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들, 분양권 입주권 갭투자 활용 일부지역 가격 상승 주도…최근 10년은 주식보다 부동산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로 본 고층 아파트. 박은숙 기자.
# 선물·옵션…분양권 입주권
분양권 전매만 허용된다면 아파트 청약은 당첨되면 대박이다. 적은 자본으로 높은 수익률이 가능하다. 집값 전체가 아닌 분양권에 웃돈을 얹어서 팔 수 있다. 재건축 입주권도 마찬가지다. 당첨 확률을 높이려고 청약통장 자체를 거래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증시에서 옵션투자는 특정가격에 증권을 사거나 팔 수 있는 권리에 대한 투자다. 예를 들어 1만 원짜리 유가증권을 1만 1000원에 사거나(콜옵션), 9000원에 팔 수 있는 권리(풋옵션)는 통상 증권 자체를 거래하는 경우보다 거래금액이 훨씬 적다.
예를 들어 이 유가증권의 콜옵션을 700원을 주고 샀다고 치자. 증권 가격이 1만 1000원이 되면 300원의 수익을 얻으므로 수익률은 42.86%가 된다. 현물로 1만 원을 주고 샀다면 수익률은 3%에 불과하다.
반대로 500원을 주고 풋옵션을 샀는데 증권가격이 8500원이 되면 100%의 수익률이 난다. 현물 증권을 공매도(short selling)해서 성공했을 때 투입금액(대차비용+숏커버링 비용)의 수익률이 10%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격차다.
그런데 분양권이나 입주권은 옵션보다 더 안정적이다. 분양권과 입주권으로 갖게 될 건물에 대한 소유권을 바탕으로 차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물 가격 하락에 따른 손실을 볼 수는 있지만 투자금 전체를 날릴 확률은 아주 낮은 셈이다.
# 차익거래…갭투자
최근 가장 눈길을 끄는 부동산 투자기법이 갭(gap) 투자다. 전세가격과 매매가격의 차이를 이용한 투자기법이다. 예컨대 5억 원짜리 집에 보증금 4억 5000만 원짜리 전세계약이 돼 있다고 치자. 5000만 원만 있으면 전세를 끼고 이 집을 살 수 있다. 집값이 5억 5000만 원으로 오르면 5000만 원의 차익이 발생한다. 투자원금 대비 100% 수익률이다.
분양권 거래가 존재하지 않는 주택에 대한 옵션거래라면 갭투자는 존재하는 주택에 대한 옵션거래인 셈이다. 증권시장에 비교하면 일종의 가격 차이를 이용한 차익거래다.
투자위험은 두 가지다. 집값이 하락할 경우, 전세계약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다. 특히 매매가격이 전세가격 아래로 떨어질 경우 ‘깡통주택’이 돼 세입자에게까지 피해가 미칠 수 있다. 만약 전세보증금상환 보험에 가입했다면 집 주인에 구상권이 청구될 수 있다, 증권투자에서 증거금이 부족하면 ‘마진콜(margin call)’ 당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증권업게 관계자는 “증시에서 헤지펀드들이 차입투자와 공매도 등으로 개미들의 등을 치는 투기적 활동을 한다고 비판하지만, 부동산 시장에서 개인들의 투자활동을 보면 헤지펀드 뺨치는 전략들을 발견할 수 있다”면서 “부동산 투자로 성공할 정도면 증시에서도 고수가 될 확률이 높다”고 평가했다.
# 개미 잡는 증시, 개미가 이끄는 부동산
한국은행과 통계청 국민대차대조표를 보면 2016년 말 주택시가총액은 3732조 원이다. 2000년 말 976조 원에서 21세기 첫해인 2001년 말 1051조 원으로 1000조 원대에 진입했다. 2006년 말 2073조 원, 2012년 3053조 원으로 5~6년마다 1000조 원씩 불어났다.
2000년 말 한국거래소 상장주식 시총은 217조 원으로 21세기를 맞았고, 2007년 1051조 원으로 1000조 시대를 열었다. 2016년 말 기준 1514조 원이다. 21세기 들어 수익률로 따지면 주식이 주택을 앞서지만, 최근 10년으로 압축하면 주식이 95%로 105%를 넘는 주택에 못 미친다.
그나마 주식시장은 외국인과 기관 비중이 70~80%에 달하지만, 주택시장 참여자 대부분은 개인이다. 전세제도와 차입효과 등을 감안하면 개인들의 수익률은 더 높아질 수 있다. 주식 배당수익률을 임대수익률이 앞서고 있는 점까지 따지면 개인들이 정말 돈을 많이 번 곳은 주식이 아니라 부동산인 셈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주가가 오른다고 정부가 규제를 하지는 않지만,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규제에 나선다. 개인들 자산 대부분이 부동산에 쏠려 있는 상황에서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가계 자산이 불어나는 효과가 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지역 주민들에게 제일 중요한 문제는 ‘내 집값을 얼마나 올려줄 후보냐’일지 모른다. 지나친 투기는 규제해야겠지만 부동산 가격 상승을 나쁘게 보는 것도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최열희 언론인
안방그룹 회장 조사, 금융권 화들짝 중국 안방금융그룹 창업자인 우샤오후이(吳小暉) 회장을 중국 당국이 반부패혐의 등으로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금융권에도 파장이 예상된다. 우 회장은 2015년 말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과 은밀히 회동한 것으로도 알려진 인물이다. 당장 안방그룹이 최대주주인 동양생명, 알리안츠생명과 과점주주인 우리은행이 영향권에 놓였다. 동양생명과 알리안츠생명은 안방그룹의 증자가 계획돼 있는 곳이다.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과 재무건전성 규제 강화로 자본확충이 필요해서다. 안방그룹은 최근 이들 보험사에 3조 원가량의 추가 수혈 의사를 밝혔고, 장기적으로는 10조 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그런데 우 회장이 중국 정부의 조사를 받으면서 빨간 불이 들어왔다. 우 회장이 당국의 조사를 받으면서 신규상품 출시가 3개월 금지됐고, 뒤 이어 수입보험료가 급감하고 있어서다. <파이낸셜타임즈(F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을 종합하면 안방그룹은 보장기능은 약하지만 고리의 확정수익을 약속하는 보험상품을 팔아 자금을 조달했다. 이 돈으로 세계 빌딩과 기업들을 사들였다. 동양생명과 알리안츠생명 인수자금 역시 이렇게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우 회장 조사로 투자활동이 사실상 중단되고 자금 조달 경로도 차단됐다. 유동성 위기 가능성이 높다. 2001년 <포브스> 중국부호 2위에 올랐던 양빈(楊斌) 전 어우야(歐亞)그룹 회장은 반부패 사정의 사슬에 걸려 하루아침에 패망하기도 했다. 설령 자금 여력이 있더라도 최근 해외투자를 단속 중인 중국 당국이 조사 중인 안방그룹의 해외 추가투자를 방관할 리 없다. 2015년 말 이재용 부회장과 우 회장의 단독회동은 삼성그룹 사업구조개편 작업과 연관됐을 것이란 해석을 나았다. 당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발생한 새로운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위해 비주력 금융계열사 매각을 위해 안방그룹과 상의했을 것이란 추측이었다. 하지만 이후 삼성과 안방그룹 간 구체적 거래 사실은 드러난 게 없다. 현재는 두 총수가 모두 영어의 몸이 되면서 두 그룹 간 사업협력 가능성도 사실상 ‘0’이 된 상태다. 우 회장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속한 혁명원로 자제의 모임인 태자당 출신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몇 년 간 어마어마한 속도의 사업팽창이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최근 반부패 수사를 이끄는 왕치산(王岐山)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의 타깃이 된 것으로 보인다. 왕 서기 역시 태자당 소속이지만, 태자당의 일원이었던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시 당서기를 반부패 인사로 처단한 바 있다. 이번에도 정경유착 고리를 끊기 위해 왕 서기가 나섰다는 관측이 많다. [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