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자작나무의 숲에 눈이 내린다>
시인은 자연과 벗하면서 인간의 도리를 깨달았다. 세상살이의 진실성에 천착했다. 시인이 “어제 슬픔은 어제 속에 장사하고 내일 즐거움은 내일 가 누리기로 하고 오늘은 오늘살이에 전력하야 맛보고 갈고 씹고 삼키고 삭히어 내 몸에 넣고 말 것이라”는 다석 유영모 선생의 말씀에 마음에 담고 사는 이유다.
이상권 소설가는 “변경섭 시집 속에는 ‘사랑’이라는 말이 비처럼 내린다. ‘당신을 사랑해’ ‘사랑해’ 특히 추운 겨울을 힘겹게 버티어내야 하는 것들을, 더욱 사랑해왔다. 이 시집은 그렇게 한생을 살아온 시인이 자작나무숲에서 보내온 편지”라고 헌사하고 있다.
시집 1부의 ‘자작나무8-이별연습’은 사랑과 작별한 이들에게 추천할만한 작품이다. “사랑해, 사랑해/ 속삭여도 자작나무는 말이 없다/ 자작나무숲 어두운 침묵이/ 나의 밀어들을 모두 삼켜버리고/ 밤바다의 심연처럼 미동도 하지 않는다”라는 대목은 ‘이별’이 주는 아픔을 오롯이 묘사했다. 변경섭 시인에게 ‘사랑’은 ‘힘겹게 버티어내야 하는 것’의 다른 이름이다.
‘사랑’에 대한 다른 표현도 엿보인다.
“당신과 헤어지기 싫어/ 당신의 손을 잡고/ 당신의 집 언저리 밤늦도록/ 맴돌다 보았네/ 인가의 불빛만 새어나오는 까만 밤에/ 달빛을 바라는 노란 달맞이꽃”(‘사랑’ 부분).
이번 시집은 오늘을 살아가는 당신과 그리운 대상들을 향한 말 걸기다. 시집을 읽을수록 지금 그리고 이전, 앞으로 사랑해야 할 것들에 대한 시인의 간절한 외침을 느낄 수 있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