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장들 정리 수순…김 전 감독 “시즌중 내보내는 건 매너 아냐…모든 게 내 탓”
한화의 선수단 정리 작업은 김성근 전 감독의 퇴진과 함께 자연스레 이뤄졌다. 조인성, 송신영, 이종환은 김 전 감독이 한화 사령탑에 오른 후 외부에서 영입한 선수들이었다. 그러나 올 시즌 이들은 조인성이 16경기, 송신영, 이종환이 5경기, 1경기에 출전하는 등 전력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이양기는 이미 지난해 은퇴를 결심했다가 김 전 감독의 만류로 다시 마음을 다잡고 선수 생활을 이어갔지만 1군에서의 활약이 미미했다.
따라서 이들이 팀을 떠나게 됐을 때 대부분의 한화 팬들은 아쉬움보다는 환영하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들의 빈자리를 젊고 새로운 선수들로 채우고 있고 한화의 리빌딩 작업이 속도감 있게 진행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었다.
한화 이글스가 김성근 전 감독이 영입한 노장급 선수들을 최근 정리했다.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그렇다면 김성근 전 감독은 제자들의 방출과 은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김 전 감독은 기자에게 다음과 같은 속마음을 내비쳤다.
“솔직히 마음이 편치는 않다. 물론 나도 시즌 중에 선수를 내보낸 적은 있지만 19년, 20년 차의 선수들을 시즌 중에 정리하는 건 매너가 아니라고 본다. 나이 많은 선수들이 시즌 중 팀을 나오면 누가 그들을 데려가겠나. 결국엔 야구를 접으라는 얘기 아닌가. 야구는 젊은 선수들만 데리고 할 순 없다. 신구 조화가 이뤄져야 한다. 무엇보다 내가 그 선수들을 챙겨주지 못했다는 미안함이 크다. 모든 게 나 때문에 벌어진 일들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19년의 선수 생활을 접은 송신영은 남아 있는 후배들의 사기 저하를 우려했다.
“선수들도 보고 듣는 눈과 귀가 있다. 나이 많은 선수들이 정리되는 모습을 보며 느끼는 바가 분명 있을 것이다. 세대교체는 구단과 선수단이 한마음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구단이 너무 앞서가게 되면 선수단에 적잖은 동요가 생기기 마련이다. 내가 팀을 떠나는 건 보여준 게 별로 없으니까 미련이나 아쉬움은 크지 않다. 그러나 후배들이 이런 선배들 모습에 구심점을 못 찾고 흔들릴까봐 걱정된다. 물론 내가 이런 것까지 염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지만 말이다.”
한화 구단의 한 관계자는 선수단이 변화를 추구하는 것과 관련해서 다음과 같은 얘기를 들려줬다.
“모두를 만족시키면서 세대교체를 이루기는 어렵다. 떠난 자는 서운할 것이고, 남아 있는 자는 불안하면서도 안도할 것이다. 어떤 형태로든 변화를 가지려면 비난과 비판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전임 감독이 워낙 큰 어른이었고, 선수단에 미친 영향이 엄청났기 때문에 그분의 공백이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도 이상군 감독대행이 선수들을 잘 다독이며 끌어주고 있어 어려운 시기를 잘 헤쳐 나가고 있다. 오히려 힘든 일들을 겪으면서 선수단이 더 단단해진 팀워크를 바탕으로 힘을 내는 것 같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