일은 바로 백악관에 점성술사를 불러들이는 것이었다. 그 주인공은 조앤 퀴글리. 영부인과는 이전부터 인연을 맺었던 인물이었다.
낸시와 로널드 레이건.
퀴글리는 레이건이 임기를 마치는 1988년까지 백악관의 비선 실세였다. 낸시 레이건은 정기적으로 퀴글리의 조언을 들었고, 대통령이 만나는 사람들의 리스트를 그녀에게 건넸다. 퀴글리는 회고록에서 “로마 제국 이후 점성술사가 국가 운영에 그토록 중요한 역할을 한 사례는 없을 것”이라며 호기롭게 말했는데 이것은 전혀 허언이 아니었다. 당시 백악관을 관장했던 수석보좌관 도널드 레건의 책에 의하면, 영부인을 등에 업은 퀴글리의 간섭을 대단했다. 퀴글리는 달력에 길일과 흉일을 체크해서 수석 보좌관에게 건넸다. 정해졌던 스케줄이 퀴글리에 의해 바뀌는 경우도 많았다. 이럴 경우 낸시 여사는 그 통로 역할을 했다. 예정된 여행이 취소되기도 했다. 퀴글리가 “하루 종일 백악관에 머물라”는 점괘를 전했기 때문이다. 대중에게 노출되어선 안 되는 날도 있었다. 심지어 정상회담 시간대가 바뀌기도 했다.
조앤 퀴글리
미국의 역대 영부인들 중 낸시 레이건은 정치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했던 인물이었다. 그 뒤엔 조앤 퀴글리라는 점성술사가 있었고, 더 근원적으로는 암살과 죽음에 대한 공포심이 있었다.
한편 별점을 볼 때 태어난 시각은 가장 중요한 정보인데, 낸시는 레이건이 태어난 정확한 시각을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 노력했고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알았다고. 퀴글리는 레이건 대통령의 별점 운수에 대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로널드 레이건은 놀라운 별자리 운세를 타고났다. 내가 1980년 그의 대통령 유세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건 그런 이유였다. 그런 운세를 타고난 사람을 난 본 적이 없었다. 그는 위대한 장군이 될 수 있었다. 그의 태양은 중천에 있는데, 이것은 대통령의 운세다. 그의 별들은 미국이라는 나라에 행운을 가져온다. 그리고 그의 별자리엔, 일반적인 사람은 거의 절대 가지지 못한 세 개의 행성이 있다.”
김형석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