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 조건으로 까다롭게 이성 선택하는 소개팅 앱 인기 급상승
A씨가 이용하는 기독교인 전용 소개팅 앱뿐만이 아니다. 요즘 이처럼 종교, 출신학교, 연봉수준 등 까다로운 조건 속에서 남녀를 이어주는 온라인 소개팅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자신의 사정과 조건에 맞춰 ‘끼리끼리’ 만나는 혼인 문화가 성행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기존의 온라인 소개팅 서비스에는 분명한 한계점이 존재했다. 상대방의 나이와 사진, 외모 정도가 제공받을 수 있는 정보의 전부인 만큼 상대방을 선택할 때 부족함이 따른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두 남녀가 소개팅 앱을 통해 약속하고 장소에 나가면 생각했던 조건과 너무나 달라 당황하는 경우가 많다. 익명성을 악용해 만남을 일회성 도구로, 범죄의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례들도 종종 나타났다.
때문에 단순 일회성 만남으로 그치는 것보다 진정성 있는 만남을 찾는 이용자들이 많아지고, 좀 더 구체적인 조건으로 상대방을 선별할 수 있는 소개팅 앱들이 하나 둘 씩 출시되기 시작했다.
스카이피플 어플 캡처
먼저 서울대 대학생 출신이 만들었다는 ‘스카이피플’은 그 이름에서 보여주듯 남녀 가입에 ‘학벌’을 조건으로 내세웠다. 남성의 경우, 서울대, 고려대(서울), 연세대(서울), 카이스트, 포스텍, 성균관대, 한양대(서울), 전국 치·의대, 한의대, 약대, 로스쿨, 외국대학, 경찰대, 사관학교에 재학·졸업한 남성 또는 대기업, 공기업, 외국계 기업, 언론사 또는 전문직 종사자로 제한된다.
가입자들은 자신의 출신 학교 또는 재직 중인 직장에 대한 인증 절차를 걸쳐야 한다. 보통 재학증명서 또는 회사 명함을 첨부한다. 까다롭고 번거롭지만 신뢰를 갖고 상대방을 신중하게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여성 가입 절차는 남성과 다르게 단순하다. 여성은 수도권 소재 대학교, 지방 국립대, 외국대학을 재학·졸업한 여성이 가입할 수 있다. 학교·직장 인증은 없다.
상대방의 프로필을 보고 선택하는 과정을 ‘OK’라고 하는데 OK 1회 비용은 4300원이다. 정체 모를 낯선 이들에게 4300원을 쓰는 것에 손이 떨릴 수도 있다. 게다가 무료 앱도 이미 많다. 하지만 진심으로 인연을 찾는 사람들만 연결해주기 위해 가격을 책정했다는 게 스카이피플의 전략이다. 무료로 OK를 남발하는 다른 앱보다 한 번의 클릭으로 피 같은 4300원이 증발될 수 있다는 생각에 이용자들이 신중에 신중을 기한다는 것이다.
학력과 직업을 보고 상대방을 고르는 스카이피플이 있다면 종교로 상대방을 선택하는 앱도 있다. ‘크리스천데이트’는 기독교인 목사와 장로가 만든 앱이다.
앱 제작자들은 “신앙관이 유사한 다른 교회의 청년들을 IT기술이 접목된 시스템을 통해 안전하게 소개받을 수 있는 좋은 만남의 통로”라고 설명하고 있다.
즉, ‘교회 오빠’를 만날 수 있는 신속하고 정확한 통로인 셈이다. 이 앱은 전국 2만여 개의 교회의 청소년들이 사용하고 있으며, 350쌍이 결혼을, 9만 8000커플이 연결됐다고 자평했다.
크리스찬데이트 화면 캡쳐
해당 앱은 기독교인만 가입할 수 있다. 실제로 이 앱에 가입할 때 자신이 현재 다니는 교회와 담당 목사의 이름을 기재해야 한다. 또 자신이 어떻게 기독교인이 됐는지, 그리고 인상 깊은 성경 구절, 하나님에 대한 견해도 구체적으로 묻는다. 기독교인이 아닌 사람이 ‘기독교인인 척’ 가입을 시도하려 해도 마치 인사청문회를 당하는 것 같은 ‘송곳 검증’에 가입 엄두를 못 낼 정도다.
‘종교와 정치 얘기는 가족끼리도 하면 안 된다’는 말이 있다. 종교와 정치를 둘러싼 대화는 긴장감은 물론 일촉즉발의 팽팽한 긴장감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독교인만 가입이 가능한 만큼 이곳에서 인연을 만나면 최소 종교에 대한 이견으로 싸움이 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아쉽게도 불교와 천주교인을 위한 소개팅 앱은 찾아볼 수 없었다.
크리스찬데이트의 성공(?) 사례. 출처=크리스천데이트 블로그
소위 ‘상위 1%’라고 불리는 상류층을 위한 소개팅 서비스도 있다. ‘베스트클래스’는 남성의 가입 신청과 여성의 초대권 발송만 온라인으로 이뤄지고, 이후 만남은 오프라인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앞서의 온라인 소개팅과 조금 다른 부분이 있다.
베스트클래스의 가입 조건은 남성은 ‘능력과 매너’, 여성은 ‘미와 지성’이다. 다소 애매하고 모호한 기준으로 ‘갸우뚱’ 했지만, 가입자들의 직업은 또렷하고 구체적이었다. 남성 회원의 직업은 주로 기업인과 병원장, 변호사, 판사 등이다. 흔히 말하는 ‘좋은 집안의 자제’도 회원의 일부 차지하고 있다. 여성 회원은 모델, 미스코리아, 아나운서, 연예인 및 공인, 미모의 일반 대학생 등 ‘아름다운 분들’이라고 베스트클래스는 설명했다.
스카이피플의 검증 절차가 ‘그냥 커피’라면 베스트클래스는 ‘티오피’다. 인증 절차가 다른 온라인 소개팅에 비해 훨신 더 까다롭고 체계적이기 때문이다. 연소득 5억 원 이상, 현금화 자산 50억 원 이상 되는 남성들만 가입할 수 있다. 여성은 ‘티타임 매니저’를 사전에 만나 ‘철저한 실물 미팅’을 거친다. 또 검수팀은 SNS와 온라인상의 정보 수집을 통해 ‘라이프 패턴’을 종합하고 점수를 부여한 뒤 맴버십에 가입할 기회를 준다. 회원 모두의 혼인 관계 증명서를 확인하고, 남성의 경우 사업자등록증과 통장잔액증명서, 부동산 등기, 법인 등기 등을 제출해야 한다.
베스트클래스가 VVIP회원에게 제공하는 전용기. 출처=베스트클래스 홈페이지
이는 마치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제출, 1차 면접, 2차 면접, 적성검사, 건강검진을 거치는 대기업 채용 절차를 방불케 한다. 이렇게 수많은 관문을 통과하고 나면 매칭된 남녀는 베스트클래스와 제휴된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만난다. 그중에서도 VVIP 회원은 베스트클래스에서 제공하는 전용기를 타는데, 일본 등 가까운 곳으로 가 첫 만남을 갖는다.
물론 이런 조건을 내거는 온라인 소개팅 서비스가 ‘학력지상주의’ ‘외모지상주의’를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블라인드 채용’을 주장하며 학벌, 신체 조건에 있어서 차별적 요인을 없애야 한다고 강조하는 시국에서 ‘학벌’ ‘외모’를 이렇게 노골적으로 따지는 것이 옳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이 이성을 선택하는 기준은 어디까지나 ‘개취(개인의 취향)’이며 ‘취존(취향 존중)’ 받아야 할 대상이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