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심하는 외국인…초가을 눈폭풍 몰아칠 수도
28일 코스피는 2,400.99로 마감됐다. 이날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홍보관에서 직원들이 코스피 마감가를 확인하고 있다. 고성준 기자
# 달도 차면 기운다
코스피는 지난해 12월부터 7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며 월간 기준 역대 최장 상승세 기록을 갈아치웠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2월부터 7월까지 연속 상승한 게 이전 최장 기록이었다.
과거 6개월간 연속 상승했던 코스피는 큰 폭의 조정을 겪었다. 2007년에도 8~9월까지 21%가 급락했다. 2001년 10월부터 2002년 3월까지 연속 상승한 뒤에도 넉 달 동안 19.8%의 깊은 조정을 겪었다.
김민규 KB투자증권 연구원은 “7월까지 코스피 변동성은 역대 최저를 기록 중이다. 과거 1990년 이후 변동성이 역사적 저점을 기록할 경우 다음 달에도 연속으로 최저치를 경신한 경우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8월부터는 시장의 변동성이 다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변동성이 감소하는 구간과 증가하는 구간에서 상대적으로 어떤 업종의 수익률이 코스피 대비 우월했는지 살펴봤다. 변동성 증가기엔 건강관리, 경기소비재, 방어 성격의 업종이 우월했고 감소기엔 IT, 금융을 비롯한 경기 민감 업종이 성과 상위를 기록했다. 실제 올 들어 7월까지 업종별 상승률 상위를 보면 전기전자(40%), 금융(25%), 철강(14%), 화학(9%) 등의 순이다.
# 달라진 외국인…IT 팔기 시작
지난 연말부터 코스피 상승을 이끈 주역은 단연 외국인이다. 연중 순매수를 꾸준히 늘려가던 외국인들은 약 한 달 전부터 매도우위로 돌아섰다. 한 달 새 외국인들이 집중적으로 판 종목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IT주다. 대신 KB금융과 포스코 등 금융과 철강주를 사들였다. 업종을 갈아타는 순환매 국면이다. 관건은 외국인들이 이후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를 더 늘릴지 여부다.
신영증권 분석을 보면 과거 미국의 양적완화(QE) 종료 및 첫 금리 인상 시 미국계 자금이 국내 증시에서 유출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9월부터 채권 만기도래 시 재투자를 중단하는 방법으로 자산을 축소할 방침이다. 시중에 돈을 풀던 것을 중단한다는 의미다. 유럽중앙은행(ECB)도 빠르면 9월 초, 늦어도 10월 말에는 자산매입 축소, 즉 긴축방침을 발표할 것이라는 게 시장의 예상이다.
신동휴 신영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첫 자산 축소로 약 2조 원의 미국계 자금 이탈을 예상해볼 수 있다”며 “또 ECB의 양적완화 실시 이후로 유럽계 자금이 국내로 33조 원가량 순유입됐다는 점에서 유럽계 자금 이탈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는 없다”고 풀이했다.
# 부족한 국내 자금의 힘
미국과 유럽계 자금은 외국인 수급의 약 69%를 차지한다. 9월 미 연준과 ECB의 통화정책 변화가 동시에 나타난다면 증시에 부정적이다. 코스피 상승에도 개인과 기관 등 국내 자금의 증시 유입은 늘지 않고 있다. 고객예탁금은 23조~25조 원 사이에서 횡보다. 신용융자는 8조 5000억 원 안팎에서 정체다. 50조 원이 위태롭던 국내 주식형펀드 잔액이 52조 원대로 회복했지만 시장을 이끌기에는 미미한 수준이다.
코스피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이후에는 큰 폭의 조정을 겪었다. 증권사들의 하반기 코스피 전망치는 2500선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현 지수에서 올라봐야 5% 남짓이다. 코스피가 정점에 가까워졌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과거의 패턴이 다시 재현된다면 꽤 큰 폭의 조정이 발생할 수도 있다.
# 반도체 쏠림…절름발이론 오래 못간다
지수 전망에 가장 중요한 자료는 기업 이익이다. 이익증가세가 가파를수록 주가 상승 가능성이 크다.
대신증권 분석을 보면 코스피 2017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6.1% 증가가 예상된다. 영업이익증가율 상위 업종은 IT다. 올해 코스피 영업이익 개선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반도체 65.4%, 은행 10.5%다.
코스피 영업이익 증가율은 1분기 27.0%에서 2분기 17.8%로 둔화가 예상된다. 반도체의 기여도는 114.6%에 달한다. 디스플레이와 은행의 기여도가 각각 13%, 12%로 예측된다. IT와 은행의 비중이 더 커졌다는 뜻이다. 다른 업종들의 이익전망은 나빠지는 셈이다. 올해 IT와 은행의 이익 개선은 기저효과 덕분에 증시에 큰 힘이 됐다. 하지만 IT와 은행의 기저효과는 시간이 갈수록 약해질 수밖에 없다.
미국 증시의 방향성도 중요하다. 코스피와 S&P500의 상관관계는 최근 지속적으로 높아지며 80% 이상의 일치율을 보인다. 미국도 기술주 중심의 주가 상승이 지속되면서 ‘버블’ 논란이 뜨겁다. 미국 증시가 조정을 받는다면 코스피도, 특히 증시 주력엔진인 기술주도 비슷한 모양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종합하면 하반기 증시는 기대보다 신중함이 필요해 보인다. 코스피 3000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전인미답’의 영역으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
최열희 언론인
[하락에 베팅하는 사람들] “10월 공포지수 폭등” 예측 맞으면 3천억 대박 리먼브러더스 사태를 영화화한 <빅쇼트(Big short. 2015)>에서 주인공 마이클 버리(크리스천 베일 분)는 2008년 주택담보대출 시장 붕괴와 증시 폭락 시 돈을 벌 수 있는 신용부도스왑(CDS)에 투자한다. 주택담보시장이 활황이고 증시가 고공행진 중이던 당시 시장 분위기와 정반대 선택이다. 리먼브라더스는 2008년 9월 파산신청을 하고 마이클은 천문학적 수익을 낸다. 최근 미국에서는 익명의 한 투자자가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지수(VIX)가 향후 3개월 내에 폭등할 것에 거액을 투자해 시장의 시선이 집중됐다. 이 투자자는 VIX가 10월까지 25로 치솟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10월은 금융위기가 잦았던 때다. VIX는 보통 20을 넘으면 시장변동성이 위험한 수준인 것으로 평가한다. 최근 수치는 약 9~10으로 1993년 말 이래 24년여 만에 최저 수준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베팅이 맞아 떨어지면 2억 6500만 달러의 수익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미국 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시장 급락을 예상하는 투자자들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 미국 월스트리트에서는 VIX가 하락할 경우 수익이 나도록 고안된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들의 가격이 올해 들어 두 배로 뛰었다. 대부분 투자자가 지나칠 정도로 낙관론에 젖어 시장변동성이 비정상적으로 낮은 데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근 컴퓨터와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인덱스와 ETF(상장지수펀드) 투자가 급증하는 데 대한 부작용 가능성도 제기된다. 유사한 의사결정 체계를 갖춘 AI의 판단이 쏠리면서 변동성을 줄이며 지수를 위로만 이끌고 있다는 논리에서다. 일정 시점 또는 일정 조건에서 AI가 운용하는 펀드들이 일제히 ‘매도’ 주문을 내면 아주 짧은 시간에 시장이 폭락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편 국내 증시에서도 코스피가 하락하면 수익이 나는 인버스 ETF가 꽤 다양하다. 하지만 위험회피용으로만 한정돼 시장 낙폭만큼 수익만 가능하다.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것보다 기대수익률이 낮다. [열] |