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성 없이 명칭부터 변경, 여권신장 위한 영화제 정체성 퇴색
천안시청사 전경.
[천안=일요신문] 박하늘 기자 = 천안시가 7년간 지역의 주요 축제로 자리매김한 ‘천안여성영화제’를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하지도 않은 채 중단해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천안시는 지난 18일 “영화제의 성격과 정체성을 확대·강화하기 위해 ‘천안여성영화제’를 ‘천안영화제’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시는 앞서 이달 14일 영화제 추진위원 6명을 위촉했다. ‘천안영화제’는 오는 10월 26일부터 28일까지 개최된다.
지난 2010년부터 시작된 ‘천안여성영화제’는 여성을 주제로 한 예술·독립·다양성 영화를 상영하며 지역 축제로 자리를 잡았다.
예산 500만 원으로 미디어영상센터 내 작은 상영관에서 시작한 이 영화제는 지난해 8000만 원, 상영관 3개 관 규모로 성장했다. 지난해 영화제 관람객 2400여 명이었다.
문제는 천안시가 영화제를 3개월 여 앞두고 아직 ‘여성영화제’를 대체할 주제나 목적 등 영화제의 방향성을 정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천안시 문화관광과 관계자는 “지난해 예산을 세울때 영화제의 방향성이 없었다. 이번에 추진위원회가 조직되며 춤 영화제로 특화시킬 계획을 하고 있다”고 시인했다.
더욱이 여성 문제를 공론화 해 온 여성영화제가 대중의 낮은 관심과 참여 등을 이유로 중단된다는 것에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천안여성영화제 추진위원으로 참여했던 모 교수는 “천안여성영화제는 여성의 현실, 삶, 문제, 고민을 영화라는 매개로 다루며 공감의 장이 됐다. 여성영화제 중단과 운영계획 변경을 위한 사전 조율, 공청회, 간담회 등 공론화 과정은 없었다”며 “7년간 이어온 영화제인 만큼 지속성이 있었음 좋겠다. ‘천안영화제’ 안에 여성관련 섹션도 꾸려졌으면 한다”고 아쉬움을 에둘러 표현했다.
천안시 문화관광과 관계자는 “여성영화제가 특화도 됐지만 한정되다 보니 참여도가 낮다. 전국에 여성영화제가 10곳이나 된다”면서 “지난해 미디어영상센터의 영화제 운영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폭을 넓히고 예산도 키우기 위해 먼저 이름을 바꾸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ynwa21@ilyods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