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최저’ 자살률 ‘최고’ 의료쇼핑 ‘엄지 척’…고령화 속도는 LTE급
OECD는 흔히 선진국 클럽이라고 부른다. 회원국들은 세계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정책을 결정하거나 그 흐름을 이끌어 나가는 등 주류로 평가된다. 하지만 그만큼 높은 수준의 책임과 자유화가 요구된다. 경제 지표뿐만 아니라, 사회 ‘성적표’도 중요한 이유다.
OECD가 사회 분야 통계에서 중요한 통계로 공표한 지표는 사회지출이다. OECD는 이 지표들이 나쁘면 병과 실직, 노환 등으로 힘들고 어려운 일을 겪을 때 국가나 사회의 도움보다는 개인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조사결과, 한국은 사회지출 부문에서 대부분 꼴찌나 최하위를 기록했다.
먼저 공적 사회보장지출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다. 사회보장지출은 저소득가정이나 노년층, 장애인, 병자, 실직자, 청년 등을 대상으로 한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의 현금과 물품, 용역, 세제 혜택 지원 등을 뜻한다. 2016년 기준 한국은 10.4%로 자료가 있는 29개 나라 가운데 꼴찌인 29위로 나타났다.
고령연금, 유족연금 등으로 대표되는 공적 연금지출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기준 2.2%다. 자료가 있는 34개국 중 32위를 기록했다. 공적 실업급여지출은 0.3%를 기록했다. 상위권 국가의 10분의 1 이하로 낮았다. 32개국 중 28위다. 가족수당지출은 가족이나 자녀 대상 재정 지원을 뜻한다. 다른 회원국들과 비교해 이 비중이 적다는 것은 그만큼 자녀를 키우기가 힘들다는 뜻이다. 한국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1%로 33개국 중 30위를 기록했다.
노동과 관련, 산업재해나 질병, 장애로 일을 못하게 된 사람들을 위해 사용되는 근로무능력지출은 2013년 기준 33개 나라 가운데 31위였으며 고용장려금과 직업훈련 등을 의미하는 노동시장지출은 2014년 기준 28개국 중 18위로 나타났다.
사회보장지출 지표만큼 다른 사회 분야 지표도 좋지 않았다. 그동안 언론과 정부기관 등을 통해 알려졌듯, 한국 출산율은 세계 최하위다. 2016년 기준 1.17명으로, 12년째 OECD 국가 중 꼴찌다. 반면 출산율 하락 속도는 1위다.
고령화 속도도 OECD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2015년 기준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13.1%로 36개국 중 30위에 올라 다른 회원국들보다 낮은 편이었지만, 최근 OECD는 2050년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 비중을 37.4%로 추산했다. 회원국 가운데 가장 빠르고 높은 수치다.
출산율과 고령화의 간극만큼, 소득과 빈곤 격차도 넓다. OECD의 소득불평등 항목에서 소득불평등도를 보여주는 지니계수에서 한국은 0.32를 기록했다. 지니계수는 0~1 사이로 평가하며 숫자가 높을수록 불평등도가 높다. 회원국 가운데 지니계수가 네 번째로 높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나라로 분류된다. 인구 전체 빈곤율은 14%로 OECD 평균 12%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지만, 65세 이상 인구의 빈곤률은 48.8%로 1위다. 65세 이상의 절반가량이 빈곤선 아래에 있으며, OECD 평균보다 4배 이상이다. 그밖에 여성과 남성의 임금격차는 36.7%로 15년째 1위다. 한국 여성은 연간 97일을 더 일해야 남성과 같은 임금을 받을 수 있다.
평균 근로시간 지표에서도 한국은 성적은 좋지 않다. 2015년 기준 한국 직장인의 평균 근로시간은 2273시간으로 OECD 회원국 가운데 1위다. OECD 평균 1766시간보다 507시간 길다. 반면 노동 생산성은 36개국 중 28위로 최하위 수준이다. 일하는 시간은 길지만 생산하는 가치는 작다는 얘기다. 임금 구조는 심각한 상황이다. 2014년 기준 전체 임금근로자의 23.7%가 저임금 근로자(중위 임금 3분의 2 미만을 받는 근로자)였다. OECD 국가 중 세 번째로 높다.
건강에 대한 인식도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다. OECD의 ‘건강 통계 2016’를 보면, 한국의 15세 이상 인구 중 본인의 건강상태가 양호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2014년 기준 32.5%로 OECD 회원국 34개국 가운데 꼴찌인 34위를 기록했다. 회원국 평균은 69.9%다.
2014년 기준 OECD 건강관련 주요지표 중 한국과 OECD 평균을 비교하면, 비만율을 제외한 다른 부문은 압도적으로 높았다. 자살률은(10만 명 당) 29.1명으로 1위(평균 12.1명) 흡연율 37.8%은 2위(평균 24.9%)였다. 비만율은 33위(31.8%, 평균 56.8%)로 나타났다. 다만 한국의 국민 1인당 병원의 방문 횟수는 평균 14.5회로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고, 병원에 입원해있는 기간도 1인당 평균 16.5일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의료비 지출은 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많이 하고 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
경제 규모 ‘쑥’ 삶의 질은 ‘뚝’ 20살을 약관이라고 한다. 어른 대접을 받는 나이다. 한국은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에 가입 20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한국의 경제 규모는 두 배, 수출은 여섯 배로 커졌고, 국가신용등급은 최근 역대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삶의 질은 OECD 회원국 중 최하위를 기록하면서 “덩치는 커졌지만 내실은 딴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 1996년 10월 25일, 29번째로 OECD 회원국 가입협정에 서명했다. 당시 대외개방 효과를 둘러싸고 재무부와 경제기획원의 갈등부터 각계에서 논란이 들끓었다. 실제로 OECD 가입 1년 만에 외환위기를 맞았지만 한국 경제는 ‘덩치’를 빠른 속도로 키워 나갔다. GDP(국내총생산)은 1996년 6586억 달러에서 지난해 1조 7487억 달러(9위)로 커졌고, 2011년엔 무역 1조 달러를 달성했다. 수출 규모는 OECD 가입 당시 15위에서 2014년 기준 6위로 뛰어올랐다. 1인당 국민소득(실질 국민총소득 기준)도 1996년 1만 2243달러에서 지난해 2만 7931달러로 56.2%(23위) 증가했다. 반면 삶의 만족도는 역주행을 하고 있다. OECD는 한 나라의 삶의 질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지표 가운데 하나로 자살률을 꼽는다. 한국은 1996년 10만 명 당 12.9명이 자살했지만 지난해 26.5명으로 2배 이상 올랐다.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0명을 돌파한 뒤 소폭 낮아졌지만 여전히 OECD 회원국 가운데 1위다. OECD가 집계하는 삶의 질 순위도 낮다. OECD가 지난해 5월 발표한 ‘더 나은 삶의 질 지수’에서 한국은 38개국 중 28위로 지난해보다 한 계단 내려갔다. 지난 2012년 24위를 기록한 이후로 하락 중이다. 지표는 2011년부터 주거, 소득, 공동체, 삶의 만족, 일과 삶의 균형 등 11개 부문을 종합 평가해 산출한다. 세부적으로 보면 ‘일과 삶의 균형성’에서 OECD 회원국 가운데 꼴찌인 36위를 기록하며 국민 대부분이 여전히 격한 업무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삶에 대한 만족도’는 31위에 머물렀다. 사회 통합 정도를 가리키는 공동체 점수도 끝에서 두 번째를 기록했다. “도움이 필요할 때 받을 사람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76%가 “있다”고 답했지만 OECD 평균인 88%에 못 미쳤다. 35위다. [문] |
“공공 채용 작은데, 인건비 지출 많다” 팩트냐 오해냐 최근 문재인 정부를 두고 ‘큰 정부’ ‘작은 정부’ 논란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핵심 공약으로 공공 일자리 81만 개 창출을 약속하면서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기간 관훈토론 등에서 “작은 정부가 좋다는 미신을 끝내고 정부가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정부 역할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일자리 81만 개 창출 공약의 근거는 OECD가 지난 2015년 7월 발표한 ‘한눈에 보는 정부(Government at a Glance)’ 통계 자료다. 대선 토론회에서 이 자료의 정확성을 두고 안철수-심상정 후보가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통계 자료를 보면, 2013년 기준 한국의 전체 고용 중 공공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7.6%다. 문 대통령은 OECD 회원국들의 전체 고용 대비 공공부문 일자리 비중 평균 21.3%에 한참 못 미치기 때문에, 3%포인트만 올려도 전체 경제활동인구 2700만 명 중 81만 명을 공공이 흡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당시 OECD가 제시한 통계는 공식적으로 집계한 적 없는 한국 정부 통계를 바탕으로 만들어져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오자, 최근 통계청은 국제 비교가 가능하도록 새롭게 집계해 8.9%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에 산출된 8.9%의 공공부문 일자리 비중도 OECD 평균과는 약 15% 차이난다. 2015년 기준 OECD 26개 회원국 중에서는 25위다. 재정에 대한 논란도 함께 나온다. 인건비를 따져봐야 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OECD 통계 자료 가운데 정부지출 중 고용인보수 지출비율을 보면, 한국은 2015년 기준 21.31%를 쓰고 있다. OECD 평균 23.57%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공공이 채용한 사람은 적어도 지출되는 인건비가 많다는 뜻이다. 하지만 한국은 OECD 회원국 가운데 복지 등 정부 지출이 크게 적은 편인 데다, 고용 통계에서 잡히지 않은 정부 인건비 지출도 많아 단순히 숫자로만 판단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한국의 GDP 대비 일반 정부 재정 지출 비율은 2015년 기준 32.38%로 32개국 가운데 30위다. 복지 지출은 더 적다. 우리나라 GDP에서 정부의 사회적 보호지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4년 기준 6.21%다. OECD 30개 회원국 평균 16.46%의 절반도 안 된다. 30개국 중 30위다. 여기에 한국은 중‧고등 사립학교 교사나 복지시설 관계자 등 교육‧복지 분야 공공 서비스를 민간에 맡기고 인건비만 대는 경우도 있어, 이 부분들이 통계에 잡히지 않기도 한다. “고용 규모는 작은데 인건비는 많다”는 오해가 생길 수 있다는 게 반대 측 주장이다. [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