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업과 독점공급 계약…약일까 독일까
셀트리온이 개발한 바이오시밀러(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의약품을 모방해 만든 약품)의 글로벌 마케팅·판매를 담당하는 회사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오는 17일 공모가를 확정하고 28일 코스닥 상장을 계획하고 있다. 희망공모가는 3만 2500~4만 1000원. 단순 계산하면 시가총액은 4조 4424억~5조 6042억 원이 된다. 카카오가 코스피로 이동한 현재, 메디톡스(시가총액 약 3조 원)를 제치고 셀트리온(약 13조 원)에 이어 코스닥 시장 시가총액 2위를 할 수 있는 수치다.
최근 몇 년간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실적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2011년 셀트리온의 매출액은 2790억 원이었지만 지난해는 6706억 원을 기록해 5년간 2배 이상 올랐다. 같은 기간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매출은 316억 원에서 7577억 원으로 20배 이상 상승했다. 증권가에서는 향후 성장 가능성도 높게 보고 있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셀트리온의 공급계약 규모를 고려했을 때 2분기 셀트리온의 매출액은 약 2400억 원으로 추정된다”며 “이는 전년 대비 약 30% 증가한 수치로 사상 최대 실적 달성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셀트리온헬스케어 상장을 통해 사업을 확장하려 하고 있다. 셀트리온헬스케어 관계자는 “현재 판매하는 제품은 대부분 셀트리온 제품이지만 중장기적으로 경쟁력 있는 다른 업체의 제품도 판매할 계획”이라며 “또 현재는 글로벌 파트너사를 통한 간접판매만 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직접판매도 할 것이며 이를 위한 자금을 모으기 위해 상장하려는 것”이라고 전했다.
셀트리온 바이오의약품의 글로벌 마케팅 및 판매를 담당하는 셀트리온헬스케어는 하반기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꼽히고 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그러나 셀트리온헬스케어의 IPO 흥행을 낙관할 수만은 없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일감몰아주기 의혹을 받고 있어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오는 9월까지 자산 5조 원이 넘는 규제 대상 기업을 발표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준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의 자산(별도기준)만 합쳐도 5조 원이 넘는다.
현행법상 총수 일가 지분이 30%(비상장사 20%) 이상인 계열사가 다른 계열사와 연간 200억 원 이상 혹은 총 매출액 중 12% 이상 내부거래를 하면 일감몰아주기에 해당한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서정진 회장과 특수관계자가 44.89%의 지분을 갖고 있다. 또 지난해 셀트리온이 셀트리온헬스케어를 상대로 올린 수익은 5513억 원으로 총 매출 6706억 원의 80%가 넘는다.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를 독점 공급하기 때문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를 상장하면 서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지분은 36.8%로 준다. 상장 후 서 회장이 지분 6.8%를 처분하면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변수가 생겼다. 지난 6월 8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정책조정회의에서 “이번 대선에서 여야 모두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 만큼 관련 법률 개정을 통해 즉각 규제를 강화하겠다”며 “공정위도 일감 몰아주기 규제 기준과 관련해 상장사, 비상장사 구분 없이 (총수 일가 지분을) 20%로 하는 것에 동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연합뉴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지난 14일 투자설명서를 통해 재고자산과 관련한 위험 요소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분기 기준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총 자산은 1조 8492억 원인데 이중 재고자산만 1조 5994억 원에 달한다. 셀트리온에서 구입한 제품을 모두 재고자산으로 분류했기 때문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재고를 적정 수준보다 과잉 또는 과소 보유해 재고자산의 예상가치를 실현하지 못할 수 있다”며 “목표로 하는 시장에서 품목허가 승인을 획득하지 못하거나 지연되는 경우 재고자산의 불용 또는 평가손실이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셀트리온과 ‘판매권 부여 기본계약’을 맺고 있어 셀트리온 의약품의 허가 승인 획득 전에 의무적으로 일정 물량을 매입해야 한다. 제품이 승인받지 못하면 재고를 손실 처리해야 한다. 승인을 받더라도 재고 매입 시점과 판매 시점이 맞지 않아 유효기간이 지나면 손실로 발생한다.
결국 셀트리온의 향후 해외 판매량을 어떻게 예상하느냐에 따라 셀트리온헬스케어 IPO의 흥행 여부가 달려 있는 셈이다. 하나금융투자는 올해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매출을 1조 1830억 원으로 예상했다. 선민정 연구원은 “해외시장의 판매 정도에 따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재고자산이 일부 소진되면 추정 매출액보다 그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며 “(해외 시장에서의 성공을 기대한다면) 셀트리온헬스케어의 공모가가 그렇게 비싸지만은 않다”고 전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 관계자는 “셀트리온은 여태까지 허가 승인에 실패한 적이 없고 최근 매출이 늘어나 회전율도 좋다”며 “셀트리온의 대표 바이오시밀러인 램시마의 유효기간은 9년에 달하는 등 유효기간도 길어 재고자산과 관련해 큰 걱정은 없다”고 자신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의 성공기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1957년 생으로 1983년 삼성전기에 입사해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1985년 한국생산성본부로 이직해 기업 컨설팅 업무를 맡았다. 1992년에는 대우자동차로 직장을 옮겼다. 당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서 회장을 기획재무 고문으로 스카우트해 35세라는 젊은 나이에 임원을 지냈다. 하지만 외환위기(IMF)의 여파로 대우자동차가 경영 위기에 몰리자 1999년 서 회장은 대우자동차를 퇴사하고 대우자동차에서 근무하던 직원 10여 명과 벤처기업 넥솔바이오텍을 설립했다. 그가 바이오사업을 선택한 이유는 미국에서 우연히 바이오와 관련한 이야기를 듣고 바이오의 미래를 확신했기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2002년에는 미국 백신개발업체 백스젠, 한국담배인삼공사(현 KT&G)와 합작해 셀트리온을 설립했다. 당시 지분은 백스젠 46.9%, 넥솔바이오텍 18.7%, 한국담배인삼공사 17.2%. 이후 2006년 7월 백스젠이 셀트리온의 지분을 전량 매각하고 2010년 5월에는 KT&G도 셀트리온의 지분을 매각해 현재 셀트리온은 서 회장이 이끌고 있다. 셀트리온이 자산 총액 5조 원이 넘는 중견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데는 바이오시밀러의 역할이 컸다. 2000년대 셀트리온은 CMO(바이오 의약품 위탁 생산) 분야에 집중했지만 서 회장은 2009년부터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셀트리온은 2012년 8월 관절염치료제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를 출시했다. 램시마는 셀트리온의 첫 바이오시밀러다. 셀트리온에 따르면 램시마의 유럽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 시장 점유율은 40%가 넘는다. 램시마는 혈액암 치료제 ‘리툭산’의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와 유방암 치료제 ‘허셉틴’의 바이오시밀러 ‘허쥬마’와 함께 셀트리온의 3대장으로 불린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트룩시마는 지난 4월부터 한국과 유럽 시장에 출시됐고 미국 시장에는 의약품 승인 허가를 신청한 상태”라며 “허쥬마는 최근 국내에서 승인 허가를 받아 연내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유럽과 미국시장에는 승인을 신청한 상태로 내년 출시를 예상한다”고 전했다. 증권가에서도 바이오시밀러 3대장에 힘입어 셀트리온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한병화 유진증권 연구원은 “바이오시밀러 3종 세트의 순항에 힘입어 셀트리온의 피크타임 매출 기록시점은 기존의 2020년에서 최소 3~5년 정도 연장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