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손하 아들·금호아시아나 손자 등 연루에 사건 축소 의혹 증폭
인스타그램을 비공개로 돌리기 전 윤손하가 공개했던 자신의 아들. 윤손하 인스타그램 캡처.
이번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지난 4월 20일부터 22일까지 경기도 가평의 한 수련원에서 수련회를 즐기고 있던 숭의초 3학년 유 아무개 군(10)이 같은 반 학생 4명에게 집단으로 폭행을 당했다. 당시 유 군은 방 안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혼자 텐트 놀이를 하던 중이었다. 한 학생은 유 군이 뒤집어쓴 이불을 눌러 나오지 못하도록 막았고, 나머지 3명이 무릎과 야구방망이 등으로 유 군을 마구 폭행했다. 가해 학생들은 유 군이 큰 소리로 울고 나서야 폭행을 멈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밤에도 가해 학생들의 ‘못된 짓’은 계속됐다. 피해자 측에 따르면 물통을 잃어버린 유 군이 수련원 부엌에 놓여 있던 바나나 우유 모양 용기에 든 물비누를 우유로 착각해 “마셔도 되느냐”라고 친구들에게 물었고, 가해 학생은 “우유가 맞다”라고 해 물비누를 몇 모금 마셨다.
4월 22일 집으로 돌아온 유 군은 어머니에게 “엄마, 나 죽을 뻔했어. 애들이 담요를 씌우고 나를 막 때렸어”라고 사실을 이야기했다. 병원은 유 군의 상태에 대해 근육 내외부에 심한 충격을 받을 경우 근육 성분이 녹아 혈관으로 흘러 들어가는 ‘횡문근융해증’ 소견을 냈다. 확증이 아니고 의증이긴 하나, 폭행을 당하면서 잔뜩 몸을 웅크리고 방어하는 과정에서 극도로 긴장상태에 놓인 근육이 충격을 이기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수련회에서 학교폭력 사건이 발생한 서울 숭의초등학교. 지난 19일부터 20일까지 서울시교육청의 특별장학이 진행됐다. 김태원 기자
분노한 유 군의 부모는 4월 24일 학교폭력신고센터(117)로 신고했고, 학교 측에도 항의했다. 그런데 학교 폭력 발생 즉시 이뤄져야 할 학교 측의 교육청 보고는 이로부터 약 보름 뒤인 5월 12일에서야 이뤄졌다. 학교폭력 전담 조사 기구는 그보다 더 늦은 5월 15일에 구성됐다.
지지부진한 보고도 문제였지만 학교 측의 사안 내부 종결은 더욱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게 했다. 당초 유 군은 자신을 폭행한 가해 학생들을 4명으로 줄곧 지목해 왔다. 유 군에 따르면 이 가해 학생들은 학기 초였던 3월부터 유 군을 괴롭혀 왔다.
그런데 학폭위 개최 당시에만 해도 ‘가해자’ 명단에 분류됐던 이 학생들의 행동이 교육청 보고를 위해 최종적으로 결정된 결과서에는 “고의성이나 계획성이 보이지 않는 장난 수준”으로 기재됐다. 이 때문에 사건은 졸지에 피해 학생은 존재하는데 가해 학생은 사라진 기묘한 학교폭력 사건으로 종결됐다. 더욱이 지목된 4명 가운데 한 명은 아예 가해 학생 목록에서도 누락되기까지 했다. 이 아이는 유 군을 때리는 데 사용된 야구방망이를 수련원에 가져온 장본인이었다. 윤손하의 사과에 가려졌던 ‘대기업 총수의 손자’이기도 하다.
문제의 ‘대기업’으로 알려진 금호아시아나 그룹 측은 “저희가 알기로는 학폭위 조사에서도 (아이가) 사건과 관련이 없어서 빠졌다고 들었다”라고 사건 관계성을 일축했다. 야구방망이를 건넸다는 점에 대해서는 “야구방망이를 수련회에 가지고 간 것과 폭행에 직접 가담했는지는 다른 이야기라고 본다. 다른 아이들이 피해 학생을 때리는 것을 알고 전달했는지도 밝혀지지 않은 상태”라고 해명했다. 교육청의 감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사건 연루와 관련해서는 “공식적으로 이야기를 할 계획은 없다”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
숭의초는 사건이 보도돼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홈페이지를 폐쇄한 상태다.
교육청의 대대적인 감사가 예정됐음에도 학교 측은 다소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였다. 당초 숭의초 교장은 피해 학부모에게 “학교를 징계하는 건 교육청이 아니라 법인 이사장님” “교육청은 하나도 안 무섭다”라고 밝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청이 징계나 제재 조치를 강제할 수 없는 사립학교의 특성상, 교육청을 우습게 보는 학교 측의 태도가 여실히 드러난 대목이다.
지난 20일 <일요신문> 취재에서도 학교 측은 “지금 우리가 무슨 말을 하든 사람들은 안 좋게 보지 않겠나, 지금으로서는 할 말이 없다”라면서도 “시교육청의 최종 조사 결과가 나온다면 사람들도 이번 사건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될 것이니까 결과를 기다려 달라”라며 학교 측의 대처에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기자의 추가 취재 결과 학폭위가 개최된 이후 담임교사가 피해 아동인 유 군에게 “일을 왜 키웠느냐”며 도리어 꾸중을 했다는 진술이 확보돼 학교 측의 책임론에 더욱 무게가 실렸다. 유 군은 이 직후부터 사건에 대해 입을 다물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유 군은 학교 폭력 피해 후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해 지난 5월 1일부터 소아정신과를 찾아 상담을 받고 있다. 유 군의 상담을 진행하고 있는 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원장(의학박사)은 “유 군이 수련회에서 즐겁게 웃고 있었기 때문에 별 것 아닌 사안을 과장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는데, 학교 폭력 피해 아동들이 하루 종일 멍하고 정신을 놓고 있지는 않는다”라며 “잊어버리고 아무렇지 않은 척 놀다가도 어느 순간 사건이 떠오르면 힘들어 한다. 단편적인 측면만 보고 ‘별 일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