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제보 이어질까 ‘조마조마’
▲ 김민석 최고위원. | ||
민주당과 김 최고는 ‘야당탄압’ ‘표적수사’ 운운하며 투쟁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반면 검찰은 김 최고의 혐의를 입증할 만한 구체적인 증거와 증인을 확보한 상태라며 사법처리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검찰이 11월 5일 홍준표 원내대표를 전격 소환한 배경을 둘러싼 해석도 분분하다. 검찰은 ‘원칙론’을 고수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김 최고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 성격이 짙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김 최고의 ‘버티기’냐 검찰의 ‘강제 구인’이냐.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김민석 파동’의 막전막후를 들여다봤다.
‘김민석 파동’은 지난 10월 29일 검찰이 김 최고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수면 위로 급부상했다. 김 최고가 올해 초 18대 총선 출마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박 아무개 씨와 문 아무개 씨 등 기업인 2명으로부터 2억여 원씩 모두 4억 7000만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것이다.
검찰은 법원에서 구인장을 발부받아 김 최고의 신병확보에 나섰지만 민주당은 ‘야당탄압’이라고 맞섰고, 김 최고 역시 ‘표적수사’를 주장하며 당사에서 항의 농성에 돌입했다.
검찰은 박 아무개 씨로부터 ‘빌려준 것이 아니며, 차용증을 만들어 주고받진 않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으나 김 최고는 “나중에라도 그 차용증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가져다주면 그게 가짜로 만든 건지 진짜인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 최고는 자신의 주장이 허위라고 입증할 이메일을 검찰이 확보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와 관련해서도 “내 이메일을 다 보면 친구가 우정을 가지고 빌려준 사정이 다 나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과 김 최고의 대치 국면은 법리 논쟁을 넘어 ‘막말’ 파문으로 비화됐다. 김 최고가 11월 4일 “검찰은 위에서 물라면 물고 놓으라면 놓는 권력의 개”라며 검찰을 폄하하자 임채진 검찰총장은 다음날(5일) “김 최고의 행태가 어처구니가 없고 가련하다”고 받아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의 대치가 지속되면서 7일로 예정됐던 김 최고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김 최고의 불출석으로 또다시 무산됐고 법원은 13일까지 유효한 구인장을 재발부했다. 검찰은 정치적 파장을 우려해 김 최고의 신병 처리를 법원이 결정해주기를 기대했지만 공은 다시 검찰로 넘어온 셈이다.
검찰 내부에선 김 최고의 신병 확보 문제를 놓고 찬반 양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무리하게 강제 신병 확보에 나설 경우 민주당 및 김 최고와의 물리적 충돌이 불가피하고 ‘야당 탄압’ ‘표적 수사’ 논란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신중론’이 한 축을 이루고 있다. 반면 ‘권력의 개’라는 표현을 쓴 김 최고를 정치논리로 해결할 경우 검찰의 권위가 땅에 떨어질 수 있다며 ‘정공법’을 선택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검찰 수뇌부는 일단 구인장 만료 시점인 13일까지 김 최고의 자진 출석을 촉구하면서 김 최고의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갖가지 증거를 가지고 김 최고를 압박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검찰의 한 관계자는 “김 최고의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각종 정황 증거와 증인을 확보한 만큼 김 최고가 계속 ‘버티기’로 일관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지금까지 드러난 증거만으로도 ‘표적 수사’ 논란을 불식시킬 수 있고 여론 또한 김 최고에게 불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검찰이 김 최고와 친구 사이에 오간 이메일을 확보하는가하면 문 아무개 씨로부터 받은 돈이 주로 차명계좌로 입금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김 최고의 주장은 상당 부분 흔들리고 있는 듯한 모양새다. 여기에 김 최고에 대한 검찰 수사가 김 최고와 가까운 측근 여성의 제보에 따라 시작됐다는 일부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또 다른 폭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임 총장을 비롯한 검찰 수뇌부가 김 최고의 막말에 냉소적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도 김 최고의 사법처리에 강한 자신감을 갖고 있기 때문으로 관측되고 있다.
반면 민주당 일각에서는 김 최고의 범죄 혐의 여부를 떠나 권력 핵심부 차원에서 ‘김민석 죽이기’에 교감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검찰이 11월 5일 서울시 비례대표 공천 과정에서의 금품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홍준표 원내대표를 전격 소환한 것도 이러한 의혹을 부추기고 있다. 김 최고는 그동안 출석 전제조건으로 홍 대표와 이재오 전 의원 등을 조사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권력 핵심부가 김 최고의 반발 명분을 없애기 위해 한동안 잠잠했던 홍 대표 소환 카드를 꺼내든 게 아니냐는 것이다.
민주당은 여러 정황상 검찰과의 대치 국면이 민주당과 김 최고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지만 호락호락 물러서지 않겠다는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여기서 물러설 경우 구 여권을 겨냥한 검찰의 사정드라이브는 명분을 얻게 되고 이 경우 사정당국의 칼날은 더욱 거세질 것이란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가을정국을 달구는 또 다른 뇌관으로 부상한 ‘김민석 파동’의 결말이 과연 어떻게 도출될지 민주당과 검찰의 향후 행보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