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면 우리 편’
▲ 정몽준 최고위원(왼쪽)과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 손잡은 모습을 합성한 사진. | ||
그런데 이 전 의원 입장에서도 정 최고위원을 그의 정계복귀를 위한 유용한 카드로 쓸 수 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 때 양측의 만남이 성사되지 못한 것에 대해 서운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의 측근인 공성진 의원이 두 사람의 만남을 추진하는 과정이 공개돼 곤혹을 치르며 미국행이 무산되고 회동도 깨지면서 친 이재오 계파는 내심 대통령에게 서운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친 이재오 계파 일각에선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이 이 대통령에게 ‘이재오 전 의원을 만나지 말라’고 조언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대통령이 알아서 할 일을 자기가 왜 그런 식으로 나서는지 이해할 수 없다”라는 얘기도 나왔다.
또한 최근에는 이 전 의원의 국내 복귀가 내년 초가 아니라 1년 더 연장될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요즘 여의도에는 이상득 의원이 지난 11월 초 이 전 의원 측근을 통해 ‘1년가량 더 미국에 머물렀으면 좋겠다’라는 메시지를 이 전 의원에게 전달했다는 소문도 떠돌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 전 의원이 돌아오면 계파 간 갈등이 다시 폭발할 것이라고 염려한다. 일부 친박의원들은 지난 총선 공천 당시 친박계 의원을 상당수 탈락시킨 사실을 거론하며 ‘전쟁’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런 당내 기류를 감안해 이상득 의원이 총대를 메고 이 전 의원의 조기 귀국 시도에 쐐기를 박았던 것이 이번 공성진 최고위원의 방미 수행단 배제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특히 이상득 의원 측 내부에는 “이재오 전 의원이 돌아오면 계파 간 싸움이 다시 벌어질 수밖에 없고, 지금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국민의 시선은 더욱 따가워질 것”이라는 부정적 의견이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재오 전 의원은 이런 당 안팎의 부정적 기류를 이번 이 대통령과의 회동 무산을 통해 절감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 돌파구를 찾기 위한 카드로 꺼내든 것이 바로 정몽준 최고위원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 전 의원이 예전과 달리 정 최고위원과 거의 공개적 만남을 계속 가지는 것에는 그만한 배경이 있다. 물론 정 위원의 요청에 의해서지만 이 전 의원으로서도 그와의 연대를 통해 정계복귀를 보다 순탄하게 할 수 있다. 친 이재오 계파의 지원으로 정 최고위원의 정치적 영향력이 확대될 경우, 그는 당내의 중립성향 무당파 의원들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이렇게 되면 이 전 의원이 내년에 복귀를 시도할 경우 친박세력이 완강하게 반대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정 최고위원이 그동안 쌓은 인맥을 바탕으로 그 완충지대 역할을 해줄 수 있는 것이다. 그동안 친박세력은 이 전 의원의 조기 귀국에 반대하는 유일한 ‘야당’이었지만, 정 최고위원이 중립성향 의원들을 중심으로 제3의 목소리를 낼 경우 이 전 의원이 정계 복귀 반대 목소리가 희석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정몽준 최고위원은 이 전 의원이 국회의원이 되기 전인 지난 14대 국회 때 최형우 당시 민자당 의원의 소개로 그와 첫 만남을 가졌다. 이후 이 전 의원이 한일의원 축구모임 등에 열성적으로 참여해 두 사람의 친분은 꽤 깊은 편이다. 여기에 두 사람은 16대 국회에서 교육위원으로서 같이 활동을 한 바 있고, 현재 이 전 의원이 몸담고 있는 존스홉킨스 국제관계대학원(SAIS)에서 정 최고위원이 박사학위를 받은 것도 두 사람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해주고 있다. 앞으로 ‘정-이’ 연대가 구체화되면 한나라당의 대권 구도에도 작지 않은 지각변동이 올 것으로 보인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