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파트너’ 꿩 먹고 알 먹었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사진=미래에셋
이번에 거래된 주식은 양사가 보유한 자사주다. 의결권이 제한됐던 자사주를 상호 거래하면서 의결권이 되살아났다. 요약하면 양사는 철저히 현재 경영진의 편에 서서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뜻이다.
# 박현주 회장, 지주사도 피하고 지배력도 높이고
미래에셋대우 최대주주인 미래에셋캐피탈의 지분율은 21.42%다. 다른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해도 21.72%에 불과하다. 외국인 지분율은 12%가 넘고, 국민연금도 8.6%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미래에셋캐피탈이 지분율을 높일 수 있지만 자칫 미래에셋대우증권 지분가치가 총자산의 절반을 넘어서면 강제로 금융지주사로 전환될 수 있다. 미래에셋그룹은 금융지주 전환으로 적용될 규제를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미래에셋캐피탈의 빚을 늘리면서까지 자산을 불려왔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대우증권과 합병 과정에서, 산업은행에서 사들인 대우증권 지분을 합병법인의 자사주로 전환했다. 발행주식(보통주)의 23.67%에 달하는 엄청난 물량이다. 돈 주고 산 물량을 미래에셋캐피탈이 또 매입하기도 어려운 처지다. 게다가 자사주 매입은 자본의 감소에 해당된다. 대차대조표상에 자본조정항목에 표시된다. 여러모로 골칫거리였던 셈이다.
그런데 네이버에 5000억 원어치 자사주를 매각하면서 그만큼 자본이 늘어났고, 사라졌던 의결권도 되살아났다. 자본도 늘리고 지배력도 강화한 셈이다. 이번 거래로 미래에셋대우는 자기자본 7조 원을 넘어선다. 일종의 수신 기능을 하는 종합투자계좌(IMA) 업무를 할 수 있는 초대형 투자은행(IB)의 자기자본 8조 원 요건에 성큼 다가섰다.
# 이해진 의장, 경영권 방어하고 금융업도 진출하고
그러면 네이버는 왜 미래에셋과 손을 잡았을까.
네이버 지배구조를 보면 최대주주는 10.76%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이다. 에버딘애셋메니지먼트(5.04%)와 블랙록펀드어드바이저스(5.03%)가 5% 이상 대주주다. 외국인 지분율은 무려 61.28%에 달한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사진=연합뉴스
이처럼 지배구조가 주요한 이유지만 사업적 이유 역시 배제하기 어렵다. 양사의 공식입장을 보자.
미래에셋대우는 “네이버와 국내외 디지털금융 비즈니스를 공동으로 추진하고 금융과 관련된 인공지능(AI) 공동 연구도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미래에셋대우가 보유한 금융 콘텐츠와 막강한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AI 등의 기술과 금융 콘텐츠가 결합된 새로운 글로벌 비즈니스를 선보이는 등 시너지를 창출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공통 부분은 AI, 금융, 글로벌이다. 네이버와 경쟁관계에 있는 카카오는 박 회장과 라이벌 관계인 김남구 부회장의 한국투자금융지주와 손잡고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를 설립했다. 인터넷은행은 금융과 AI의 결합 모델이다.
한때 네이버도 인터넷은행 진출설이 흘러나왔지만 회사 측은 이를 부인했다. 은산분리 완화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인터넷은행에 섣불리 진출할 경우 주도권을 금융자본에 내줄 수 있다는 우려가 큰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네이버가 IT와 금융의 결합에 관심이 큰 것은 사실이다. 해외에서도 인기 있는 모바일 메신저 ‘라인(LINE)’은 강력한 플랫폼이다. 네이버가 인터넷은행에 진출한다면 해외 부문에 강점을 가진 신한은행과 손잡을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신한은행으로서도 최대 라이벌인 KB금융이 카카오뱅크로 독주하는 것을 견제할 필요가 있다. 제3인터넷은행은 ‘반(反) 카카오연합’이 될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 절묘한 구조, 오묘한 균형
네이버는 이번 주식 맞교환으로 미래에셋대우증권 지분 약 7%를 보유하게 됐다. 반면 미래에셋대우가 확보한 네이버 지분율은 1.71%에 불과하다. 양사간 시가총액 차이가 29조 원(네이버)과 7조 원(미래에셋)으로 큰 까닭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거래로 네이버는 미래에셋에 대한 강력한 영향력을 얻었고, 미래에셋은 지배구조를 더욱 탄탄히 다졌다. 게다가 지주사 규제에서 자유로운 네이버는 미래에셋대우에 판 자사주를 되살 여력이 충분하지만, 미래에셋대우는 지주사 등 규제 탓에 지분을 되사기가 쉽지 않다.
다만 향후 주가 향배에 따라 두 회사간 손익계산서는 달라질 수 있다. 미래에셋대우 주가는 1만 원 안팎에서 장기 횡보 중이다. 반면 네이버 주가는 지난해 18% 상승한 데 이어 올 들어서도 12% 넘게 올랐다. 최근 주가 추이만 보면 돈벌이에서는 박 회장이 확실히 챙길 게 더 많은 셈이다. 이는 양사간 지분 맞교환 발표가 나온 다음 주가에서도 확인된다. 10만 500원선에서 답보하던 미래에셋대우 주가는 연일 강세를 보이며 11만 원을 훌쩍 넘어섰지만, 주초 한때 90만 원을 넘던 네이버 주가는 85만 원선까지 미끄러졌다.
다만 미래에셋대우가 치러야 할 대가도 있다. 자사주 매각으로 자본이 늘어나면 주당순자산가치(BPS)와 주당순이익(EPS) 감소는 불가피하다. 또 미래에셋이 산업은행에서 주당 1만 6518원에 취득한 주식을 주당 1만 550원에 매각했다는 점도 부담이다.
# 낯선 만남에서 의기투합까지
미래에셋과 네이버가 느닷없이 손을 잡은 배경도 관심이다. 60조 원이 넘는 미래에셋펀드는 국내 주요 기업 지분을 다수 보유하고 있지만 네이버 지분은 의미 있는 수준(5% 이상)을 가진 적이 없다. 네이버의 주요한 자금조달 과정에서 미래에셋 계열사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적도 없다. 박 회장과 이 의장은 학연도 지연도 전혀 없다.
그러데 지난해 하반기 미래에셋컨설팅은 외형 확대에 몰두한다. 금융당국으로부터 여신전문업 간판을 달고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에만 치중한다는 지적을 받아서다. 결국 자회사 의존도를 높이려 다른 사업거리 발굴에 나선 셈이다. 대표적인 것이 자동차할부금융과 벤처캐피탈 투자다. 이렇게 만들어진 조직이 신성장투자본부다.
신성장투자본부가 지난해 말 이뤄낸 거래가 네이버와 1 대 1 매칭펀드로 500억 원씩 조성해 추진하는 인공지능(AI)·로봇·사물인터넷(IoT)·가상현실(VR) 등 성장 가능성이 큰 분야의 기술 스타트업 발굴 프로젝트다. 당시 미래에셋의 자금 500억 원 중 450억 원은 미래에셋대우가 조달했고 50억 원은 미래에셋캐피탈이 맡았다. 박 회장의 지주사 규제 회피 고민이 네이버라는 뜻밖의 파트너를 안겨준 셈이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